원도 지음. 제철소 펴냄. 2020년 7월 20일 초판 1쇄. 2020년 7월 30일 초판 2쇄.
나는 나 자신이 아니라 ‘장애인 오빠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기 위해 설계된 목숨 같았다(9쪽).
프라하 공항에 내린 순간, 서로를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수하물과 함께 그 사람의 영혼까지 부친 건가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수홍 언니는 절대로 택시를 타지 못하게 했다. 여행지에서 택시를 타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이 없다는 생각이 언니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25쪽).······중략······셋째 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시벨’로 시작하는 이름의 역에서 난데없이 시벨 언니가 혼자 하차해 버렸다. 사흘 동안 곳곳을 누빈 길이라 절대 헷갈릴 수 없는 경로였는데도 다짜고짜 “여기서 내려야 해!”라며 소리를 지르더니 벨을 누르고 잽싸게 하차한 언니를 말릴 새도 없었다(26쪽).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2019년 가해 운전자 성별 교통사고’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 중 남성 운전자의 비율이 66퍼센트, 여성 운전자의 비율이 22퍼센트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9년 가해 운전자 성별 교통사고’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져 남성 운전자의 비율이 75퍼센트, 여성 운전자의 비율이 22퍼센트다(41쪽).
남자 상관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쟤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맞혀 보라고 외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57쪽).
수학 담당이던 또 다른 남자 선생은 수업 중 칠판에 브래지어를 그리더니 각자의 사이즈를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그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땀을 무척 많이 흘렸던 게 기억난다(144쪽). 아이들의 대답을 들은 선생은 “그럼 네 사이즈는 이 정도 되냐”면서 다른 크기의 브래지어를 칠판에 하나 더 그렸다. 역시나 남자였던 학생주임은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한 학생이 입고 있던 치마를 가위질해 찢어 놓았다.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학생은 친구에게 빌린 체육복 바지를 입고 하교해야만 했다(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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