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020년 6월 5일 초판 1쇄.
지구에 한 명을 꼭 더할 필요가 있을까요······. 요새는 뭘 먹든 미세 플라스틱을 걱정해야 하는 것처럼, 이렇게 오염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건 개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환경을 위해서나 아이를 위해서나, 제가 한 명을 늘리는 게 그렇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22쪽).
“부부가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나쁠 때 애가 없으면 헤어지게 된다.”
이 말에 대해 도윤은 웃으며 말했다. “나쁠 때 애가 없으면 좀 더 수월하게 이혼하고 행복해질 수 있겠죠(28쪽).”
임신의 유일한 장점은 생리를 안 하는 거라는 농담을 여자끼리 주고받은 적이 있지만, 분만 후 길면 한 달 가까이 자궁에서 분비물이 나온다는 사실은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중략······게다가 수유를 하니까 변비가 심해졌다고? 손목이랑 손가락 관절이 너무 아파서 키보드도 못 친다고?······중략······나는 육아 이전에 일단 임신 출산을 멀리하고 싶어졌다(34쪽).
달이 찰수록 방광이 짓눌려 수시로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고통(36쪽).
나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기분이 좋았지만, 임신 중지 결정에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다’는 그의 말이 조금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는 매우 이성적으로 자신과 태아, 배우자 모두에게 최선을 선택했고 자기 연민이나 죄책감에 잠식당하지도 않았다(50쪽).
인간의 아기는 젖을 먹이고 나면 등을 쓸어서 트림을 시켜 줘야 토하지 않고, 한동안 안고 토닥여 줘야 칭얼거림을 멈추고 잠이 든다(148쪽).
많은 여성은 아이와 떨어져 있어도 끊임없이 가사 노동과 육아 문제를 떠올리고 서둘러 모임을 파하며 돌아가는 길에 저녁거리나 육아용품을 구매하는 노동을 수행한다(166쪽).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자 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로, 여성 혐오자라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181쪽.
남자라면 누구나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는 말에 담긴 진실은, 남자들이 아이라는 존재 자체를 갈망해서라기보다 자기 몸 하나 상하지 않고 자기 성까지 따르는 아이를 편하게 얻을 수 있으니 쉽게 아이를 바란다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184쪽).
윤희. 결혼의 제일 중요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다’인 것 같아요. 본질적으로 이게 제일 중요하지, 그 외적인 게 이유가 된다는 게 이상해요(187쪽).
“변호사는 아이를 낳고 나면 경력이 다 날아가고 회복이 안 돼요(222쪽).”
여성은 무엇이 되든 ‘무엇보다도 엄마’여야 완성되거나 더 가치가 높아지는 존재가 아니다(225쪽).
나는 여성들이 제발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성이 자기 커리어를 포기하고 육아를 선택하는 것이 깊은 고통이나 상실감 없이, 마음속의 부대낌 없이 그저 기껍고 행복하기만 할 거라 여기는 사람들, 특히 가사 노동과 육아의 공동 책임자인 남편에게 화를 내면 좋겠다(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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