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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식물

eunyongyi 2021. 3. 26. 23:02

임이랑 지음. 코난북스 펴냄. 2019년 3월 22일 초판 1쇄. 2019년 5월 2일 3쇄.

 

 ‘아무도 만나지 않을 수 있는 외부가 존재하다니! 이 집에서 살게 된다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밖에 나갈 수가 있다(9쪽)!’

 

휘카스 옆에는 고무나무가 서 있다. 이 친구는 간접광을 좋아하는 완벽한 실내 식물이다(10쪽).

 

 테라스에 식물들은 내놓고 키우면서부터 나는 비를 좋아하게 됐다. 번개가 치는 날에는 비에 질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고 한다. 질소는 비료의 훌륭한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식물 애호가들은 비를 보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돈 주고 사서라도 식물에게 뿌려 줄 영양분이 하늘에서 내리니 비 오는 날이 반가울 수밖에(19쪽).

 

 집 안에서 습한 상태로 오래 방치된 화분에는 뿌리파리가 쉽게 생긴다. 뿌리파리가 생기면 열심히 화분을 말리고 날아다니는 날벌레들을 손으로 잡는다(25쪽).

 

 그래도 식물을 나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지는 않기로 다짐한다. 나를 돕기 위해, 나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친구들을 형편없이 대접하지 않기로 한다(43쪽).

 

 식물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자꾸 더 허기가 졌다(51쪽).

 

식물은 공기를 기쁘게 한다. 이론적으로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 중 10퍼센트 이상을 식물로 채우면 집 안 공기가 정화되는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고 한다(53, 54쪽).

 

그래도 계속해서 불편한 것들을 똑바로 마주하고, 괜찮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는다. 똑바로 행간을 읽어 낸다. 세상은 계속해서 달라진다(59쪽).

 

아주 간단한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가벼운 불안을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적 전환이 필요했다.

 그럴 때면 머릿속으로 스티비 원더의 <서 듀크(sir duke)>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18초 남짓한 유니즌 라인(unison line)을 연주한다. 유니즌 라인은 음악에서 모든 악기가 같은 음을 연주하는 부분을 뜻한다(80쪽).

 

 <서 듀크>로 나아질 수 없는, 더 깊은 곳에 깔린 불안들을 다스리는 방법도 있다. 낮잠, 수영, 공원 산책, 요가 그리고 식물 구경.······중략······잠깐 낮잠을 자거나, 수영을 하거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요가를 하거나, 식물들을 구경한다고 해서 갑자기 마음이 불행에서 행복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그저 불행의 굴 깊숙하게 들어갔던 감정이 불행과 보통의 중간 어디쯤에 서 있도록 도와준다(82쪽).

 

돌보고 신경 쓰는 것이 많아질수록 삶은 복잡하고 피곤해진다. 내 머릿속은 이미 너저분하고, 품에 안고 있는 것들을 돌볼 에너지도 부족하다. 되도록 복잡하고 신경 쓰이는 것들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다(102쪽).

 

 식물원의 정석 같은 런던의 큐가든에서부터, 관광지의 요소를 빠짐없이 갖춘 제주의 여미지 식물원이나 오래된 것들의 미학과 고요를 느낄 수 있는 홋카이도 식물원, 마곡에 이제 막 생겨나 아직은 나무도 풀도 다 어리고 작은 서울 식물원까지 식물원이라면 모조리 다 좋다(105쪽).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이지 않는 게 아니라, 살아 있을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122쪽).

 

올바른 때에 올바른 결정만 내리며 살 수는 없다. 가끔은 실패가 훤히 보여도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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