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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

eunyongyi 2021. 4. 24. 12:18

이영준·임태훈·홍성욱 지음. 반비 펴냄. 2017년 1월 6일 1판 1쇄. 2017년 1월 31일 1판 2쇄.

 

임태훈.

낡고 늙고 쓸모없어지는 것들의 행렬이 성장과 발전의 파고에 밀려 파국으로 내몰리고 있다(6쪽).

 

한국 정보통신기술 담론에서 ‘노동’의 문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소외돼 있다. 디지털 시대의 책사를 자처하며 정부나 기업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디지털 신자유주의의 폭압에 맞설 방법을 고민하는 목소리는 초라하다(9쪽).

 

아옌데 정권은 칠레를 자본주의 경제에서 사회주의 경제로 전환하고자 했다. 그러려면 칠레의 현 경제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중앙 집중적인 관료주의를 피할 수 있는 분권적이며 민주적인 네트워크로 구축되어야 했다. 이것이 바로 1971년에 실제 가동됐던 사이버신 시스템이었다(19쪽).

 

 안정된 고용 환경과 합리적인 소득 분배는 인간의 시간을 계산 불가능하고 계량화할 수 없는 차원으로 보존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다. 시간은 인간적 존엄의 지표여야 하고 교환가치로 가늠할 수 없는 사회적 연대, 민음, 사랑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도 시간은 자본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36쪽).

 

자각 없는 소비는 생산 과정에 투여된 노동 가치를 쉽게 잊어버리게 하고, 소비 트렌드가 가속될수록 이런 현상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한다. 노동을 착취하는 자본도 문제지만, 노동이 우리 삶의 동의어라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잊어버릴 때 구체제는 한층 견고하게 연장된다(70쪽).

 

디지털 문화의 매끄러운 표면 뒤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콩고민주공화국의 콜탄 광산에서 사고로 죽거나 반군에게 희생된 주민은 약 500만에서 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콜탄 광산의 이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군사 충돌로 난민이 된 사람들의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와 난민 규모로만 보면 중앙아프리카에서 세계대전이 벌어진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실제로 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국제 자본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나 마찬가지다. 콩고의 비극에 세계 전체가 연루된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강국이라는 한국 기업도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은 수치스러운 일이다(71쪽).

 

 오늘날 게임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 현상은 ‘결제의 놀이화’로 대표된다. 게임을 잘하고 못하고를 나누는 숙련도는 플레이 경쟁이 아니라 결제 경쟁 속에서 결정된다. 게임에서 승리에 이르는 길이 결제를 통해 단순해지면서 놀이에서 배우는 경쟁의 본래적 의미는 퇴색했다(74쪽).

 

어떤 이가 게임에 문외한이고, 게임의 영향을 의식해 본 적 없더라도 ‘게임’과 무관할 수 없는 세계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다(79쪽).

 

한국 IT 개발 정책은 철저히 상업성에 기울어져 있어서 사업성 없는 순수 연구 목적의 기술 개발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88쪽).

 

디지털 기술의 역사적 연원에는 보수적 체제에 도전해 변화와 혁신을 꿈꿨던 비주류 문화운동의 접점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디지털 신자유주의의 수익 모델에 철저히 구속돼 있다(93쪽).

 

 이영준.

잠실야구장에는 1498개의 메탈 할라이드 등이 있고 각 등의 전력소비량은 1500와트다. 다 곱하면 2247킬로와트가 된다. 50와트 형광등을 4만 4500개 켤 수 있는 전력이다(119쪽).

 

직류 1500볼트의 전기로 달리는 지하철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기실은 생각보다 컸다(146쪽).

 

200미터씩 끊어진 폐색구간에서 적정 속도는 얼마인지 보여준다. 폐색구간이란 열차의 추돌사고를 막기 위해 다른 열차가 들어와서는 안 되는 구간이다(154쪽).

 

모든 대형 빌딩들은 2만 2900볼트의 고압전류를 쓴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182쪽).

 

예전에는 영월에서 서울에 뗏목 몰고 두세 번 가면 1년 벌이가 됐다고 한다. ‘떼돈’이라는 말의 연원이 뗏목을 팔아서 번 돈이라는 설도 있다(231쪽).

 

 폴리 스튜디오는 온갖 종류의 음향을 만드는 곳이다. 1914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이런 스튜디오를 만든 사운드 테크니션 잭 도너번 폴리의 이름을 땄다(243쪽).

 

 홍성욱.

 그중 ‘노동집약 기술 대 자본집약 기술’이라는 세션에서 독일 출생의 영국 경제학제 에른스트 슈마허가 ‘중간기술의 개발을 요구하는 사회경제적 문제’라는 유명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은 그가 1973년에 출간한 기념비적인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수록됨으로써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중략······“정부나 대중의 관심을 거대 프로젝트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실제 필요한 것으로 돌릴 수 있다면 빈곤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252쪽).

 

한밭대학교 적정기술연구소, 나눔과기술,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254쪽).

 

이동근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통해서 적정기술에 대해서 알게 된 뒤 영국의 대안기술센터에서 환경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6년 경남 산청에 ‘대안기술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김성원, 이재열, 안병일 등이 귀농하면서 전남 장흥, 경북 봉화, 충남 아산, 전북 완주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적정기술 관련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256쪽).

 

 통계에 따르면 아이들 5명 중 1명(약 4억 명)을 포함해, 세계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에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수인성 질병으로 매년 200만 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일 3900명의 어린이가 식수 부족과 기본 위생 문제로 죽어간다(258쪽).

 

세계 20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다. 특히 아프리카에 사는 10명 중 9명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266쪽).

 

 세계 극빈자 11억 명 중 8억 명이 시골에 거주하고 있으며, 8억 4000만 명 이상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고, 시골의 영양실조 비율이 도시보다 150퍼센트가량 높다. 개도국 인구 70퍼센트가량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식량의 자급자족 비율도 낮고 이를 통한 소득 증대는 더 어렵다. 관개 시설이 미비하고, 농사를 지을 물이 부족하고, 농사 기술이 없는 것 등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281쪽).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는 2011년부터 매년 10월 국제 인도주의기술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323쪽).

 

(홍성욱) 한국의 연구개발은 드렌드만 좇습니다. 인공지능이 이슈가 되면 갑자기 모든 사람이 다 인공지능 연구를 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연구비도 없을 때부터 AI를 묵묵히 연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항상 뒷북만 치는 겁니다(343쪽). 

 

(이영준) 백남준은 테크놀로지를 많이 다뤘지만 일본의 아베 슈야라는 전자기술자의 협력이 있었습니다. 좋은 협업의 사례입니다. 백남준은 상상력을, 아베는 회로를 제공한 겁니다(366쪽).

 

(임태훈) 망해 가는 세상을 보면서 어떻게 하냐고 징징거리는 건 쉽습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찾고 실제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망해도 어쨌든 살아야 하는 거니까요(372쪽).

 

(홍성욱) 예전에 국내 한 기업에서 은나노 세탁기를 출시해서 굉장히 히트를 쳤습니다. 유럽에 수출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은나노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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