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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반할지도>와 <다시, 제주>와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최신(2015년) 개정판>

eunyongyi 2021. 5. 1. 14:03

 세 권 사이가 '개정판' 같은 끈으로 묶이지 않았음에도 같은 글귀와 사진이 거듭 쓰인 걸 뭔가 사정이 있으려니 하고 잘 헤아려 받아들이긴 어렵다. 여행 쪽 책을 쓰는 관습인 건가.

<제주도 반할지도>

최상희·최민 지음. 해변에서랄랄라 펴냄. 2018년 9월 9일 초판 1쇄.

 

 물이 고여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궷물오름 아래(30쪽).

 

봄이면 백서향 고운 향으로 뒤덮이는 청수곶자왈은 여름에는 반딧불 빛으로 휩싸인다. 6월 장마 무렵부터 7월 한여름 밤이면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 숲 가득 신비로운 오로라 같은 빛 무리를 짓는다(43쪽).

 

 4월로 접어들 무렵, 제주에는 부슬부슬 비 내리는 궂은 날이 이어진다. 섬에서는 이를 ‘고사리 장마’라 부른다. 비가 그치고 나면 그 비를 맞고 무럭무럭 자라난 고사리를 따러 모두 숲으로 간다(48쪽).

 

 비가 내린 다음은 모든 것이 조금씩 더 예뻐 보인다(81쪽).

 

 세종대왕은 사가독서라 하여 젊은 선비들에게 긴 휴가를 줘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게 했고, 빅토리아 여왕은 셰익스피어 베이케이션이라 해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남짓 유급 휴가를 줬다고 한다(173쪽).

 

 조사하지 않는다, 옆길로 샌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만화 <우연한 산보>의 작가가 만화를 연재하며 세운 세 가지 원칙이란다(236쪽).

 

 바람 많은 제주에서도 유독 바람이 거칠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해서 ‘못살포’라 불렸다는 모슬포항에는 좋아하는 식당이 몇 곳 있어 내게는 푸근한 곳으로 기억된다(244쪽).

 

 제주에서는 바람을 부르는 이름이 많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잔잔하지만 찬 기운이 있어 ‘어멍 바람’, 여름이면 한라산에서 먼지까지 끌어오는 뜨거운 남쪽 바람은 ‘나쁜 여자 바람’, 북동쪽에서 비를 몰고 오는 거친 바람은 ‘아방 바람’. 그 외에 내가 알지 못하는 바람의 이름을 섬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262쪽).

 

 

<다시, 제주>

최상희 지음. 해변에서랄랄라 펴냄. 2016년 5월 19일 초판 3쇄.

 

봄이면 백서향 고운 향으로 뒤덮이는 청수곶자왈은 여름이면 반딧불 빛으로 휩싸인다. 6월 장마 무렵부터 7월 한여름 밤이면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 숲 가득 신비로운 오로라 같은 빛 무리를 짓는다(25쪽).

 

 비가 내린 다음은 모든 것이 조금씩은 더 예뻐 보인다(76쪽).

 

여행 왔다가 섬이 좋아 떠나지 못하고 머물고 있다는 꽃 파는 아가씨는 다 있는데 딱 하나 섬에 없다는 어여쁜 꽃을 사러 매주 서울에 가서 한 아름 꽃을 사서 장에 나온다고 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꽃을 상상하자 어쩐지 흐뭇해졌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꽃을 세화바다에서 사서 서울로 가져왔다(98쪽).

 

 6월 중순부터 7월 초, 멀리 우도와 토끼섬이 보이는 종달리 해안도로는 푸른 수국으로 뒤덮인다(110쪽).

 

 조사하지 않는다, 옆길로 샌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만화 <우연한 산보>의 작가가 만화를 연재하며 세운 세 가지 원칙이란다(251쪽).

 

 바람 많은 제주에서도 유독 바람이 거칠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해서 ‘못살포’라 불렸다는 모슬포항에는 내가 좋아하는 식당이 몇 곳 있어 내게는 푸근한 곳으로 기억된다(308쪽).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최신(2015년) 개정판>

최상희 지음. 북노마드 펴냄. 2012년 6월 11일 1판 1쇄. 2014년 4월 30일 1판 8쇄. 2014년 12월 15일 2판 1쇄. 2015년 7월 1일 2판 3쇄.

 

여행자의 눈은 또 다른 제주의 풍경을 찾아낸다. 도시와는 다른 색, 햇살, 공기, 바람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9쪽).

 

어떤 풍경은 시간이 지난 후에 더 아름다워질 때가 있다(118쪽).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박물관은 초원 사이로 시원하게 뻗은 길 끝에 동그마니 자리 잡고 있다. 독특하지만 도드라지지 않게, 주위의 풍광과 조용히 어우러져 있는 건물은 바로 가시리 주민들이 세운 ‘조랑말박물관’이다. 가시리는 옛날부터 최고의 말 방목지로 꼽혀 왔다. 조선 시대 최고의 말을 배출했던 갑마장도 바로 가시리에 있었단다. 그런 역사와 자연환경을 오롯이 담고 있는 곳이 ‘조랑말체험공원’이다(142, 143쪽).

 

 “너 있을 때 한번 가야지.” 백만스물두 명쯤의 사람들이 이야기했지만 백만스무 명은 오지 않는다(160쪽).

 

예술이라는 것이 사람의 감성을 두드리고, 환기시키고,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내게는 섬 전체가 미술관이다(234쪽).

 

 한국 이름 유동룡, 재일교포 2세 이타미 준은 타국에서 평생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았다.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제주에 있다. 포도호텔, 제주핀크스클럽하우스와 물·바람·돌미술관과 두손미술관 그리고 방주교회 등이 그것이다(236쪽).

 

 종달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작은 지저귐을 연상했다. 하지만 ‘종달’이라는 이름은 제주의 옛 행정구역인 제주목의 마지막 마을이라는 뜻이라는 걸 알고 나자 그만 싱거워지고 말았다(262쪽).

 

박수기정은 제주 방언으로 박수물이 나오는 높은 벼랑이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박수기정 아래 암반에서 솟아나오는 맑은 샘물로 목욕을 하면 부스럼도 없어진다고 했단다(286쪽).

 

 솔숲과 박수기정에 아늑하게 둘러싸인 대평 마을은 ‘평화롭다’는 단어가 꼭 알맞은 곳이다. 제주에 불었던 4·3의 피바람도 대평 마을은 피해 갔다고 한다(288, 289쪽).

 

7월이면 섬의 곳곳이 푸르고 연한 자주색 수국의 물결로 일렁인다. 도심에서는 꽃집에서나 볼 수 있던 인색한 수국이 이렇게 지천이라니. 피어날 자리가 있어야 꽃은 피어난다(303쪽).

 

멕시코가 원산지인 선인장의 씨앗이 해류를 타고 월령 해안까지 와서 뿌리를 내려 거대한 선인장 군락지가 조성되었다고 한다. 멕시코에도 이곳과 똑 닮은 선인장 해변이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노란빛으로 반짝거리는 지구 반대편(304쪽).

 

 여행이란 잠시 다른 삶을 살아보거나 혹은 다른 삶을 꿈꿔보기 좋은 시간이다(345쪽).

 

 중간여행자는 그전에 살았던 삶도, 후에 살 삶 어디에도 없을 삶을 산다(4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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