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 황순원 오영수 손창섭 정한숙 이호철 장용학 서기원 박경리 강신재 선우휘 지음. 민음사 펴냄. 1999년 3월 1일 1판 1쇄. 2016년 11월 8일 1판 48쇄.
······아침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오고, 저녁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나고······ 한다는 것도, 언제부터 전해 오는 말인지 누구 하나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 까지가 유난히 까작거린 날엔 손님이 잦고, 저녁 까치가 꺼적거리면 초상이 잘 나는 것 같다고 그들은 은근히 믿고 있는 편이기도 했다.
그런 대로 까치는 아침저녁 울고 또 다른 때도 울었다(46쪽).
-김동리, <까치 소리>
배신자란, 남에게서 미움을 받기 때문에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외로워서 못 사는 거야(77쪽).
-김동리, <까치 소리>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를 믿고,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그네들에게는, 기상대나 측후소가 필요치 않았다. 그들의 체험에서 얻은 지식과 신념은 어떠한 이변에도 굽히지 않았다(128쪽).
-오영수, <갯마을>
해순이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아낙네들은 해순이를 앞세우고 후리막으로 달려갔다. 맨발에 식은 모래가 해순이는 오장 육부에 간지럽도록 시원했다(140쪽).
-오영수, <갯마을>
그것은 묘지였다. 자연계의 공동묘지였다. 생생하고 윤택 있던 자연은 대지에서 뜯겨서 도시에 와서 그 잔해를 눕힌다. 묘지랄 바에는 진개장이었다. 자연의 군더더기가 날라다 버리어지는 지정구역이었다. 인간은 말하자면 그 소제부이다. 그 쓰레기를 염색해서 뒤집어쓰고 그들은 그것을 문명이다 과학이다 예술이다 에티켓이다 축구시합이다 코카콜라다 하고 흥분한다. 흥분해서 가치가 생긴다는 것이다(207, 208쪽)
-장용학, <비인탄생>
동물 가운데서 인간만큼 잔인하고 탐욕스럽고 치사스럽고 악독한 동물이 또 있는가? 없다. 그렇데도 인간들은 툭하면 남을 욕할 때 ‘짐승 같은 놈’ 한다. 그 욕은 마땅히 ‘인간 같은 놈’으로 바뀌어야 한다(265쪽).
-장용학, <비인탄생>
못살던 자가 돈푼깨나 생기면 가난뱅이 업신여기기가 도리어 심하다더니, 그 사내는 사병들에게 노예가 되기를 강요했다(269쪽).
-서기원, <암사지도>
겨울 하늘은 매몰스럽게도 맑다. 잡나무 가지에 얹힌 눈이 바람을 타고 진영의 외투 깃에 날아 내리고 있었다.
“그렇지 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지. 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326쪽).”
-박경리, <불신시대>
파멸이라는 말의 캄캄하고 무서운 음향 앞에 나는 떨었다(342쪽).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