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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논리

eunyongyi 2022. 3. 20. 23:23

리영희 지음. 창비 펴냄. 1974년 6월 5일 초판 1쇄. 2005년 9월 5일 초판 30쇄. 2006년 3월 2일 2판 1쇄. 2017년 11월 7일 2판 21쇄.

 

우화도 그렇고 현실도 그렇고 역사는 한 단계의 투쟁이 끝나면 으레 ‘임금은 알몸이다’라고 폭로한 소년의 용기에 열중하는 나머지 힘없는 소년에게 그런 엄청난 임무를 떠맡기게 된 그 사회의 실패에 대해서는 눈이 미치질 않는다. 문제시해야 할 중요한 것은 그 영광(또는 해결)까지의 과정에 얼마나 많은 인간적 타락과 사회적 암흑과 지적 후퇴가 강요되었느냐 하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겠다(14쪽).

 

 오늘의 사실을 오늘에 규명하지 않고 먼 훗날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비화 읽을거리의 자료로 생각하는 한, 통치계급의 횡포는 계속되고 대중은 암흑을 더듬는 상태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23쪽).

 

 민중에게서 버림받은 ‘영웅’처럼 가련한 신세는 없다(117쪽).

 

기독교는 중국 농민혁명의 전형인 태평천국의 홍수전 등과 근대 부르주아 정치혁명의 손문 등을 낳음으로써 일차적으로는 중국 근대화투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유럽사상인 기독교는 유럽 제국주의의 중국지배와 자기를 분리시킬 수가 없었다. 그것은 표리를 이루면서 중국민중에 작용했기 때문에 마침내는 중국인으로 하여금 기독교를 부정함으로써만 근대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상적 각성을 일으키게 하였다(155쪽).

 

‘과오를 고치고, 병을 고쳐서 사람을 구한다’는 모택동의 혁명방식은 결과적으로 중국인민의 단결을 더욱 굳게 하는 지도이념이었다. ‘상호비판을 통한 재단결’의 끊임없는 반복, 이것이 중공지도자들의 원리이다(177쪽).

 

 미군의 감축은 확실히 중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전체의 정세변화에의 ‘불감증’과 ‘주체상실증’이 아닐까 한다(246쪽).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능력이 과히 높이 평가되지 않은 8년간의 백악관 생활을 마치고 떠났다. 그에 대한 미국역사의 기록은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업적보다도 그가 젊은 케네디 후임 대통령에게 “미국군부와 산업계가 결탁하여 대통령의 권한과 국가정책 결정과정에 개입하려 드는 강력한 압력을 배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경고하는 간곡한 충고를 남긴 사실을 더 중요시할 것이다. 오랜 군부지도자로서의 경험과 8년간의 대통령직을 통해서 얻은 아이젠하워의 이 결론은 그후 소위 ‘산군 결합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다(316, 317쪽).

 

 이처럼 민중을 ‘적’으로 여기게 된 권력과 정부가 의지할 곳은 오직 미국밖에 없었다. 민중이야 어찌 되었든 반공을 하면 지지한다는 미국 정책은 남베트남의 정치·군사적 기지화 및 그 확보를 위해서는 디엠 정권을 더욱 뒷받침하지 않을 수 없었다(402쪽).

 

 국제기사를 오랫동안 다루고 있노라면 ‘애국심’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의문에 사로잡히는 일이 많다(455쪽).

 

 내가 제안하는 뜻은 ‘기자’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한 ‘관료적’인 가치관이나 관료적인 행동을 하지 말자는 것뿐이다(464쪽).

 

 대상을 보고 그대로 묘사·기술하는 것만으로는 하나의 생동하는 사회를 꿰뚫어보거나 역사의 움직임을 파악하기는 어렵겠다. 거기에는 이른바 엄격한 ‘객관주의’적 보도와 아울러 그것 이상의 무엇이 요구되리라고 생각된다. 취재의 대상을 관찰하는 단계에서 그것을 해석해야 할 단계가 올 것이다. 거기에는 현상을 관찰하는 객관주의의 토대로서 풍부한 지식과 ‘건전한 주관’이 요구된다(469, 470쪽).

 

 기자 풍토의 하나의 특징은 남의 권리쟁취나 민주화·자유화 운동에는 당사자처럼 열을 내면서도 자체 내부의 권리투쟁이나 민주화나 자유화는 아직 원시적 상태라는 현실이다(4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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