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이재경 옮김. 반니 펴냄. 2019년 5월 25일 1판 1쇄. 2020년 6월 30일 1판 2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 특유의 깊은 서러움, 뭐라고 설명하기 쉽지 않은 감정 때문에 울었다. 적대적인 세상에 갇혔을 뿐 아니라, 도저히 지킬 수 없을 만큼 지독한 규칙들이 지배하는 선악의 세상에 버려졌다는 막막한 외로움과 무력감 때문이었다(15쪽).

“누구든 나를 믿는 이 어린것들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는 자는 그 목에 맷돌을 달아 깊은 바다에 빠뜨리는 게 나을 것이다(63쪽).” (마태복음 18장 6절)

아이가 자기 결점을 믿어버리면 그 믿음은 웬만한 사실에도 끄떡하지 않는다(80쪽).

나는 남자아이들만 있는 세계에 살았다. 남자아이들은 무리를 짓기 좋아하고, 어떤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강자의 법칙에 따르면서 자신이 당한 굴욕을 더 약한 존재에게 그대로 되풀이하는 방법으로 설욕했다(84쪽).

지난 10년 동안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다(130쪽, 131쪽).

나는 어린 시절에 갖게 된 세계관을 온전히 버릴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내가 살아 있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산문 문체에 애착을 가질 것이고,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이며, 진지한 대상과 쓸모없는 정보 조각에서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