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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란을 날려라

eunyongyi 2025. 10. 7. 17:13

조지 오웰 지음. 이영아 옮김. 현암사 펴냄. 2023년 2월 10일 초판 1쇄.

고든은 요즘은 늘 이런 식이라고 멍하니 생각했다. 친절하게 접근해오는 사람들을 계속 밀어내고 있었다. 물론 진짜 이유는 돈이었다. 항상 돈이 문제였다. 주머니에 한 푼도 없으면 상냥해질 수도, 심지어는 예의를 지킬 수도 없다(50쪽).

집 꼭대기에 있는 냉랭하고 쓸쓸한 방을 생각하니 그의 앞에 파멸이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50쪽).

시! 이처럼 무익한 것이 또 있을까. 그는 잠 못 이룬 채 누워서, 자신의 무가치함을, 자신의 30년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신의 인생을 생각했다(65쪽).

그저 돈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없으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돈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돈이 미덕이며 가난은 범죄인 세계 말이다. 그들은 가난이 아니라, 고상한 가난에 발목 잡혀 있었다(77쪽).

가족 모두가 다그쳐 물었다. 그는 글을 쓰고 싶다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하지만 글을 써서 무슨 수로 먹고살 거냐고, 가족들은 또 다그쳤다(81쪽).

당신은 내 심장을 찢어놨어(134쪽).

“무척 춥군요. 올라와서 뭐라도 좀 먹어요.” 그가 말했다.
“아닙니다. 내려오세요. 난 저녁을 먹었어요. 가서 맥주나 마십시다(136쪽).”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마르크스도 그렇게 말하긴 했죠. 모든 이념은 경제 사정의 반영이라고(154쪽).”

고든은 자신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한심한 자기 연민에 빠져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런 말을 뱉고 나면 꼭 후회하게 된다(163쪽).

(287쪽 각주.) “Swan swam across the sea, well swam swan.”

고든은 실직자들의 밑바닥 인생으로 점점 침몰하고 있었다. 구빈원과 다를 바 없이 지저분하고 허기지며 무의미한 인생으로. 그는 이 고난을 최대한 조용하고 수월하게 넘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317쪽).

그는 어차피 밑바닥 인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빨리 그곳에 도착해 끝내버리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로 했다. 달리 무언가를 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321쪽).

치즈먼 씨는 말에도 돈이 들기 때문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말을 짧게 하는 것 같았다(335쪽).

2펜스 도서관에 있는 그 책들은 진정한 ‘도피문학’이었다. 심지어 영화를 볼 때보다 더 머리를 쓰지 않아도 거뜬히 읽어낼 수 있는 책들(341쪽).

1층에 사는 가옥 도장공과 그의 아내, 그리고 다섯 아이들은 실업수장과 간헐적인 잡일로 연명하고 있었다(345쪽).

자선 행위는 우정을 끝장내 버린다(354쪽, 355쪽).

이렇게 해서 마침내, 미킨 부인의 더러운 침대에서 그들은 건조하게 일을 치렀다(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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