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생각의힘 펴냄. 2025년 8월 7일 1판 1쇄.
오웰은 말한다. “나는 내게 단어를 다루는 재능과 불쾌한 사실들을 직시할 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매일 일상에서 경험하는 실패에 대해 복수할 수 있는 일종의 내밀한 세계를 창조해 준다고 느꼈다(30쪽, 31쪽).”
나는 심호흡을 한다. 엄마 노릇에는 나무처럼 독소를 받아들이고 산소를 내뿜으면서이 세상을 필터링해 견딜 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도 포함되는 것 같다(38쪽).
오웰은 모울메인의 강변에 있던 사창가를 자주 찾았다. 형편이 곤궁해진 어느 교사가 자신의 식스 폼 학생 세 명과 함께 차린 성매매 업소였다(64쪽).
하지만 식민지 권력의 탐욕스러움을 꿰뚫어 보는 그의 통찰력은 결코 성별 간의 관계로는 확장되지 않았다. 오웰은 한 번에 몇 루피씩 주고 젊은 여자들을 사면서도 여성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했다(65쪽, 66쪽).
아일린은 오웰이 소중히 여기던, 인간이라는 존재가 “꼭 갖추어야 하는 고상함”을 체현해 놓은 존재였다(79쪽).
작가들은 불안정한 것으로 악명이 높고, 굳건한 심지 따위는 없으며, 지지받지 못하면 자기 자신의 텅 빈 중심으로 무너져내리기 십상인 부류다(91쪽).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빨래건조대를 지나칠 때 빨래를 걷어야 한다는 걸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집에서 자신밖에 없다는 거였다(96쪽).
연인을 가족에게 소개하는 순간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하다. 우리가 선택하는 사람은 우리 자신에 관해, 우리의 욕망과 필요에 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드러낸다(109쪽).
글을 쓴다는 건 당신 자신과 망각 사이에 단어들을 쌓아 올림으로써 삶에서 창작이라는 행복을 어렵사리 길어 올리는 것이다. 그건 엔트로피와는 구별되는 ‘작용'이며, 정신적으로 죽은 상태와는 다른 ‘삶'이다(119쪽).
아마도 아일린은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기만의 커리어를 꾸릴 생각 따위는 포기해야 하리라는 것을. 아일린은 자신이 줄을 그었던 결혼증명서의 빈칸 속에서 살기 시작한 참이다(121쪽).
아일린은 집에 남아 가게를, 가축들을, 채소밭을, 오웰의 출간 일정을, 교정지들과 갖가지 서신들을 관리해야 한다. 아내는 남자에게 두 개의 삶을 선사한다. 떠날 수 있는 삶과 돌아와 누릴 수 있는 삶을(144쪽, 145쪽).
“결혼한 지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일린은 이미 오웰의 대변인이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아일린은 오웰이 “세상을 향해 뻗은 손”이었다(179쪽).
“제 생각에,” 아일린이 천천히 입을 연다. “거짓말이 직업인 사람을 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아일린은 미소 짓는다. “물론 기자들은 빼고요(223쪽).”
조지는(아니면 에릭이라고 할까?) 그 문제에 대한 책을 거의 다 써 가고 있고, 난 그 사람 원고를 타자로 쳐주는데, 원고 뒷면에 내가 손으로 잔뜩 적어놓은 수정 사항을 읽을 수가 없어서 그 사람은 항상 내게 다시 물어봐야 해(269쪽).
[쳐주는데 → 쳐 주는데, 적어놓은 → 적어 놓은]
조지의 원고를 받아서 고치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276쪽).
어떤 작가든 독자가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실체 사이의 간극으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 여자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323쪽).
오웰이 웃음을 터뜨린다. 아일린은 오웰에게 교열 작업이 몹시 설레는 일이며, 누군가가 자신보다 더 분명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위험한 기쁨이라는 걸 알고 있다(330쪽).
“놀랍게도, 아내가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고 있는 와중에 오웰은 브렌다를 대놓고 갈망하고 있었다(364쪽).”
하지만 만약 내 남편이 병원과 공원에서, 그리고 파티가 끝난 뒤에 다른 여자들을 덮치고, 팬들과 은밀히 만날 약속을 잡고, 성매매 업소에 다니고, “육감적인, 마치 루벤스의 그림에서 빠져나온 듯한 소니아를 우연히 만나려고” 애를 쓰면서 출판사 사무실을 어슬렁거린다면, 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389쪽).
반면 오웰에게는 거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애 사건과 누군가를 ‘덮치는’ 행위, 혹은 강간 미수들이 존재한다(390쪽).
나중에 앤은 이렇게 말한다. “정직한 사람들은 언제나 부정직한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다. 그들은 부정직한 사람들의 신경을 흔들어 놓는다(4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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