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 미래의창 펴냄. 2011년 2월.
‘웃기는 놈. 잘 알지도 못하는 게 마구 지껄였군.’
157쪽 빈 곳에 나는 내 느낌을 그리 써 뒀다. 160쪽 빈 곳에도 쓴 게 있다. ‘이자가 쌍용차 노조를 입에 올린 때로부터 책을 덮고 싶었다’고.
사실은 벽에 집어던지고 싶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라고 소개된 자가 노동조합에 대해 — 노동자의 피와 땀이 서린 파업에 대해 — 어찌 그리 허투루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결국 165쪽 빈 곳에 ‘그래서 지리 같은 기업의 컨설팅 용역이라도 따고 싶은 게냐’라고 썼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볼보를 사들인 걸 두고 이런저런 걱정을 쏟아낸 건 좋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제대로 삼키지 못해 내뱉은 걸 빗대는 거 또한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고. 하지만 잘 알지 못해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를 억지로 끌어 붙여선 곤란하지 않은가.
책은 오랫동안 책꽂이에서 썩었다. 내가 2011년 4월 26일 전자신문 논설위원이 되기 전 편집국 국제팀장으로서 새 책 소개 지면을 함께 맡고 있을 때 보도 자료와 함께 배달(증정)된 거였다. 나중에 한 번쯤 읽어 보리라 마음먹은 뒤 5년이나 흘렀기에, 지은이와 출판사와 책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 뽑아 든 게 2016년 설 연휴. 2월 8일(설날) 밤 12시에 마지막 쪽을 덮긴 했는데 읽는 내내 ‘155쪽부터 165쪽 노동조합 이야기’가 뒷덜미를 잡았다.
책꽂이에 다시 꽂아 두긴 했는데. 음. 또 눈에 띄면 ‘따로 거두어 가는 쓰레기’ 가운데 종이 모아 두는 곳에 내던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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