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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들

eunyongyi 2016. 6. 20. 21:17

책꽂이에서 읽지 않은 걸 뽑아 모두 삼킨 뒤 새 책 사리라던 뜻이 쪼그라들려 한다. 괜한 짓을 했나 싶고.

지난달 뽑아 든 <대중문화의 이론과 현장>이나 <한국 경제의 거목들> 따위는 후루룩후루룩 삼키기 쉬웠고, <기업하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때>처럼 조금 읽다 그냥 덮어도 좋은 게 있어 편했는데. 유월엔 달라졌다.

<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이 기꺼웠다. 지은이 ― 오철우 한겨레신문 기자 ― 가 관련 기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느라 땀 흘리던 모습까지 생생히 되살아났기에. 10년이 흘렀음에도 눈앞에 보듯 또렷했다. 진땀 기획으로 좋은 책 남긴 그에게 고맙고. “선배, 잘 읽었네요. 고맙습니다.”

<두 남자의 집짓기>는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른 책. 내 책꽂이로 온 게 6년쯤 전인데 쉬 뽑아들 수 없었다. 지은이가 유명을 달리한 뒤로 더욱 무거워졌고. 출판사가 <집짓기 바이블> 같은 후속 작업을 했을 만큼 뜻있는 책이었음에도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던 듯. <집짓기 바이블>은 다 읽긴 했으되 크게 느껴 마음이 움직일 만한 게 없었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은 반짝반짝했다. 오랫동안 배우고 익힌 학자가 여러 사람에게 뭘 말해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 듯. 이런 책. 읽는 재미 얻는 즐거움 많은 거. 많이, 더 많이 나올 수 없을까.

나머진 아직 열지 않았다. 음. 뜻 쪼그라들려 하는 김에 새로 사고픈 책 절반쯤만 미리 들여놓을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