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돌베개 펴냄. 2008년 7월.
“과거를 만나는 곳은 언제나 현재의 길목(115쪽).”
어제. 2016년 일월 15일. 신영복 선생이 떠났다. 오늘. 16일. 신영복을 만나는 지금 어귀(청구회 추억)에 나는 다시 섰다.
128쪽을 보니 2009년 십이월 5일 밤 아홉 시 구 분에 처음. 2012년 시월 30일 밤 아홉 시 이십칠 분에 두 번째. 오늘 오후 두 시 사십 분에 세 번째.
그는 “추억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추억은 화석 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단히 성장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언제나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오기 때문(116쪽)”이라 했다.
살아 있어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오는 거. 그를 그리며 나는 지금 어귀에 섰다.
1941년생. 신영복 같은 이. 이명박 같은 놈. 그리고 내 아버지. 나는 ‘1941년생’을 볼 때마다 그리 멋대로 생각했다. 무슨 기준 같은 걸 따로 두진 않았고. ‘어, 내 아버지 태어난 해네!’로 시작해 그야말로 멋대로. 하니 “신영복 선생 같은 이 독재 핍박 견딜 때 이명박처럼 산 놈도 있다”고 장탄식하거나 그리하지 않는 건 읽는 이 몫. 나는 말할 것도 없이 긴 한숨에 깊이 탄식.
“1966년 이른 봄철 민들레 씨앗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해후하였던 나와 이 꼬마들의 가난한 이야기는 나의 급작스런 구속으로 말미암아 더욱 쓸쓸한 이야기로 잊히고 말 것인지……(97쪽).”
1966년. 스물여섯 신영복과 청구초등학교 여섯 꼬마의 예쁜 만남. 1968년. 박정희 군사 독재의 신영복 구속과 사형 선고. 1969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사형수였던 신영복의 ‘청구회 추억’ 집필.
그해, 1969년 이른 봄에 태어난 나. 지금 어귀에서 신영복을 다시 기다리네.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올 그를 맞으려 부단히 성장하며 살아 있으리.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시라고 두 손 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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