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새 책 하나 나옵니다. ‘18·19금’ 이야기인데요. 제가 어릴 적부터 보고 겪으며 깨뜨린 얘기들이죠. 금(禁). 하지 말라는 뜻이지만 되레 사람 꾀는 거. 꼭 넘어야 할 줄인 듯 여겨지는 것 말예요. 금줄 넘으며 이리 부딪치고 저리 맞닥뜨려 깜짝깜짝했던 이야기가 책 안에 고스란하죠.
올해 열여덟 살 된 아들에게 건넬 생각입니다. 선물로. 열예닐곱에서 스물네댓쯤 된 세상 모든 아들에게도 주고 싶고요. 사랑하는 이에게 서투르게 마구 부딪다가 두 사람 몸과 마음 다 망치는 일 없기를 바라기 때문. 천천히 예의 바르게 다가가고 모자람이나 흠 없이 서로 뜻 잘 맞추기를 바라는 아빠 마음 담은 거죠. “콘돔 꼭 미리 마련하라”는 말과 함께.
▴서울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화장실 앞 콘돔 자판기
몇몇 분께 글을 미리 보여 드렸는데요. “야하다”는 말씀이 많았습니다. “야한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자극적”이라는 분도 계셨고. 음. 얼마간 그럴 거라 어림잡아 헤아리지 못한 건 아니지만 정작 귀에 담고 나니 은근히 걱정이 솟았죠. 야한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겪은 일 그대로 잘 알리려 했을 뿐인데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한 걸까 싶었던 겁니다. 특히 큰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인 K는 고(故) “마광수 교수가 생각”날 정도로 “야하다”더군요. “약간 충격적”이고 “아들과 가능한 대화인가” 싶어 책을 건네기 부담스럽다는 결론에 닿았죠.
그나마 걱정을 조금 다독일 만한 건 있었습니다. 제가 “(읽는) 재미는 있느냐”고 K에게 물었더니 “완전 재밌긴 하다”기에. 음. 소리 없이 살짝 웃어 보기도 했죠. 재미있어 잘 읽히는 글을 책에 담고자 했거든요. “남성이자 40대 중반”이라는 한 출판사 편집장께서도 “신나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간만에 몸이 움찔, 가슴 슬몃 저리기도 한 글 읽기였다”고 말씀해 주셨죠. “입에 착착 달라붙는 에세이임이 확실하다”는 덧붙임까지. 음. 저는 아쉬운 대로 작은 것 하나 ㅡ 재미 ㅡ 는 이룬 듯싶다 여겼습니다.
며칠 뒤. K가 제게 기쁨을 하나 더 건넸습니다. 글을 “다 읽어 보니 야하다기보다는 계몽적”이고 “사오십 대 독자한테 아주 재미있게 다가설 듯”하다더군요. K 덕에 제가 웃었죠. 큰 힘 얻었고. K가 느낀 재미를 더 많은 분께 전해 드리고픈 마음 솟았고요.
“아빠가 재미 삼아 한번 읽고 말아도 되겠고, 괜찮다 싶으면 아들 책상에 슬쩍 올려 놓아도 좋겠고, 아들과 함께 읽은 뒤 책 안에 담긴 것들 두고 이야기를 나눠도 좋겠다는 게 내 마음이야.”
준정부기관에서 일하는 Y에게 제가 한 말입니다. “나는 재미있는데 애들이 읽기엔 어떨지···”라는 Y의 느낌을 두고 다른 말 더 나오기 전에 제가 바삐 ‘괜찮다’고 몰아친 거였죠. 음. Y는 “페미니즘 교육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거나 “그러기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난 걸 보면 (글쓴이가) 너무 청교도적인 생활을 했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페미니즘. Y가 말해 내 귀 붙든 낱말. 제 글을 두고 “페미니즘 교육에 가깝다”고 느꼈다니 참 기뻤습니다. 책 빨리 전해 드리고픈 마음 굴뚝같네요.
▴K와 카톡으로 주고받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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