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남자 어른은 몽정기(期)를 거쳤다. 회식 자리에서 음험한 손길을 뻗는 권력형 성범죄자나 남성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계몽된 이나 이 과정 이후의 존재들이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도 성정치에서 극과 극인 양쪽 모두 이 공통의 경험에 대해서는 과묵하기만 하다. 경험이 지식으로 후대에 전승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정치가 활발한 담론을 통해 구성되는 장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공백이 아닐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시기에 한국 남성은 음란물 같은 불량 참고서로 자습하며 왜곡된 남성성을 무차별적으로 체화한다. 성인이 되어 평등과 해방의 성정치에 눈을 뜨는 남성이 더러 있지만 그것은 우연한 기적일 뿐, 그조차 성인지적인 결핍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남성 인권운동가의 성추행은 다분히 구조적이다. 또한 그 예외적인 존재들은 자신이 도달한 지고지순해 보이는 인식을 재현할지언정 생물학적인 성장기를 복기하는 법이 결코 없다.
이 책은 한국사회에 처음 제출되는 남성 몽정기의 오답노트다. 이은용은 자신의 시행착오 과정을 웅변하지 않고 사뿐하게 고백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거대한 공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덤으로 그 공백의 일부를 채운다. 자신의 남성 혈육에게 가르치려 들지 않고 다만 술회하는 것은 형식적인 채용이 아니라 내용이 숙성해낸 결과다. 남성연대가 조폭 같은 위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소통이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낮게 속삭이지만 매우 급진적이다.”
안영춘 한겨레 기자(디지털 부문장 겸 총괄기획 에디터)가 <아들아, 콘돔 쓰렴 ㅡ 아빠의 성과 페미니즘>을 추천한 글인데요. 음. 새삼 놀랐습니다. 그가 천생 기자인 줄은 진즉 알았지만 이토록 시원하게 꿰뚫을 것으론 짐작 못했죠.
지은이가 책에 뭘 담았고 왜 그리 말했는지를 가뿐히 짚어 낸 그의 통찰. 절로 입 벌어졌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참으로 기자답다’는 느낌 솟았고. 음. 조금 부럽기도 했어요. 내 글을 두고 내가 그처럼 잘 짚진 못할 듯싶어서.
많이 고마웠습니다. 그가 선배라 잘됐고, 배울 게 더 있겠다 싶기도 했죠. 하하. “매우 급진적”이라는 칭찬 들었는데 가만있을 수 있나요. 한잔해야겠습니다.
아래 글처럼 짧게 추천해 주시기도 했어요.
“모든 남자 어른은 몽정기(期)를 거쳤다. 회식 자리에서 음험한 손길을 뻗는 성범죄자나 남성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이나 이 과정 이후의 존재들이다. 그러나 성정치에서 극과 극인 양쪽 모두 이 공통의 경험에 대해서는 과묵하기만 하다. 지식으로 후대에 전승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평등과 해방의 성정치가 활발한 담론과 깊게 닿아 있다는 걸 고려하면 심각한 공백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한국 남성 누구나 성인지적 결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근원적인 사정을 이은용의 고백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성교육이 철저히 성별 분업 아래 여성에 의해서만 이뤄져온 사실도 새삼 발견했다. 지은이는 낮게 속삭이지만 이 책은 매우 급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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