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릎과 무릎 사이> 아십니까. 1984년 구월 영화관에 내걸렸죠. 그때 영화를 보셨다면 지금 아마 사오륙십 대이실 텐데요. 입소문 엄청났죠. 열여섯 살. 고등학교 1학년이던 저도 벗 셋과 함께 영화관에 꼬여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이른바 ‘18금’ 영화였으니··· 네, 보지 말라는 걸 몰래 본 겁니다. (^^;) <아들아, 콘돔 쓰렴 ㅡ 아빠의 성과 페미니즘>을 미리 읽어 보신 몇몇 분도 그랬다더군요. “<무릎과 무릎 사이>는 비슷한 시기에 (두 영화) 동시 상영관에서 본 기억이 있어서 사오십 대 독자한테 아주 재미있게 다가설 듯”하다는 K. 이분은 그때 중학생이었을 듯싶은데. 하하. 기개가 대단했다고 저는 봅니다. “(책) 출발이 <무릎과 무릎 사이>인 게 인상적”인데 “당시 쇼킹한 영화였”기 때문이라는 분도 계셨죠. 오십 대이신데요. 이분 영화 보는 눈이 매우 높습니다. ‘당시’에는 ‘쇼킹했다’는 데 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 까닭이죠.
네, 그땐 그랬습니다. 엄청났죠. 출연 배우는··· 안성기 이보희 임성민 이혜영 나한일 김인문 태현실 들. 특히 이보희 씨. <무릎과 무릎 사이>는 사실 그의 영화였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거의 모든 눈길이 이보희 씨 몸과 몸짓에 쏠렸으니까. 음. 눈 뗄 수 없고 입 다물지 못한. 그땐. 그랬습니다.
이젠 그렇지 않더군요. <아들아, 콘돔 쓰렴> 쓰려고 <무릎과 무릎 사이>를 다시 보며 헛웃음 짓고 코웃음 쳤죠. 34년 전 영화를 되짚어 본 것이니 오죽했겠습니까마는. 선웃음까지. 허허.
음. <아들아, 콘돔 쓰렴>엔 아마도, 같이 사는 벗 ㅡ 아들 ㅡ 과 32년쯤 동떨어졌으되 ‘그렇지 않다’ 느끼고 생각하려 애쓰는 아빠 마음 담겼을 거예요. “아빤 <무릎과 무릎 사이> 같은 걸로 18금 깨뜨렸더랬다”고 슬쩍 넌지시 거볍게 말 건네고픈 마음. <무릎과 무릎 사이> 같은 걸 던져 두고 “네 19금을 어찌 깨뜨려야 좋을지” 두런두런 풀어내고픈 사랑. 웃음.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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