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부터 야하던데요.”
고등학교 2학년 된 아들 있는 K가 한 말. 음. 차례를 바꿔야 할까.
조금 흔들렸습니다. 읽는 이 눈길 꾀려 목차부터 야하게 꾸민 성싶다는 오해를 살까 걱정됐죠. 내 몸 여기저기에 닿았던 느낌과 이런저런 몸짓 풀어놓은 터라 그리 읽힐 수도 있을 것으로 얼마간 미리 짚어 보긴 했어요. 한데 막상 “야하다”는 느낌을 연거푸 전해 듣다 보니 미리 짚어 본 게 백신 구실을 하지 못한 겁니다.
목차가 너무 간단하니 좀 더 풀어내거나 낱말을 덧대는 게 좋겠다는 분도 계셨죠. 음. 차례를 바꿔야 할까. 조금 더 흔들렸습니다. 책에 무엇 담겼는지를 목차가 제대로 내보이지 못할 듯싶어 두려웠죠.
음. 그대로 두자. 마음 다잡았습니다. 하고픈 말 쓰다 보니 ‘무릎’과 ‘손’과 ‘콘돔’ 같은 낱말이 절로 쑥쑥 솟았거든요. 하고픈 말 모두 한 뒤 죽 들여다볼 때 뭔가 흐름 같은 게 짚이는 듯도 했고.
특히 한 출판사 임원께서 해 주신 말씀에 힘 얻었죠. “매우 꼼꼼하게 준비된 내용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지 뭡니까. 삼월 14일 한 언론사 선배도 책 차례를 두고 어깨 두드려 주셨어요. “목차가 재미있네. 이 정도 제목과 목차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이라지 뭡니까. 마음 가다듬었습니다. 그대로 두자.
▴<아들아 콘돔 쓰렴 ㅡ 아빠의 성과 페미니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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