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불 나가니 고요. “어, 왜 이래?”라거나 어이없어 피식 웃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으니까. 똑… 딱 똑딱. 혼자여서. 아, 어둠이 사람을 짓누를 줄 아는 거였네. 새삼. 그놈들 바란 게 이런 거였던 모양이로구나 하는… 아니, 그저 멍한. 똑. 딱. 괴롭고. 아프고. 똑. 딱. 슬프고. 끔찍하고. 음. 거짓 없이 말하는데 “어둠이 가장 힘겨웠다.”
2015년 삼월 15일 한국전력 남인천지사 쪽 사람이 마이너 신문 경기인천센터에 찾아와 세 든 — “세 들었다”고 말하는 게 낯간지러웠지만 아무튼 — 건물의 2014년 12월 치 전기요금 196만9330원을 내지 않으면 “단전될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잠깐 전깃불이 나가는 게(정전) 아니라 아예 전기 공급이 끊길 것(단전)이라니. 풋! 웃음에 침 튀어 나갔다. 어쩜, 단전이라니… 건물에 ‘사람 참 드물다’ 싶던 까닭이 있었던 거. 이곳이 정말 내가 20년 동안 땀 흘린 신문사가 “수도권 경쟁력 강화 교두보”로 만든 사무실이 맞을까 싶었다.
경매됐으되 새 주인을 찾지 못한 4층짜리 건물의 2층 한쪽 구석.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렸고 전기가 끊기게 내버려 두는 곳. 그 마이너 신문사의 인천 송도 경기인천센터를 품은 건물은 2015년 일이삼월 치 전기요금까지 체납되더니 그해 사월 16일 끝내 전기가 끊겼다. 3개월간 쌓인 건물 전기료 970만여 원과 계약 전력 80㎾에 대한 보증금 미납액 800만여 원을 더한 1800만여 원을 내지 못했던 것.
전기료를 내지 않은 채 사라진 회사, 이미 냈기에 억울한 업체, 신문 광고와 인터뷰 따위를 대충 뒤섞어 사무실 임대료와 맞바꾼 마이너 신문사. 어느 곳 하나 한국전력에 1800만 원을 건넬 뾰족한 수가 없었던지 사월 16일 오후 2시부터 8일간 전기를 받지 못했다. 특히 그 마이너 신문사는 건물 옛 주인인 임 아무개 씨에게 관리비 명목으로 다달이 30만 원을 줬다며 체납된 전기요금을 나누어 맡으려 하지 않았다. 전기가 나가든, 다시 들어오든 말든 애쓸 까닭이 없다는 듯했다. 경영하던 회사가 넘어졌고 건물마저 경매된 뒤 파산에 이른 임 씨에게 다달이 30만 원쯤 준 것으로 ‘우리는 할 일 했다는 태도’는 대체 어찌 생겨난 것일까.
그나마 1층에 전기가 꼭 있어야 할 식당이 있어 다행이었다. 건물 안 사무실을 돌며 비용을 나누어 맡기로 하고 자동차 엔진을 고쳐 만든 발전기 3대를 돌려 단전 8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실낱같은 전기를 만들어 냈다. 식당 사장님은 내게 “발전기를 10시간쯤 돌리려면 기름 23만 원어치를 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 비용 부담이 커 당분간 저녁 장사를 접기로 했다”며 “오후 5시 반에 건물 문을 모두 닫을 테니 그 전에 일을 마무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월 17일 아침. 발전 비용 부담이 무거워 엘리베이터를 세웠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하 주차장 전등도 아예 꺼 둔 터라 나는 휴대폰 불빛에 기대 계단을 찾았다. 경기인천센터를 제대로 운영할 낌새조차 내보이지 않던 그 마이너 신문사는 전기가 들어오든 말든 애쓸 까닭이 없었고.
전깃불 나가니 고요. ‘제길, 왜 이래?’라며 피식 웃을 수 없었으니까. 똑… 딱 똑딱. 혼자여서. 아, 어둠은 숨이 막힐 듯 갑갑한 거였네. 새삼. 그놈들 참 나빴구나 하는… 아니, 그저 멍한. 똑. 딱. 괴롭고. 아프고. 똑. 딱. 슬프고. 끔찍하고. 음. 거짓 없이 말하는데 “외롭고 쓸쓸한 게 사람 잡을 성싶었다.”
나는. 빛을 찾았다. 흐릿하나마 창문 너머 햇빛. 건물 밖 햇볕. 뜻 같은 사람(同志)에게 전화해 얻는 큰 빛. “홀로 떨어지지 맙시다. 말 주고받으세요. 힘 받고 마음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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