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기자 — 해고 르포르타주

(3-1) 쓰레기 속으로

eunyongyi 2016. 3. 30. 01:43

마이너 신문사 경기인천센터가 있는 건물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널린 데다 전기마저 끊긴 사정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내내 다툴 거리가 됐다. 나는 있는 그대로를 말했고. 마이너 신문은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게 부끄러운 듯했다.

기업이 넘어져 사람 보기 힘든 4층짜리 건물 안 2층 구석에 자리 잡은 마이너 신문 경기인천센터의 안쪽 방에는 주인 잃은 짐과 쓰레기가 가득했다. 건물 주인이던 이가 파산한 뒤 미처 가져가지 못한 터라 — 언제든 찾아갈 수 있을 테니 — 어찌할 수도 없는 물건들. 청소 한 번 하지 않은 데다 해묵은 쓰레기통 냄새 때문인지 벌레가 꼬이기도 했다.


▴마이너 신문사 경기인천센터 안쪽 방에 있던 주인 잃은 짐. 2015년 6월 3일 오전 11시 36분에 찍었다.


지하주차장은 그야말로 쓰레기 천지. 2014년 십이월 24일부터 2015년 오월 16일까지 5개월여 동안 쓰레기가 널렸었다. 건물을 관리할 사람이 없고, 누군가에게 청소를 맡길 만한 여력을 가진 입주 기업도 없었던 것. 쓰레기를 보다 못한 한 회사가 나중에 비용을 추렴할 생각으로 딱 한 번 청소한 게 다였다. 그때 지하주차장 전깃불을 움직임 감지기(센서)를 갖춘 것으로 바꿔 달았는데 마이너 신문사는 청소를 포함한 관련 비용을 끝내 나누어 내지 않았다. 옛 건물 주인에게 계속 관리비 명목으로 다달이 30만 원을 주고 있다는 핑계로. 음. 경영하던 회사가 2011년부터 시들해져 넘어졌고, 자신마저 파산해 건물에 대해 아무런 권리가 없는 이에게 관리비 명목으로 다달이 돈을 줬다며 모든 걸 갈음하려 드는 건 대체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의 사무실 임대 체계인지.

2015년 오월 16일 지하주차장을 한 번 청소했다고는 하나 1층과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계속 더러웠다. 그해 구월 말 내가 더 견디지 못하고 마이너 신문사를 떠날 생각을 굳혔을 때까지 지하주차장과 1층 사이 계단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치워지지 않았다.

나는 그 모든 걸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마이너 신문사 경기인천센터가 유배지인 터라 청소마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라는 걸 노동위원회에 밝혀야 했기에. 청소하지 않는 게 얼마나 이어지는지, 왜 단전(斷電)에 이르렀는지 따위의 까닭을 그러모았다. 내가 매우 더러운 곳에 유배됐음을 알려야 했으니까. 그리 알려야 노동위원회 공익 위원이 ‘마이너 신문이 이 친구를 매우 괴롭힌 것 같네!’ 할 테니까.


▴2015년 4월 6일 아침 8시 59분 마이너 신문사 경기인천센터 지하주차장에 널린 쓰레기.


마이너 신문사 몇몇은 그러나 천연덕스러웠다. 경기인천센터가 “업무를 진행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으며 건물 관리도 원활히 이뤄진다”고 주장한 거. 그리 시치미를 떼어 아무렇지 않은 체하는 게 조금 면구스러웠는지 “판교 등 경기 서남부 지역으로 사무실(경기인천센터) 이전을 추진한다”고 슬쩍 덧붙였다. 음. 경기인천센터를 아주 내팽개친 건 아닌데 송도에 있는 사무실이 조금 더러울 수 있는 듯도 해서 환경이 조금은 더 나을 성싶은 판교 같은 데로 센터를 옮기려 한다는 둥 스리슬쩍 노동위원회 공익 위원들 눈길을 어지럽히려 했던 것.

꼼수. 경기인천센터장인 E로 하여금 송도처럼 임차료 없이 다달이 얼마간 주는 것으로 갈음할 — 큰돈 들어가지 않을 — 사무실을 한 번 찾아보라 했을 뿐이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E는 내가 사직하려고 마음을 굳힌 2015년 구월 말에야 겨우 경기 안양에 쪽방 같은 공간을 구했지만 이내 문을 닫고 말았다. 그해 십일월 마이너 신문사에서 경기인천센터가 아예 사라진 거. E는 지방으로 내쫓겼고.

휴대폰을 들자. 궁지로 내몰린 증거를 찍어야 한다. 나는 사진을 찍고 모으긴 했으되 나중에 쉬 찾아볼 수 있게 잘 나누어 두지는 못했다. 조금 게으른 탓. 찍어 둔 사진을 제대로 간추리지 못해 ‘아차!’ 하거나 제때 증거로 내밀지 못한 일이 잦았지만 그나마 휴대폰 들었기에 — 사진에 마음과 생각 담았기에 — 굽히지 않고 얼마간 맞서 견디어 낸 성싶다.


'벼랑 끝 이기자 — 해고 르포르타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명예   (0) 2016.04.09
(3-2) 세 시간 달려   (0) 2016.04.04
(3) 눈가림   (0) 2016.03.27
(2-1) 전기 끊김이 고요 윽박질러   (0) 2016.03.26
(2) 외딴섬   (0) 2016.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