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과 무릎 사이. 클래식. 콘돌은 날아간다. 셰임. 클로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플래시 댄스. 은교. 360.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애마부인. 산딸기. 진아의 벌레 먹은 장미. 섬. 티스. 숏버스. 캐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그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시네마 천국. 리틀 칠드런.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 박하사탕. 채식주의자.”
새 책 <아들아 콘돔 쓰렴 ㅡ 아빠의 성과 페미니즘>에 담아낸 영화 이름입니다. 제가 좋아했거나 가슴 졸이며 본 그림들이죠. 가슴 졸인 건 어릴 때 몰래 ‘18금’ 깨뜨리느라 그랬고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숏버스> 같은 영화 안 뜻밖 이야기와 그림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제가 본 영화는 더 많습니다만 세상 모든 아들을 위해 ‘십팔19금’을 깨뜨리려다 보니 <셰임>와 <은교> 같은 걸 꺼내게 됐네요. 저는 열예닐곱 살 때 <무릎과 무릎 사이>와 <진아의 벌레 먹은 장미> 같은 영화를 몰래 보며 자랐습니다. 포르노 잡지와 영화도 봤죠. 이리저리 마구 부딪쳐 깜짝깜짝 놀라 가며 열여덟 열아홉 살을 건너왔어요. 성(性)을 두고 올바로 배우지 못한 채 눈과 몸으로 부딪다 보니 온통 어설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 담아 <아들아 콘돔 쓰렴>을 썼어요. 세상에 저처럼 어설픈 아들 더 없길 바랐죠. 착한 남자 더 많아지길 바랐고.
?전주 영화의 거리. 어릴 적 제가 영화 보러 피카디리·명화·제일 극장으로 깃들던 곳. 언제 한번 다시 가 볼 생각입니다. (사진= 다음지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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