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은 지음. 동녘 펴냄. 2017년 4월 17일 초판 1쇄.
나는 학교에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고, 성적도 안 좋고, 학교는 너무 억압적이고,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9쪽).
스무 살은 무조건 대학생이거나 재수생이어야 하고, 여자는 머리가 일정 정도 이상 길어야 함은 물론, 예뻐지길 욕망하는 거라는 견고한 편견들. 아무 생각없이 뱉은 질문은 정말 ‘생각이 없어서’ 폭력이 된다(11쪽).
조건 없이 사랑받는 순간 나오는 힘은 그간의 조건 있는 사랑이 얼마나 가볍고 위태로웠는지 확인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31쪽).
“저는 세상의 어떤 도덕이나 규율이 아니라, 언니의 존재를 믿어요(33쪽).
완벽하다고 믿었던 관계 속에서 걸리는 점이 보이기 시작한 건, 초등학생 무렵이었다. 여자들은 부엌에서 일하고 남자들은 앉아서 텔레비전 보는 모습을 볼 때, 엄마는 할머니 집과 외할머니 집에 가서도 일하고 아빠는 어디를 가도 쉬는 모습을 볼 때 그랬다(50쪽).
우리는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고 ‘어떤 모순’ 혹은 ‘어떤 문제’를 일상적으로 반복하고 있었다(63쪽).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서도 내가 모르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용기 갖기(123쪽).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은 ‘불쌍하고 재수 없는 한 여자’와 ‘정신이상자 사이코패스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여성이 일상처럼 겪는 서사다(126쪽).
(각주) 2002년 대선 기간에 개혁국민정당 내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당 집행위원이었던 유시민이 문제 제기한 사람들을 향해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 줍고 있다”며 비판한 적이 있다(129쪽).
자신의 인식을 성찰하고 변화하려는 노력 없이 “내가 또 맨스플레인했네. 이렇게 말하면 또 맨스플레인으로 보이나?”라는 손쉬운 반응은, 결국 자신의 상황을 희화시키며 권력관계는 그대로 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반영한다(134, 135쪽).
페미니즘은 앎과 삶의 분리와 간극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스템을 논하기에 앞서 지금 이곳에 스며든 폭력을 돌아보게 만드는 지침이다(141쪽).
내가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마땅히 누려왔던 권리, 평범한 인식을 돌아봐야 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건 지식을 쌓으며 ‘확신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의 관념을 ‘의심하는’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164쪽).
지구를 위해서라도 인간을 재생산하지 않겠다는 신념(173쪽).
시인이자 페미니스트인 뮤리엘 루카이저는 말했다. 한 여성의 시간과 몸의 서사에 세상 곳곳의 폭력과 차별이 배어 있고, 그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들을 불러낼 거라고(181쪽).
‘나’니까 살아온 경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어려운 과정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우리는 아래에서부터 퍼지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248쪽).
남자친구만이 아니라 사회적 활동을 하며 만난 남자들도 나를 동료라고 여기기 전에 잠재적 연애 대상 혹은 자신이 가르쳐 줘야 하는 부족한 여자로 여겼다(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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