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수 지음. 문화과학사 펴냄. 2011년 6월 21일 초판 1쇄.
자본주의 초기 일=남성/ 가정=여성이라는 허구적인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형성됐고, 여성노동에 대한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의 영향은 여전히 견고하다(11쪽).
일제하 식민지 교육정책하에서 조선인들에게는 교육기회가 제한됐으며 특히 여성들은 교육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28쪽).
조선방직. “남녀 2000여 직공 중 여공 1000명 기숙사가 있는 큰 공장.······중략······여공들은 5시 30분에 잡역의 등살에 일어나 6시 식당, 저녁 6시 30분 귀사, 초급은 월급 25전, 1주간마다 야근을 교대로 했는데 돈은 부모님께 보내고, 겨우 옷을 사 입으면 다행, 일요일에 동무들과 외출하는 게 가장 큰 낙. 회사 안에서 어쩌다 연애를 하게 되면 무조건 해고였고, 파업 때도 물론 해고라고 한다(39쪽).” ㅡ 동아일보 1934. 1. 2.
공장 내의 사원이나 남공의 경우 1년 단위의 계약인 데 비해 여공에게는 3년에서 5년까지 장기간 강제적·구속적 고용기간이 적용됐던 것이다. 이는 실제적으로 여공이 다른 공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금지하고 여공을 마치 노예처럼 공장에 묶어 두는 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47쪽).
일본 방적 독점 대자본의 조선 진출은 무엇보다도 식민지 초과이윤의 창출에 있었다. 여성 노동자가 가장 집중돼 있던 방직공업 분야는 식민지 여성들의 풍부하고도 저렴한 노동력을 혹사시킴으로써 고이윤을 획득해 간 대표적인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중략······자본주의 발생 초기부터 여성 노동자들은 가장 값싸고 다루기 쉬운 노동력으로 이용돼 왔다. 자본주의가 최초로 발전한 영국의 면방직 여성 노동자의 경우에도 1833년경 여성의 임금은 남성 임금의 1/3에서 ½ 수준을 받는 데 불과했다. 일제하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의 특수성은 자본주의 사회의 이 같은 일반적 특징에 더해 식민지적 상황에서 보다 낮은 기아 수준의 저임금을 강요받았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49쪽).
산업자본주의 초기 가족 또는 소작업장 규모로 운영되며 작업과정이 세분화되지 않은 제조업의 경우에는······중략······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노동시간을 노동자가 규제할 수 있었으며,······중략······한바탕 일을 하고 한바탕 노는 일이 반복됐다. 거의 모든 업종이 월요일도 휴일처럼 보내는 성 월요일의 관습을 엄수했으며, 주 나흘의 노동일이 보편적이었다고 한다(75쪽).
조선의 경우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유난히 저조한 것은 여성들의 교육정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여자의 활동을 금하는 재래의 습관 때문.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천하게 여기거나 불행한 여자이거나 변태생활처럼 취급하는 재해의 관습(141쪽).
모성의 근대화 담론은 정작 어머니로서의 여성 주체는 배제한 채 아동과 의학 또는 전문가 담론으로 진행돼 여성을 가정에서 해방시키기보다는 더욱 전문적인 가정주부로 묶어 놓는 데 기여했다(145쪽).
일제하 가정중심성의 이데올로기와 모성 역할 강화는 사회적으로는 중산층 지식여성의 취업을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역할을 가정에 옭아매는 기능을 했다(148쪽).
가정 영역에서는 전통적인 여성관념의 강화를 통해 자신의 통치기반을 다져나간 일제는 다른 한편에서는 식민지 산업화를 위한 노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여성 노동력의 사회진출을 촉구하거나 동원해 나갔으며, 근대적 제도의 적응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과 훈련을 위해 교육기회를 확대해 나간 것이다(179쪽).
여성에게 취업은 정체성의 자원이라기보다는 생계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고 따라서 일하는 여성들은 자신을 불행하고, 외로운 존재로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즉 직업생활의 고백은 ‘눈물의 고백’이며 언젠가 벗어나야 할 고통의 상황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됐다(187쪽).
계몽주의적 민족주의자들은 민족의 실력양성을 위해 의식주 전반의 개조라는 ‘가정개량론’을 내세웠으며, 일제 식민정부 역시 통치목적에 맞게 우리 가정생활의 풍속을 교정하려는 정책을 계속 실행했다(230쪽).
식민국가는 남성 성인에게 가장의 권위를 강화시켜 줌으로써 효율적 통치기반을 마련했고, 남성 성인들은 여성에 대한 지배권을 이양받고 식민통치에 순응했다(232쪽).
(한국 기업에서) 여성들의 희생을 담보로 임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전근대적 구조는 아직도 재생산되고 있다(252쪽).
여성 노동자의 임금이 남성 노동자 임금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 같은 남녀차별임금 구조는 식민지 조선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차별적인 남녀임금격차는 일본 특유의 노동관행이었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 조선에도 적극적으로 이식됐던 것 같다(277, 278쪽).
1997년 경제위기시 기업들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여성을 우선 퇴직시키거나 여성집중직종을 비정규직화하는 방식으로 여성 노동력을 비정규직화했으며, 해고 이후 동일한 일자리를 비정규직 여성 노동력으로 대체하고 있다(321쪽).
1970년대 중반 이후 미혼 여성 노동력 활용에 기반을 둔 경공업 중심의 공업화에서 남성 노동력을 핵심 인력으로 하는 중화학 공업화가 추진되면서 우리 사회는 노동자 계층이 크게 확장되고, 무엇보다도 남성의 바깥 세계의 취업과 일이 우선시되는 ‘일중심적 사회조직’으로의 변화가 진전된다(347쪽).
여성의 노동에의 참여가 여성의 삶에 새로운 ‘일 ㅡ 가족 균형’을 열어 주는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인 가족 책임에 부과해 노동을 통해 불평등한 일과 가족의 접합을 감내하도록 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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