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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ㅡ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eunyongyi 2019. 11. 16. 14:53

수전 팔루디 지음(1991년). 황성원 옮김. 아르테 펴냄. 2017년 11월 30일 1판 1쇄.


우리는 명백한 흠모자에게서 반짝이는 싸구려 장신구를 받아 내려고 멈춰 서 버렸다. 그 흠모자는 시장이고, 싸구려 장신구는 해방의 언어를 새롭고 강력한 예속의 도구로 사용해 온 상업 문화의 풍요로움이다(27쪽).······중략······2006년 1월 수전 팔루디(30쪽).


여성들이 그렇게도 ‘자유’롭다면 어째서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자유는 지난 10년보다도 더 위험한 상태에 놓였을까?······중략······미국 대법원은 1973년에 부여한 권리 ㅡ 합법적으로 낙태할 권리 ㅡ 를 옹호하는 데 대단히 미온적이다(37쪽).


진실은 지난 10년간 여성운동이 어렵사리 쟁취한 한 줌의 작은 승리를 무력화하려는 노력, 여성의 권리에 대한 강력한 역습, 반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역습은 대체로 은밀하다. 이 역습은 대중문화라는 허울을 쓴 히틀러식의 거짓 선동으로 뻔뻔하게 진실을 거꾸로 세우고, 여성의 지위를 고양시킨 모든 조치들이 사실은 여성의 지위 하락을 야기했다고 주장한다(42쪽).


연구자들에 따르면 합법적인 방식의 낙태는 “이후 여성의 임신 능력에 아무런 부작용을 미치지 않았다(88쪽).”


1972년 가족사회학자 제시 버나드가 했던 경고는 아직도 유효하다. “결혼은 여성의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97쪽).”


전시 경제를 통해······중략······강한 여성은 문화적 상징이 됐다. 리벳공 로지는 숭배 대상이 됐고, 1941년에는 원더우먼이 등장했다(115쪽).

광고업자들은 전시에 보내던 메시지(여성도 일을 하면서 가족 생활을 즐길 수 있다)를 거꾸로 뒤집어 이제는 여성은 선택을 해야만 하고, 그 선택은 가정뿐이라고 주장했다.······중략······만화에서는 전후의 원더우먼마저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117쪽).


페미니스트 작가 수전 그리핀의 말처럼 “혼자라고 느끼는 상태에서는 억압을 알고 있어도 침묵하게 된다(125쪽).”


싱글 여성을 정신 질환자로 그리는 미디어의 방식은 오래된 전통이다.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언론들은 싱글 여성들이 ‘음욕’과 ‘결혼 공포’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1900년대 초에 잠시 싱글 여성들을 발랄한 ‘독신녀’라고 부르며 명예를 복원시켰다가 대공황이 진행되는 동안 다시 한 번 이들을 정신 질환자로 몰아세웠다(177쪽).


1950년대에 이르자 오므린 무릎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가진 마릴린 먼로로 상징되는 굴복당한 여성의 이미지가 승기를 잡았다.······중략······1950년대에는 여성들이 <하이 눈>(1952), <셰인>(1953), <더 킬링>(1956), <12인의 성난 사람들>(1957)에 이르는 당대 최대의 영화 대부분에 아예 등장하지 않음으로써 목소리를 잃었다(201쪽).


할리우드에서 1987년은 여성의 독립을 상대로 반격을 감행하기 위한 주홍글씨의 해였다(203쪽). 


여성에 대한 1980년대 트렌드 기사를 전부 모아서 어떤 텔레비전 드라마 대본 기계 속에 집어넣는다면 <서른 몇 살>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265, 266쪽).······중략······인물들은 1950년대 텔레비전의 가정적인 이미지들을 상대로 싸우는 시늉만 하다가 흔쾌히 거기에 굴복했다(266쪽).


<라이프>는 1989년 6월 호 표지를 “브라 만세”라는 100주년 기념 갈채에 바쳤고, 역시 데이터도 없이 여성들이 고급 디자이너 브래지어와 코르셋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304쪽).


그러면 레이스 장식이 달린 빅토리아 풍의 속옷은 누가 사는 걸까? 존슨이 말했다. “남자들이요(309쪽).”


이들(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프리미엄 남성 속옷 제조업체인 조키의 베테랑들)은 여성들은 레이스가 없는 속옷을 사지 않을 것이고 허리에 “남성적인” 조키 라벨이 들어간 팬티는 더더군다나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310쪽).


뉴라이트에게 주적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이었다(364쪽).


“진정 성령으로 충만한 여성이라면 남편에게 전적으로 복종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해방된 여성이다. 하나님이 여성에게 원했던 것은 복종이다(385쪽).”

ㅡ 비벌리 라헤이, <성령 충만한 여성>


가사 노동에 대한 라헤이의 분석······중략······나의 경우 날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건 큰 문제들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면서도 너무 하잘것없이 보이는 무한한 작은 일들이 만들어 낸 억울함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날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 난 하루하루 판에 박힌 듯 똑같은 일들, 더러운 양말을 치우고, 젖은 수건을 널고, 옷장 문들 닫고, 누군가 켜 놓고 나간 전등을 끄고, 장난감이 널브러진 곳에 길을 만드는 등의 일을 하고 또 한다(387쪽).


레이건 정부 시절에는 군대 내 여성의 진보도 곧 박살이 났다(545쪽).

마를린 샌더스는 “지방 텔레비전에서 남녀 공동 진행자 대부분이 대다수의 남성 재혼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553쪽).


(1980년대 호전적인 낙태 반대 운동에서 핵심 인물이었던 구조작전의 설립자 랜들 테리의 이모인) 이 네 자매는 모두 낙태가 합법화되기 전 미혼이던 10대 시절에 계획에 없는 임신을 했다. 랜디는 사실 이런 임신의 결과물이었다. 한번은 콘돔에 문제가 있었다. 또 한번은 남자 친구가 마지막 순간에 빼겠다고 해 놓고 빼지 않았다. ‘실수’가 무엇이었든 대가를 치르는 건 여성이었다. 돈은 대학 장학금과 예술가로서의 경력을 포기하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임신한 그녀의 턱을 주먹으로 날리는 그런 남자와 결혼을 했다. 다이앤은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마지막 해 몇 달 동안 불법 낙태 시술소를 찾아다녔다. 임신 5개월째에 겨우 찾아낸 ‘의사’는 그녀에게 500달러를 받고 식염수를 주사하고는 낯선 사람의 집에 그녀를 버려두고 갔다. 그녀는 출혈이 너무 심해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598쪽).


낙태 반대 전사들은 가장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반격의 대리인들이었다.······중략······1973년 낙태 합법화 판결 이후 수년간 벌어진 낙태 반대 작전은 이미 유명하다(604쪽).


태아를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 독립적인 환자로 처음 정의했던 의사들은 이제 임신부를 치료 거부권이 없는 보조적인 관계자로 정의하기 시작했다.······중략······판사들은 의사의 편을 들었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의지를 이행할 사법력을 요청할 때면 법원은 거의 항상 이에 응했다. 그리고 판사들 역시 태아의 권리를 지키는 운동에 동참하는 한편, 종종 임신부들을 살아 있는 완전한 인간으로 여기지 못하는 듯했다(627쪽).


반격은 여성들에게 여성으로 존재하는 삶과 독립적인 삶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격은 여성을 위해 대신 선택을 해 줬다. 만일 자기 결정권을 위한 부자연스러운 투쟁을 포기할 경우 자연스러운 여성성을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이안아미드의 여성들에게는 이렇게 미리 정해진 선택지마저 주워지지 않았다.······중략······자궁이 없어진 여성 노동자들은 이제 일자리마저 잃게 됐다(655쪽).


자궁 내 피임 기구는 골반염에 걸릴 가능성을 9퍼센트 증가시킨다(6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