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삼킨 형제의 이상한 회사··· 실체 없다
By Eun-yong Lee
창간 ㅡ 1982년 9월 22일 ㅡ 38년째인 전자신문의 1대 주주 ‘이티네트웍스’가 유령 회사이거나 페이퍼 컴퍼니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은커녕 사무실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이티네트웍스 등기부에는 2018년 5월 10일 대표이사로 취임한 구원모 전자신문 회장, 같은 날 이사로 적어 올린 구 아무개 씨만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은 친형제다.
이티네트웍스는 2013년 1월 11일 구원모 전자신문 당시 사장과 그의 손위 둘째 형 구 씨와 김 아무개 씨가 만든 기업투자목적 유한회사. 5000만 원으로 시작한 자본금을 그해 1월 31일 31억6000만 원, 2월 28일 61억 원으로 늘렸다. 60억 원이 전자신문 지분 26.18%를 취득하는 데 쓰였고, 김 아무개 씨 뒤 실제 투자자가 40억 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2월 15일 전자부품기업 미래나노텍과 디스플레이테크도 각각 30억 원을 들여 전자신문 지분 13.09%씩을 손에 넣었다. 두 회사 지분을 더하면 26.18%로 이티네트웍스가 가진 양과 같았고 우호 관계여서 구원모 당시 전자신문 사장은 세 회사 지분을 합한 52.36%짜리 지배력을 얻었다. 금액으로는 모두 1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헤아려졌다.
구원모 전자신문 당시 사장은 2014년 2월 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단체교섭 조정회의에서 “전자신문 1대 주주가 되기 위해 150억 원을 투자했다. 남들은 그 돈으로 여생을 편히 살아도 될 텐데 왜 전자신문에 투자하느냐고 묻지만 나는 전자신문 공채 4기 선배로서 정말 회사를 잘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티네트웍스와 미래나노텍과 디스플레이테크 투자액을 합친 120억 원보다 30억 원이 많았고, 총액을 혼자 다 태운 것도 아니었지만 ‘그만큼 큰 금액을 유치했다’는 뜻으로 읽혔다. 구 회장은 투자액 집계에서 왜 30억 원이 차이가 났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이티네트웍스와 미래나토텍과 디스플레이테크의 전자신문 지분은 여전히 52.36%. 특히 같은 해 4명이었던 이티네트웍스 이사진이 구원모 전자신문 회장과 그의 둘째 형 구 씨만으로 정리돼 두 사람의 전자신문 지배력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였다.
사무실 같은 건 없어
경기도 안양시 장내로 ◯◯빌딩. 연건평 4075.73제곱미터로 지하 2층 지상 7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이다. 안양역 앞 목이 좋아 “안양 1번가”로 불리는 곳에 자리 잡은 터라 피시방과 당구장과 술집과 화장품 가게가 세 들어 있다. 등기부로는 이곳에 이티네트웍스 ‘본점’이 있어야 한다.
“없어요. (사무실 같은) 그런 건 없어요.”
지난 8월 8일 ◯◯빌딩 관리인 말. “여기 이티네트웍스라는 회사 사무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이티네트웍스를 “모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건물 안엔 사무실 같은 건 없었다. 그나마 사무실로 쓰일 만한 곳은 1층 주차장 옆에 자리 잡은 0.5평 남짓한 공간뿐이었고, 그곳에 건물 관리인이 앉아 있었다. 건물 안 점포 세입자도 “사무실 같은 건 모르겠고, 관리인은 한 분 계신다”고 말했다. 12월 5일에도 사무실 존재를 거듭 물었지만 “여긴 아무것도 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한 기업 재무담당이사(공인회계사)는 “유령 회사가 맞겠네요. 처음에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소재지가 사라졌으니까. 직원이나 사무실이 없고 휴폐업 처리도 안 되어 있으면 통상적 관념에서 유령 회사”라고 짚었다. 한 회계법인 이사(공인회계사)도 “요즘엔 근린생활시설(◯◯빌딩)을 법인의 주된 사업장으로 쓸 수 있게 허가해 주지 않는다"며 “(이티네트웍스는) 거의 페이퍼 컴퍼니겠네요. 건설사에서 투자목적법인이나 유동화 회사를 할 때 페이퍼 컴퍼니로 하고는 한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만 살려 둔 채 “절세나 자금, 회계 처리를 위해 (사무실과 직원 없이)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을 두고 월급 줄 생각도 없고 법인만 이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안양시 관내로 ◯◯빌딩(왼쪽). 이티네트웍스와 정후건설 사무실은 없고 한 평도 되지 않는 건물 관리소(가운데)만 있다. 오른쪽 빨간 원은 1층 주차장 옆 건물 관리소 위치.
◯◯빌딩 소유자는 정후건설. 1992년 3월 30일 설립돼 부동산임대업과 프로그램개발공급업을 하는 자본금 1억 원짜리 회사로 구원모 전자신문 회장의 둘째 형인 구 씨가 지분 30%를 가진 1대 주주이자 대표이사다. 구원모 회장은 지분 20%로 2대 주주. 뒤를 이어 두 사람의 누이가 15%, 남동생과 외척 한 사람이 10%씩을 가졌다. 구원모 전자신문 회장과 구 아무개 정후건설 대표이사와 두 사람 어머니가 가진 토지 네 필지 618.2제곱미터 위에 ◯◯빌딩이 있다. 등기부로는 정후건설 사무실도 ◯◯빌딩에 있어야 한다.
◯◯빌딩 관리인은 그러나 정후건설 사무실도 건물 안에 “없다”고 말했다. ◯◯빌딩은 정후건설 사무실이 있는 곳이 “아니고, (그게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8월 13일 구 아무개 정후건설 대표이사 소재를 두고도 “여기 안 계시고, 나도 (그가 있는) 거기 전화번호는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빌딩 안에 사무실 같은 건 “없다”는 그의 말이 거듭 확인됐다. 12월 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구 아무개 정후건설 대표이사이자 이티네트웍스 등기 이사는 어렵게 이뤄진 통화에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로도 정후건설과 이티네트웍스 사무실 위치, 전자신문에 투자한 계기, 이티네트웍스 자본금 61억 원 가운데 정후건설 쪽 지분, 2018년 5월 이티네트웍스 지분을 정후건설 쪽에서 모두 확보한 것인지 등을 거듭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서울 신당동에서 색다른 대출
2015년 10월 23일 정후건설은 안양시 ◯◯빌딩을 담보로 삼아 IBK기업은행 서울 신당역(성동)지점에서 26억8800만 원을 빌렸다. 사흘 뒤 같은 담보로 구 아무개 정후건설 대표이사가 2억4000만 원을 더 대출했고, 2019년 2월 19일엔 그의 손아래 셋째 동생도 2억4000만 원을 빌렸다. 모두 31억6800만 원인데 ◯◯빌딩을 지을 때 쓰인 가족 토지 네 필지까지 함께 담보로 내놓았다. 두 필지는 구원모 전자신문 회장 소유다.
정후건설이 시설·일반 자금으로 기업은행에서 대출한 돈은 더 있어 2017년 12월 기준으로 52억4000만 원, 담보 설정 금액이 62억8800만 원이다. 이 차입금에 구 아무개 대표이사와 친인척의 과수원·밭·근린생활시설(◯◯빌딩)이 담보로 제공됐고, 대표이사 연대보증까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구 아무개 정후건설 대표이사는 기업은행 차입금 가운데 이티네트웍스의 전자신문 지분 투자에 쓰인 돈이 있는지, 굳이 서울 신당역지점에서 대출한 까닭이 무엇인지를 묻는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IBK기업은행 서울 신당역점(왼쪽). 오른쪽은 디스플레이테크가 2013년 2월 15일 30억 원을 치르고 전자신문 지분 13.09%를 확보한 걸 보여 주는 사업보고서.
전자신문도 2017년 IBK기업은행 서울 신당역지점에서 30억 원을 ‘단기 차입’했다. 한데 이 돈을 ‘대표이사가 지급 보증’했다. 구원모 전자신문 회장이 회사가 30억 원을 갚지 못하면 자신이 대신 내겠다고 약속한 것.
앞서 정후건설과 이티네트웍스 실체를 살펴본 회계법인 이사는 이를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봤다. 기업 재무담당이사도 “전자신문 토지의 담보 여력(공시지가 74억 원, 차입금 총계 60억 원)이 충분한데 부동산담보대출이 아닌 대표이사 지급 보증 대출을 이용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짚었다.
김재욱 전자신문 경영지원실 부국장은 구원모 회장 지급 보증을 두고 “은행에서 요식 행위로 그냥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서울 신당역지점에서 대출한 “30억 원은 자사주 매입”에 썼고, 돈을 빌릴 때 전자신문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는 게 회사에 훨씬 이익 아니냐”고 덧붙였다. 송관호 전자신문 감사는 ‘그동안 전자신문에서 대표이사 지급 보증으로 대출이 이뤄진 적이 없다’는 지적에 “예전하고는 다르다”며 “사실은 구원모 회장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회사 지분을 (생각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의 은행 차입을 두고 대표이사가 지급을 보증해도 좋을 만큼 회사 지배력을 갖췄다는 뜻으로 읽혔다.
구원모 전자신문 회장은 “(기자와) 얘기할 내용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정후건설·이티네트웍스 사무실 위치와 직원 수, 두 회사 소재지가 경기 안양인데 기업은행 서울 신당역지점에서 대출한 까닭, 2017년 대출금 30억 원을 대표이사가 지급 보증한 이유와 쓰임새 등을 거듭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구 회장의 손위 둘째 형 구 아무개 씨도 끝내 입을 다물었다.
1982년 9월 22일 창간한 전자신문은 1980년 언론 통폐합 해직 기자 16명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으로 옥고를 치른 박종만·이기중 기자 들이 편집국 언론 자유 바탕을 다졌다. 특히 1987년 11월부터 1988년 2월까지 벌인 노동조합 파업에 힘입어 특정 자본에 의존하거나 지배되지 않는 편집권 독립 체계를 이뤘다. 1998년 노동조합이 와해되기 전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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