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31일. 나는.
오월 31일. 1989년. 이십육 년 전. 스물하나. 나는. 군대에 갔다.
국가가 정해 둔 27개월의 첫날. 나는. 미칠 듯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던 그 막막함… 캄캄함. 나는. 11개월 만에야 첫 휴가를 나왔다. 1990년 겨울(2월) 도상 훈련으로 대체하기 전에 치른 마지막 한미 ‘팀스피릿’ 전쟁 연습 뒤였다.
첫 휴가 전 11개월간. 나는. 전두환의 삼청교육대가 있던 곳에서 신병 훈련을 받았고. 1980년 오월 광주에 갔던 걸 자랑삼아 말하는 자의 무릎 관절을 그자가 잠 들 때까지 주물렀으며. 그자가 광주에서 썼던 ‘충정봉’을 들고 내가 다닌 학교를 가상한 소요 진압 훈련을 했고. 야전삽으로 불현듯 등을 맞아 한동안 숨을 틀 수 없을 때 ‘이대로 정신을 놓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으며.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진 장갑차 철판에서 총을 낀 채 겨울 한뎃잠을 잤다. 뭐라… 그 먹먹함… 컴컴함. 나는. 무력했다. 입 안에 욕을 두고 씹었다.
제대하기 전 16개월간. 나는. 온몸이 근질거릴 정도로 근육에 힘이 올라 주체하기가 버거웠고. 총신 짧은 K1A 소총임에도 스무 발을 쏴 늘 열여덟 개 이상을 표적에 꽂았으며. 전투라도 치르듯 공을 차며 내 절정 몸무게가 육십사 킬로그램인 걸 알았고. 81밀리 박격포 세 문의 탄착점이 한곳에 모이게 계산하는 능력이 좋아졌으며. 군홧발에 칼이라도 들면 무서울 게 없을 듯했다. 뭐라… 그… 꺼림… 두려움. 나는. 생때같은 자식이었다. 열아홉, 스물, 생때같던 때로 돌아가지 못했다.
오월 31일. 2015년. 이십육 년 뒤. 마흔일곱. 나는. 군대 가위에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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