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기자 — 해고 르포르타주

못난 마이너 A

eunyongyi 2016. 7. 24. 00:31

못났다. 마이너 신문 속 A. 생김새가 보통보다 못하다거나 얼굴이 예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생김새를 두고 그저 “못났다” 하면 한낱 놀림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한두 번 비웃고 마는 걸로 A가 한 나쁘고 못된 짓을 묻히게 할 순 없다.

A가 ‘못났다’는 건 능력이 많이 모자라고 어리석기 때문. 생각이 좁아 하는 짓 생긴 꼴마저 서툴고 천해 “참 못났다”는 게 툭툭 튀어나왔다. 마이너 신문 속 A를 아는 이는 잘 알리라. 무슨 얘기요 어떤 뜻인지. A가 누구인지 가늠해 보고는 피식 웃을 수도 있겠고.

A. 스스로 열등하다 여기는 게 많았다. 왠지 모를 일인데 공과 대학 출신인 걸 부끄러워했다. 다른 이와 대학 시절 전공을 두고 말하다가 신문방송학 같은 게 나올라 치면 “나는 공대 나왔잖아”라며 오그라지는 낌새. 공대를 나와 언론계에 발을 들인 걸 궁색해하는 성싶었다. “나는 18개월 방위야”라며 제 스스로 움츠리던 것과 비슷했고. 언론계 첫발을 마이너 신문보다 작은 곳에 들인 뒤 회사를 옮긴 것도 제 마음에 거리낀 듯했다. 마이너 신문에 공채되지 않고 경력 기자로 합류한 걸 두고 움츠러졌던 거.

나중에 좀 더 짚겠지만 A처럼 작은 매체에서 경력을 쌓은 뒤 회사를 옮긴 기자 가운데 몇몇의 탐욕이 마이너 신문을 지배했다. 그 몇몇 때문에 공채된 기자뿐만 아니라 나중에 합류한 젊은 경력 기자들마저 울었다. 마이너 신문이 자본에 눌려 빌어먹느라 스러지게 된 까닭이 그자들로부터 흘러나왔다. 특히 A가 따르던 L은 신문 아래쪽 5단 광고를 두고 “아랫도리”라 부르며 기사 팔아먹기를 밥 먹듯 했고. 그걸 능력인 양 자랑삼아 떠들고 “촘촘한 골프장 잔디가 산소를 얼마나 많이 내뿜는 줄 아느냐”며 기업체의 접대 골프를 즐겼다. L이 골프장 잔디를 두둔한 건 ‘산 깎고 나무 잘라 지구 숨통을 죈다’는 여러 후배 기자의 골프 비판에 대한 대거리. 시쳇말로 ‘기레기’였던 L이 충복인 줄 알았던 A에게 뒤통수를 맞았더라는 ― 재미있거나(?) 욕지기 솟는 ― 얘기는 뒤로 미루자. A를 두고 말할 게 많이 남았으니.

A. 편집 기자였던 걸로도 주눅 들었다. 취재해 보지 않아 아는 사람 많지 않은 데다 기사나 칼럼을 제대로 써 본 적 없다는 걸 부끄러워했고. 그게 주눅 들 일인가. 창피할 일도 아니다. 취재 기자만으로 신문 만들 수 있나. 없지. 그걸 잘 아는 자가 그리 주눅 들다니. A, 올바른 신문 제대로 만들려 함께 땀 흘리는 여러 편집 기자께 고개 숙여 사과해야 마땅하겠다. 수많은 한국 편집 기자는 “당신(A)처럼 작은 ― 마이너 ― 권력 핥느라 허투루 편집하지 않고 참되게 땀 흘리기 때문이다.”

A. 한 달에 법인카드를 500만 원 이상씩 써 문제가 됐다. 외부 영업보다 마이너 신문 속 ‘기레기’ 몇몇을 암암리 제 밑에 두느라 카드를 더 많이 썼다. 마이너 신문이 내어 준 고급 자동차에 ‘기레기’ 몇몇을 태우고 멀리멀리 밥이나 술 먹으러 다니느라 긁고. ‘기레기’ 몇몇과 골프 치며 긁었다. 마이너 신문 사장이 ‘비용 절감’을 주문하자 다달이 120만 원쯤 지급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내보냈는데 제 놈 법인카드 씀씀이를 4분의 1 — 125만 원 — 쯤만 줄였으면 됐을 일. 제 헤픈 법인카드 씀씀이는 그대로 둔 채 1년 동안 함께 땀 흘린 노동자를 외면한 — 인간미 없는 — A 때문에 ‘마이너 신문은 오래 있을 회사가 아니’라고 느낀 동료가 많았다. 마이너 신문 사장은 회사를 좀먹는 A의 본디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색안경을 쓴 듯했고. A는 사장에게 씌운 색안경을 흠 없는 구슬로 여겼는지 2015년 칠월 24일(금), 대담하게도 대낮에, 이른바 ‘수하(手下)’들과 골프를 쳤다. 휴가 신청 같은 것 없이. 골프 즐긴 값? 법인카드였겠지. “그래, 잘했다. 잘했어. A가 마이너 신문의 맨 끝을 짓겠구나.”

A. 2012년 사월. 굴지 대기업에 기사와 광고 게재를 약속하고 1억 원을 이른바 ‘땡(당)겨’ 왔다. 편집국장이나 광고국장이 아니었던 A의 행위는 월권. 관련 기사가 A를 따르던 ‘기레기’를 거쳐 마이너 신문에 실릴 때까지 A의 권한 밖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던 터라 매우 심각한 사태였다. 권한 안팎 문제를 떠나 마이너 신문 안 모든 이 얼굴에 먹칠을 한 셈. A 싹수가 그리 노랬음에도 마이너 신문 사장은 1억 원에 눈멀었던 듯. 무거운 징계를 요구한 여러 노동자 뜻으로부터 얼굴을 돌린 채 A를 ‘감봉 1%쯤’으로 감쌌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 사장과 A가 마이너 신문의 맨 끝을 짓겠구나.”

A. 본디 L 밑에 선 채 사장을 잡아먹으려 했다. 누구나 A를 L의 꼭두각시로 알았고. L 꼼수에 따라 사장을 헐뜯었다. L을 떠받들어 제 놈에게 떨어질 떡고물을 노렸던 거. 하지만 애쓴 보람 없이 되레 L이 마이너 신문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A는 ‘어이쿠, 이거 큰일 났다’ 싶었을 터. 잽싸게 사장 사는 집 앞에 찾아가 납작 엎드린 채 조용조용 읊조리듯 빌었단다. 잘못했다고. 사장에게 색안경을 착! 그리 바닥에 배를 깐 덕에 다달이 500만 원씩 법인카드를 쓰고 고급 자동차를 굴릴 수 있게 된 거.

A. 눈빛 보면 ‘일제에 빌붙던 놈’ 떠오른다. 하는 짓 보면 ‘미국 군정 밑으로 잽싸게 기어들던 놈’ 떠오르고. “A 못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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