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씨가 면접에 올랐답니다.”
얼얼.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듯했다. 지난 10월 28일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의 고교 동창 딸인 엄 아무개 씨가 2016년 하반기 재단 신입직 공채에서 서류 심사와 필기시험을 넘어 면접을 앞뒀다는 얘기가 들렸기 때문.
엄 씨는 이석우 이사장 추천으로 올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파견직으로 일했다. 그때 부산센터엔 1년짜리 파견직 계약을 맺은 천 아무개 씨가 있었지만 이 이사장의 친구 딸인 엄 씨를 위해 6개월만 일하고 센터를 떠나야 했다. (☞ ‘복마전 이룬 시청자미디어재단 파견직 채용’ http://newstapa.org/35244 )
이석우 이사장은 이런 파견 인사가 옳지 않았음을 스스로 느꼈는지 지난 8월 22일 재단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친구 딸을 부산센터에 추천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 동기의 딸이 작년에 시청자미디어재단에 지원했는데 떨어졌고, (친구에게)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있는 건 파견직이라고 제안했더니 ‘(그리)해 주면 좋다’고 해 부산센터장에게 추천했다”는 것.
나는 이석우 이사장의 친구 딸 채용 사태가 그리 마무리된 걸로 알았다. 이 이사장이 재단 직원 앞에서 고해성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한데 그게 아니었다. 엄 씨가 2016년 하반기 신입직 공채에서 면접에 오르다니.
이석우 이사장은 지난 8월 22일 재단 확대간부회의에서 친구 딸을 부산센터에 추천한 걸 고해성사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약속을 더했다. “앞으로 저는 이렇게 하려 합니다. 특히 제가 추천했던 부산센터 파견직.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금년에 (친구 딸인 엄 아무개 씨가) 울산센터에 응시하더라도 제 차원에서는 뽑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단편적인 말씀이고 앞으로 재단의 모든 채용에 있어서 어떤 청탁도 받지 않겠습니다. (청탁이) 들어오면 공개하고 탈락시키겠습니다”라고.
이 이사장이 두 달여 만에 약속을 잊었을까. “응시해도 뽑지 않겠다”고 말했음에도 왜 엄 씨가 1차 서류 심사와 2차 필기시험으로 헛일하게 했을까. 아니면, 엄 씨가 1차 서류 심사와 2차 필기시험을 넘어 3차 면접에 나아갈 때까지 몰랐을까.
내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든 건 ‘이석우 이사장의 망각’이 아닐 성싶었다. 내 뒤통수에 먼저 닿은 건 ‘재단을 바라보는 언론•국회•방송통신위원회 눈길이 느슨해진 틈을 노렸을까. 보기 좋게 뒤통수치듯. 설마 그랬을까’였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안에선 “3차 면접에 (신입직 최종 합격자의) 7배수나 올렸는데 엄○○의 2차 필기시험 통과를 노린 게 아닌가 싶다”는 의혹이 일었다. 대개는 최종 합격자의 3배수를 올리게 마련인데 일곱 배나 3차 면접에 나아갔으니 수상히 여길 만했던 것. 엄 씨가 신입직 공채에 응하고 3차 면접에까지 오른 게 알려지자 비밀(?)을 새어 나가게 한 사람을 찾겠다며 법석이 나기도 했단다. 설마 그랬을까. 그랬다면 이건 놀림. 재단을 들여다보는 언론과 국회와 방통위 따위를 웃음거리로 여긴 것 아니겠는가. 부디 아니었기를. 어느 것 하나 공공 기관에서 벌어져선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7일 2016년 하반기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 직원 11명이 처음 일터로 나갔다. 엄 아무개 씨가 3차 면접을 마저 넘어 합격했더라면…. 어찌 됐을까. 이석우 이사장은 ‘엄 씨가 지원한 줄 몰랐다’고 했을까. ‘알긴 알았는데 엄 씨 실력이 좋아 합격했다’고 했을까. 음. 미리 생각해 두기 어렵다. 뒤통수 맞은 성싶은 게 아직 얼얼한 탓에.
(아래 사진은 뉴스타파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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