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容사說] 박근혜 탄핵 하루 전 이은용은 남대문경찰서에 갔다

박근혜 정부 낙하산 가운데 하나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이은용을 명예 훼손 피의자로 만들었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한 것.

형사 소송. 서울지검은 사건을 남대문경찰서로 보냈다. 박근혜 탄핵 하루 전인 12월 8일 오후 이은용이 남대문경찰서에 간 까닭이다.

이석우 이사장은 일요일이던 2015년 11월 15일 자신이 낸 자동차 사고가 대수롭지 않았고, 사고 책임과 보험 부담금을 직원에게 떠넘긴 적 없으며, 지난해 신입 직원을 뽑을 때 유 아무개에게 특혜를 준 적도 없는데 이은용이 진실인 것처럼 꾸며 보도했다는 것.

조사관에게 이은용이 대답했다. “사고는 자동차를 22일 동안이나 고쳐야 했을 만큼 컸고, 사고 뒤 운전한 사람을 자신이 아닌 운전기사로 바꿨으며, 사고 관련 보험 부담금도 직원 출장비로 갈음했다”고. “유 아무개에게 특혜를 준 걸 이석우 이사장이 스스로 인정했다”고. “모두 사실에 바탕을 두고 공익을 위해 쓴 보도"라고.

이석우 이사장은 같은 내용으로 민사 소송도 일으켰다. 자기 명예가 훼손된 것 같으니 이은용과 뉴스타파에 5000만 원씩 모두 1억 원을 내놓으라 했다.

민사든 형사든 차분히 다툴 일. 다투기 시작한 건 지난여름 이석우 이사장이 일으킨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청구로부터. 2016년 8월 1일 자 기사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 채용, 특혜로 얼룩(http://newstapa.org/34554)’을 시빗거리로 삼았다. 2015년 6월 ‘자격 미달’이었던 유 아무개의 입사 지원서를 ‘마감일이 지나 접수’했는데 이석우 이사장이 유 씨를 ‘특별히 인정하는 자’로 삼아 서류를 받게 했기 때문이라는 이은용의 보도가 오보여서 명예 훼손이라고 주장한 것.

언론중재위는 ‘유 아무개가 자격 미달’이었음에도 ‘이석우 이사장이 준 특혜’에 힘입어 입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봤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쪽 이석우 이사장 대리인도 특혜였음을 인정했으니 그걸 두고는 더 이러쿵저러쿵할 게 없다. 남은 건 하나, 유 아무개 입사 지원서를 접수한 때가 언제였느냐는 거. “자격 미달이었던 유 씨를 이석우 이사장이 특별히 인정하느라 지원서가 마감일로부터 3일 뒤에야 접수됐다”고 이은용은 봤다. 이 이사장 쪽 주장은 입사 지원을 마감한 2015년 6월 12일 유 씨가 서류를 냈으니 그때 접수됐다는 것. 언론중재위는 ‘6월 12일에 서류가 접수되긴 했다’는 것에 곁점을 찍어 중재하려 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쪽에서 이사장 특혜를 인정했으니 뉴스타파도 지원서 접수 시점을 양보하라는 것.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격 미달’ 처리된 유 씨 지원서에 이석우 이사장 특혜를 입히느라 3일이 지난 뒤에야 접수 처리한 걸 보여 주는 공채 전형 자료까지 있었기 때문. 하여 민사 소송으로 이어져 12월에 닿았다.

흐름이 그랬다. 민사든 형사 소송이든 마무리된 것 없이 계속 흐른다. 여전히 다투는 상태. 한데 이상한 얘기가 들렸다. 이석우 이사장을 꾸짖을 수 있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 여섯 가운데 다섯이 ‘비위 의혹들이 자잘했고 재단 안에서 모두 해소된 것’으로 아는 게 아닌가. 국회의원 유승희의 채용 청탁을 받아 줬고, 자기 고교 동창의 딸을 채용했으며, 법인카드를 허투루 쓴 것까지 말이다. 아마도 이석우 이사장 쪽이 재단 이사들에게 언론중재위에서 “이겼다”고 말하며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사장의 여러 비위 혐의까지 모두 벗은 것처럼 덧댄 듯싶었다.

이럴 때 배우 유아인처럼 고개 비틀고 눈 부라리며 “어이없다”고, “어처구니없다”고 말해야 할 터. 유 아무개 입사 지원서 접수 날짜를 두고 벌이는 다툼은 아주 작다. 그것 하나로 명예 훼손 민형사 소송을 모두 이길 수 있으리라 여기는가. 설마 그럴 리야. 그것 하나로 온갖 비위 의혹으로부터 놓여날 수 있을 걸로 생각하나.

작은 일을 크게 불리어 말하다니. 얕지 않은가. 이은용은 삶이 짧은 탓인지 얕은꾀로 그릇된 걸 끝내 덮어 낸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엉뚱한 살 덧대지 말고 ‘있는 그대로’만 말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