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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記] 2016년 갤럭시노트7 침몰 “이재용 책임 크다”

eunyongyi 2016. 12. 31. 21:08

2016년이 저물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이 왜 불탔는지 아직 모르나 보네요. 지금 시각이 음… 2016년 12월 31일 21시 02분쯤인데 여전히 불탄 까닭을 밝혀 말하지 못했죠. 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회에 불려가 ‘최순실 모르쇠’로 이치에 어그러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을 덮느라 ‘갤럭시노트7 불탄 까닭’을 찾는 데 마음 쓸 겨를이 없었을 수 있겠네요. 박근혜 몸과 마음을 다 지배한 성싶은 최순실 때문에 정신없이 시간 흐른다고 휴대폰 불탄 게 잊히기야 하겠습니까마는 해 저문 이때 굳이 다시 짚어 두려는 건 여러 시민 손에 아직 갤럭시노트7이 들려 있기 때문입니다. 끝나지 않은 거죠. 휴대폰을 도로 거두어들이는 게 녹록지 않다고 투덜거려선 안 될 일이고 하루빨리 불탄 까닭을 찾아 밝혀야 할 겁니다. 세계 제일이자 으뜸이라 했던 삼성전자이니 그 정돈 곧 해내리라 믿어요.

음. 삼성전자의 기함(flagship) 휴대폰 ‘갤럭시노트7’이 결국 가라앉았습니다. 누구 책임일까요.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에게 먼저 눈길이 머물었죠. 그가 배에 깃발(flag)을 꽂았기 때문. 고 사장에게 깃발을 준 이는 누구였습니까. 이재용 부회장. 그의 책임도 큽니다.

“기본적으로 회사 오너가 됐든 뭐 저기(직원 누구나)가 됐든, 예를 들어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노트7 결함 보상 사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 아니에요. 다 마찬가지지. 주가 영향 받고 그만큼 기업 이미지에 상처 입으면 다 그런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는) 거죠.”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과 미래전략실(옛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사정을 잘 아는 이의 말. 갤럭시노트7이 스스로 불탄 지경에 이른 책임을 결국 최고경영자가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삼성전자에서 “녹을 먹고 일만 열심히” 했을 뿐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후계 능력을 두고는 “아예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았다”던 그였기에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시각에 무게를 더했죠.

실상이 ‘이재용 부회장에게도’에만 그칠까요. 아니, 그에게 큰 책임이 있습니다. 결함을 지닌 갤럭시노트7을 주력 제품(flagship)으로 삼아 소비자에게 내민 고동진 사장 책임이 크고, 이는 곧 이 부회장 짐!

고 사장은 2014년 12월 이재용 부회장의 첫 삼성전자 인사에 따라 무선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을 맡은 뒤 3개월여 만에 ‘이재용폰’으로 불린 ‘갤럭시S6’를 내놓았습니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몸져누운 뒤 특별한 능력 검증 없이 그저 그의 아들인 터라 삼성전자 최고경영자가 된 이재용 부회장 뜻을 받아 맨 앞에서 ‘갤럭시’ 깃발을 들고 뛰었던 거죠. 궁극적으로 고동진 사장은 이른바 ‘이재용의 삼성’을 열 첫 번째 열쇠였습니다.

 

‘이재용폰’ 깃발 내건 ‘고동진호’의 잇단 실패

 

열쇠는 시장에 잘 맞지 않았죠. 2015년 4월 갤럭시S6를 내놓으며 7000만 대를 팔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해 12월까지 4500만 대쯤에 그쳤습니다. 삼성전자가 정확한 판매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갤럭시S6는 2014년 3월에 내놓은 ‘갤럭시S5’와 함께 소비자가 외면한 제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혔어요.

2015년 12월 이재용 부회장은 갤럭시S6에 대한 소비자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개발 책임자였던 고동진 부사장을 사장으로 끌어올렸죠. 2014년 12월 인사 때보다 고 사장을 선택한 이 부회장의 뜻이 더욱 뚜렷했습니다.

갤럭시S5와 S6로 이어진 침체가 조바심을 불렀을까요. 2016년 3월 갤럭시S7, 5월 S7엣지, 8월 노트7을 잇따라 내놓으며 모두 ‘기능 좋고 오래 쓰며 물에 넣어도 된다’고 자랑했지만 그 끝엔 ‘불탄 갤럭시노트7’이 덩그렁합니다.


▴2016년 8월 19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남대로 SK텔레콤 T월드 강남점 앞에 100여 소비자가 ‘갤럭시노트7’을 개통하기 위해 줄을 섰다. (사진: SK텔레콤 보도자료)

 

‘갤럭시’ 배터리 폭발 낌새는 3년 전부터

 

“배터리가 아니라 (불탄) 원인을 모른다는 게 문제죠. 설계상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던데, 사실 그리 말하는 건 무슨 문제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거예요.”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또 다른 이의 말. 그는 나라 경제를 걱정할 정도로 갤럭시노트7 사태를 심각하게 여겼습니다. 제품이 불탄 까닭을 제대로 알아 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죠.

앞서 이재용 부회장 책임론에 일부 공감한 이도 “(삼성전자가 휴대폰) 품질을 가장 우선시하고, 테스트도 많이 하고 (시장에) 내놓았다”고 강조하며 “(삼성전자) 후배들 힘들 테니 빨리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바람과 달리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 같네요. 갤럭시노트7이 불탄 까닭을 두고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는 성싶으니까.

그는 “(휴대폰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가장 우려하는 건 오차 확률이라는 거다. 잘못될 확률. 100%라는 건 없으니까.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거의 (불량이 없긴) 없는데 문제는 ‘진행성 부분’은 가끔 걸러내기 힘들 수 있다. 휴대폰을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까지…(출시 전 품질 검증으로 찾아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5개월쯤 지나 (작은 불량이) 누적돼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걸 진행성 불량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품이 나오면 신뢰성 검증 쪽에서 수백 명이 보통 1개월 동안 이것저것 시험하지만 진행성 불량까지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 그만큼 폭발 까닭을 찾기도 어렵다는 뜻이었죠.

그는 다만 휴대폰 안에서 열이 나는 현상을 조심스럽게 짚었습니다. “방수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보면 (휴대폰) 내부에 열을 만들고 (그걸) 방출하는 부분이 있으니 (방수 때문에) 그 반대를 했겠지. (휴대폰 안)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그만큼 기능을 맞춥니다. (휴대폰 작동) 속도를 늦추게 한다든지 하죠. 방수로 밀폐됐으니 그걸 감안해서 일정 온도가 올라가면 일부 기능에 제한을 두는 겁니다. CPU(중앙처리장치)가 더 열이 안 나도록 소비자 (이용) 기능을 좀 축소시키는 거죠. 소비자는 잘 모릅니다. CPU가 좀 느려지는데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하더군요.

2015년에는 갤럭시S5 출시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방수 기능을 넣도록 갑자기 지시해 개발팀을 어지럽힌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새로운 휴대폰을 내놓으려는 조바심이 ‘방수’ 기능을 불러 배터리에 큰 부담을 준 것으로 읽혔습니다.


▴LG유플러스는 2016년 8월 19일과 20일 이틀간 서울 강남직영점에서 ‘갤럭시노트7’ 방수 기능을 알려 판매를 늘리려고 물총 게임 행사를 열었다. (사진: LG유플러스 보도자료)


배터리 결함이 빚은 휴대폰 폭발 낌새는 3년 전에도 있었죠. 2013년 11월 ‘갤럭시S3’ 배터리가 개구리 배처럼 부풀어 결함 보상(리콜) 소동을 빚었습니다. 2014년 3월에도 갤럭시노트1과 2가 같은 모습을 보였어요. 휴대폰 배터리 부피가 부풀어 커지는 ‘스웰링(swelling)’ 현상. 품질이나 상태가 나쁜 배터리에서 일어나는데 부피가 부풀면 휴대폰 덮개를 제대로 닫을 수 없는 데다 전원이 꺼지기도 한답니다. 배터리가 터질 수도 있어 모두 바꿔 줬죠.

그때 삼성전자에 배터리를 공급한 E사는 “원자재에 남아 있던 물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밝혔습니다. E사의 문제 해결 경험은 갤럭시노트7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어요. 실제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70%를 삼성SDI로부터 받았고, 나머지도 중국 업체에서 가져다 썼죠.

고동진 사장은 2016년 9월 2일 갤럭시노트7이 불탄 까닭을 두고 “삼성전자는 배터리의 경우 물량을 보통 이원화, 삼원화한다”며 “배터리셀 자체의 극 간 눌림 현상과 절연체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했고 제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으니 “(배터리) 셀 자체의 문제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어요. 고 사장의 이런 자신감은 곧 사라졌고, 불탄 까닭을 모른 채 아직 안갯속을 걷는 모습입니다.

 

갤럭시노트7, 이재용 경영 능력 부재 방증


“이재용은 하루라도 빨리 경영에 참가하고 싶어 했다. 이런 조바심에 편승해서 나온 결과물이 ‘e삼성’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2010년 2월에 펴낸 <삼성을 생각한다> 201쪽에 쓴 얘기. “삼성 각 계열사에서 인력과 자원을 징발해 왔다. ‘e삼성’의 성공을 발판으로 이재용은 삼성 그룹 총수로 등극하게 될 것(202쪽)”이라고도 썼어요. e삼성은 그러나 1년여 만인 2001년 7월까지 141억 원대 적자를 내고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금수저를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겨주려다가 빚은 참사였죠.

갤럭시노트7은 e삼성 참사의 재연에 가까워 보입니다. 2016년 10월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가 되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앞길에 깔아 줄 양탄자였던 셈. 앞서 갤럭시노트7 결합 보상 사태 때문에 나라 경제까지 걱정한 이는 e삼성 참사를 두고 “이재용 부회장이 30대 초반에 한 일이잖아요. 당연히 실패하죠. 그 나이에 한 게 성공하면 (더) 이상하지”라고 감쌌습니다. 언뜻 보면 그럴 듯한 시각이죠.

음. 그때 이재용 부회장이 33세에 지나지 않았으니 실패할 만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16년이 흘러 49세가 된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싸고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 건 그에게 경영 능력이 모자랐거나 없었음을 방증한 것 아닐까요. 이 부회장이 지난 16년간 삼성전자에서 무엇을 했는지도 흐리터분하지 않습니까.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이재용 부회장 앞길에 양탄자를 거듭 깔아 주려는 삼성의 생태도 이해해 주기 어렵습니다. 그럴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시민이 몇이나 될지 몹시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