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와이홍 지음. 이민경 옮김. 흐름출판 펴냄. 2018년 7월 6일 초판 1쇄.
모쒀족의 역사는 까마득히 오래된 인류의 시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28쪽).
모쒀인들은 아마 초기 인류 사회와 채 끊어지지 않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얼마 남지 않은 원조 모계사회의 후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29쪽).
농부에게는 자기의 연인이 낳은 자식에 대한 어떤 책임도 권리도 없다. 아이는 아야오 쪽의 가족에 속하며 농부의 가족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부에게는 남편으로서의 의무도 아빠로서의 할 일도 없다(47쪽).
주혼(走婚, Walking Marriages)은 남성 아샤오가 여성과 밤을 보낸 뒤 아침이 되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연인과 결혼을 하거나 남성의 집에 들어가 살거나 그와 함께 독자적인 가족을 꾸려 살지 않는 방식의 관계다. 나이를 먹고 아이를 낳게 되면 이 아이들은 어머니 쪽 가족의 구성원으로 포함된다. 모쒀인이 낳은 아이는 오로지 모계 혈족의 일원으로만 귀속된다(48쪽).
나도 그가 들려주는, 여자들이 연인을 자유롭게 고르고 남자들이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결혼 없는 사회에 얽힌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 중 하나였다(52쪽).
모쒀식 집은 중국 농가보다 방의 개수가 좀 더 많았다. 여성이 각각 하나의 방을 가지는 데다, 남자들이 함께 쓰는 방 하나와 다용도실로 쓸 수 있는 방이 두어 개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63쪽).
여성인 나를 그저 나로 존재하게끔 하고, 그럴 수 있도록 북돋아주고,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 세계에서 포근하게 보호받는 기분을 느낀다(92쪽).
이 사회에서는 여성을 새로운 생명을 탄생케 하는 힘의 원천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삶과 빛의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 여성의 신성한 의무라고 믿었다(97쪽).
아샤오는 연인으로 가족 중 딸이나 아들과 성적으로 연결되는 관계일 뿐, 모계 혈통 바깥에 위치하므로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없는 존재다. 아샤오가 남자일 때, 그는 한 가족 내의 여성을 만나기 위해 그 집에 들르기는 하지만 어떤 형태로도 연인과 함께 영구적인 결합을 이루지 않는다(113쪽).
어느 날 마을 술집에서 여자들의 밤을 보내는데, 구미의 언니가 모쒀 남자들이 있는 테이블로 성큼성큼 다가가서는 맥주를 몇 병 샀다.······중략······놀라운 점은 모쒀 여성들이 자신들의 부족사회 내에서 자기 주장을 확실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깥세상에 나가서도 똑같이 자신감을 유지했다는 것이다(170쪽).
가모장제이기는 하지만, 모쒀 여성들은 전통 중국문화에서처럼 성별 간에 우열을 두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의 세계에서 살았다.······중략······이 사회 속에서는 모두가 모두를 동등하게 대했다. 여성이 남성을, 여성이 여성을, 남성이 여성을, 남성이 남성을, 나이 많은 이가 적은 이를 대등한 사람으로 취급했다(177쪽).
모쒀 여성에게 아샤오란 고된 일상에서 자신을 잠시 벗어나게 해 줄 즐거운 일탈이자 잠재적인 정자 기증자다(180쪽).
“쟤 맛있게 생겼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늠름하고 잘생긴 남자를 보면서 한 젊은 모쒀인이 외쳤다(181쪽).
남자는 그저 양질의 물을 주는 본분을 다하기만 하면 됐다(182쪽).
모쒀족의 사회 양식이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 사회가 발전하면서 남성 중심의 전형을 따른다는 필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중략······모쒀 사회는 남성을 연옥으로 끌어내리지 않고도 여성을 중심에 두면서 훨씬 나은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191쪽).
모쒀인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고 남성은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중략······모계 혈통을 이을 존재로서 여자아이들을 아끼지만, 동시에 남자아이들을 더 낮고 하찮게 취급하지 않는다(194쪽).
사랑에 결혼이라는 제약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모든 모쒀인은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연인을 찾을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다(226쪽).
나는 모쒀인이 자신의 아샤오를 지칭할 때 소유격으로 나타내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 어떤 아샤오도 성적으로 상대에게 속하지 않았고, 누구도 아샤오를 자신의 소유로 여기지 않았다(231쪽).
“왜 맏딸이 아니라 막내딸에게 농장을 물려주셨어요?” 내가 가모장에게 물었다.
“이유는 간단하지.” 그가 답했다. “막내딸이 세 딸 중에 가장 유능하고 똑똑하니까(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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