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J 더글러스 지음. 이은경 옮김. 글항아리 펴냄. 2016년 5월 2일 초판 인쇄.
깊이 뿌리내린 기존의 페미니즘과 진화된 성차별 간의 전쟁은 한 손으로는 하나를 주면서 또 한 손으로는 그것을 앗아간다. 이 전쟁은 숨을 조이는 강력한 속박으로, 여성들이 대담하게 모험과 도전을 하도록 하고 우리에게 힘, 주도권, 사랑에 대한 환상을 선사한 뒤, 다시금 우리를 끌어당겨 속박한다. 오늘날 여성이 이 모두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슈퍼우먼이 되는 것뿐이다.
커튼을 걷어 내고, 이 환상들로 인해 우리가 현 상태, 즉 모든 것을 가졌다는 환상에 싸여 사회적 약자임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34, 35쪽).
몇몇 여전사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영웅이 되어야 했다. 특히 여자의 몸으로 우두머리가 되려면 상당히 현실적인 대가를 개인적으로 치러야 했다. 덧붙여 한두 경우를 제외하고, 우두머리는 모두 백인이었다(146쪽).
닉과 같은 비열한 남자가 자신의 사고방식의 오류를 깨달을 수 있다면, 페미니즘은 더 이상 필요없다. 남자들은 깨달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214쪽)?
1990년대 중반에 ‘걸파워’가 등장해 여성들의 자존감을 강화하고 소녀 문화를 확립한 이래(그리고 음반과 화장품과 브래지어를 판매한 이래), 이제 ‘파워’는 시들해지고 ‘걸’이라는 부분만 확대되어 새로운 여성성으로 자리 잡았다. 행복해지기 위해 여성들은 슈퍼 걸이 되어, 서로 극단을 이루는 재닛 리노와 신디 크로퍼드 사이에서 완벽하게 균형적인 좌표를 찾아 사랑과 성공을 모두 손에 넣어야 했다. 이 균형을 위해서는 리노에게서 멀어지고 크로퍼드에게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알게 됐다(228쪽).
클린턴은 하필 <성경>을 인용하며 구강성교는 섹스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이에 미국 전역의 15세 소년들은 그에게 감사했다(310쪽).
왜 몸에 상처를 내는 수술로도 모자라 소나 사체의 콜라겐을 얼굴에 주입해 미국 성형외과 의사들의 지갑을 두둑하게 채워 주고, 나이 든 남성은 고상해 보이고 나이 든 여성은 그렇지 않다는 성차별주의적인 이중 잣대를 강화하려고 하는가(409쪽)?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저 나란히 걷고 싶을 뿐이다. 자매들과 친구들과 딸들과 나란히 걷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남성들과 나란히 걷고 싶을 뿐이다(5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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