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책좋아요 ILikeBooks

아무튼, 하루키

eunyongyi 2021. 4. 17. 20:39

이지수 지음. 제철소 펴냄. 2020년 1월 31일 초판 1쇄. 2020년 2월 28일 초판 2쇄.

 

 각오는 했지만 육아는 정말이지 다른 차원의 고행이었다. 아들이 태어나자 내 신체와 정신이 모두 이 작은 인간을 위해서만 기능하는 것 같았다. 작은 인간을 먹이고 씻기고 똥오줌을 치우고 안은 채로 밥과 빨래와 청소를 하고 (가끔은 볼일도 보고!) 그러면서 동시에 기저귀와 분유와 물티슈와 기타 등등의 육아템을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 두는 데 내 모든 기력을 썼다. 기진맥진이 기본 컨디션이었다(49쪽).

 

자신에 대해 큰소리로 떠벌리지 않아도 그 내부에는 틀림없이 근사한 게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에게 나는 매번 반한다(59쪽).

 

오이를 닮아서 별명도 큐컴버배치인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한껏 서늘한 표정으로 오이를 와작와작 씹어 먹는 장면을 상상해 버렸다(109쪽).

 

급히 동사무소에 갈 일이 있어서 허겁지겁 뛰어가다가 길 한복판에서 노브라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노브라 여성들을 지지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얼떨결에 나도 실천하게 될 줄이야. 이 상황이 좀 웃겨서 K와 다른 절친들이 함께 있는 카톡 대화방에 “나 지금 노브라로 나왔네. 그냥 오이처럼 침착하게 이대로 갈까?”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ㅋㅋㅋㅋ”로 점철된 말풍선들 끝에서 K가 말했다. “하루키적 모먼트네(129쪽).”

 

'나책좋아요 ILike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튼, 비건  (0) 2021.04.18
아무튼, 요가  (0) 2021.04.18
신동원 교수의 한국과학문명사 강의  (0) 2021.04.17
아무튼, 외국어  (0) 2021.04.11
아무튼, 반려병  (0) 2021.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