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지음. 제철소 펴냄. 2020년 1월 31일 초판 1쇄. 2020년 2월 28일 초판 2쇄.
각오는 했지만 육아는 정말이지 다른 차원의 고행이었다. 아들이 태어나자 내 신체와 정신이 모두 이 작은 인간을 위해서만 기능하는 것 같았다. 작은 인간을 먹이고 씻기고 똥오줌을 치우고 안은 채로 밥과 빨래와 청소를 하고 (가끔은 볼일도 보고!) 그러면서 동시에 기저귀와 분유와 물티슈와 기타 등등의 육아템을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 두는 데 내 모든 기력을 썼다. 기진맥진이 기본 컨디션이었다(49쪽).
자신에 대해 큰소리로 떠벌리지 않아도 그 내부에는 틀림없이 근사한 게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에게 나는 매번 반한다(59쪽).
오이를 닮아서 별명도 큐컴버배치인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한껏 서늘한 표정으로 오이를 와작와작 씹어 먹는 장면을 상상해 버렸다(109쪽).
급히 동사무소에 갈 일이 있어서 허겁지겁 뛰어가다가 길 한복판에서 노브라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노브라 여성들을 지지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얼떨결에 나도 실천하게 될 줄이야. 이 상황이 좀 웃겨서 K와 다른 절친들이 함께 있는 카톡 대화방에 “나 지금 노브라로 나왔네. 그냥 오이처럼 침착하게 이대로 갈까?”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ㅋㅋㅋㅋ”로 점철된 말풍선들 끝에서 K가 말했다. “하루키적 모먼트네(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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