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 슈나이더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2020년 5월 7일 초판 1쇄.
브라이스가우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 대학에 사는 하얀 쥐 12마리에게 1887년 10월 17일 월요일은 재수 없는 날이었던 것 같다. 그날 꼬리를 잘렸다. 그런 다음 암놈 7마리와 수놈 5마리가 한 케이지 안에 갇혔다. 그후 열넉 달 동안 ‘첫 번째 케이지’ 안의 암놈들이 333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들 중 15마리는 1887년 12월 2일 최악의 날을 맞았다. ━ 마찬가지로 꼬리가 잘리고 ‘두 번째 케이지’로 옮겨져 새끼를 낳게 됐다. 다시 그 새끼들 중 14마리는 1888년 3월 1일 꼬리 없이 ‘세 번째 케이지’에서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 새끼들의 새끼들 중 일부가 1888년 4월 4일 ‘네 번째 케이지’에서 같은 불행을 겪었다.
쥐들을 대대로 끊임없이 괴롭힌 사람은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이라는 당대의 가장 유명한 생물학자였다. 1888년 말까지 그는 흰 쥐 12마라의 꼬리를 11센터미터씩 잘라냈다. 하지만 꼬리 없는 부모들에게서 나온 새끼 849마리 중에서 꼬리가 없는 건 한 마리도 없었다. 그러므로 외상이 유전될 수 있다는 많은 생물학자의 주장은 틀린 것 같았다(48쪽).
그래도 혹시나 했던 바이스만은 22세대 쥐까지 꼬리를 잘랐다. 모든 새끼는 꼬리를 갖고 태어났다(50쪽).
19세기 말에 금전등록기가 발명되면서 미국에서는 소매업자들이 상품 가격을 약간 아래로 정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예를 들어 가격을 49센트, 98센트, 1달러 98센트라고 하는 것이다. 랄프 하워는 <메이시스 백화점의 역사>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런 가격은 원래 직원들의 절도를 막기 위해 생겨났다고 기록했다. 가격이 딱 떨어지지 않고 99센트로 끝나면 판매원은 거스름돈을 챙겨 줘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고객의 돈을 들고 계산대로 가야 하고 고객에게 받은 돈을 바로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 버리지 못하게 된다(100쪽).
스탭의 실험으로 인해 그의 명성을 훨씬 뛰어넘는 부산물도 생겼다. 1949년 실험이 시작될 때 에드워드 A. 머피라는 이름의 엔지니어가 개발한 측정 프로브가 로켓추진 궤도차에 잘못 설치됐다.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낸 것으로도 유명한 스탭은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을 또 퍼뜨렸고, “어떤 사소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 그 일은 계속 꼬이게 된다”는 그 말은 바로 대중문화를 통해 대유행했다(113쪽).
아이들이 부모를 행복하게 만든다고(사실은 정반대이다) 우리가 확고부동하게 주장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인지부조화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부모들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보다 식사나 운동, 쇼핑, TV 시청을 할 때 실제로 더 행복했다(124쪽).
프레이저의 실험에서 별생각 없이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는 중대 범죄의 축소판이다. 19세기 초 미국에서 있었던 흑인 사형집행, 1938년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학살, 오늘날 정치적 시위 도중 일어나는 좌우익의 폭동에 이르기까지, 집단 내 익명성은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다. 거기에서 익명성이 형사소추를 피할 수 있게 해주어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관계없다고 생각하며 자제력을 잃기 때문이다. 그때 두어 사람이 우선 폭력적인 행동을 시도하기만 하면, 바로 연쇄반응이 일어난다(187쪽).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들의 월경주기가 서로 같아진다는 건 1960년대 말 매사추세츠 주 웰즐리 대학교의 학생 마사 매클린톡이 증명했다(212쪽).
“우리는 서로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제인 포인터는 바이오스피어 2에서의 2년간의 경험을 쓴 책 <인간 실험: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에서 밝혔다. 1993년 9월 26일 여덟 명의 바이오스피어 대원들은 야단법석을 떨며 바이오스피어 2를 떠났다(232쪽).
80킬로그램이나 되는 사람이 물에 빠지지 않으려면 시속 110킬로미터로 발을 내딛으며 물을 밀쳐 내야 한다(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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