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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eunyongyi 2021. 5. 23. 18:16

이연주 지음. 포르체 펴냄. 2020년 12월 2일 초판 1쇄. 2020년 12월 28일 초판 6쇄.

 

 아는 검사 출신이 선거에 출마하거나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걸 보면 ‘검찰에 그나마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저기로까지 퍼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21쪽).

 

 내가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조직이란 허가받은 범죄단체죠. 검찰의 공기에 부패와 범죄의 포자가 날아다녀요. 일부는 마치 범죄를 저지를 특권이 있는 것처럼 행세해요. 치외법권인 거죠. 나머지 다수는 오염된 공기에 의식이 마비되어 판단력을 잃어요”라고 한 적이 있다(44쪽).

 

(특수부 출신 변호사) “특수부 수사는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거기에 맞는 조각을 맞춰가는 수사다. 안 맞는 조각이 나타나면 밑그림을 버릴 만도 하지만, 이왕 개시한 수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게 된다(52쪽).”

 

 그리고 검찰이 진짜 마피아와 닮은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오메르타’라는 침묵의 규율이다. 조직의 비밀을 외부에 발설한 자에게 피의 보복을 하는 것이다(112쪽).

 

사실 사법연수원 28기 이전의 기수들 중에는 깨끗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역에 근무하던 검사가 인사 발령이 나면 자신의 스폰서를 후임에게 공식적으로 인수인계해줄 정도로 스폰서 문화가 만연하던 때라면 알 만하지 않은가(115, 116쪽).

 

문서위조죄 및 위조문서행사죄로 재판을 받은 윤 전 검사는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딸이라고 부장검사, 차장검사가 지극히 모셨던 탓에 검찰에서 사람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지각과 무단 조퇴를 일삼았고, 근무시간 중에 검찰청 앞에 있는 커피숍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었는데도 그냥 넘어가 줬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틀 무단결근까지 하자 부장검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꼭 징계를 해야 한다고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그 아버지가 검찰청까지 찾아와서 여식을 잘못 키워서 죄송하다고 허리 숙여 사과하고, 차장검사는 징계해야 한다고 길길이 뛰던 부장검사를 설득한다. 이러니 윤 검사는 검찰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겠는가. 그래서 2016년 어느 날 윤 검사는 접수된 고소장을 잃어버리자 고소장을 위조하고 그 위조된 고소장을 이용하여 고소장 각하 처분을 했다.······중략······결국 윤 검사는 기소되어 2020년 3월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다(146, 147쪽).

 

그때그때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조선일보>의 매력이다(165쪽).

 

2009년에 김준규 검찰총장은 번호표를 뽑아 당첨된 기자들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촌지 뽑기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171쪽).

 

구금된 사기범을 검사실에서 범죄 행각을 벌이도록 방치한 김영일 검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해당 사기 사건은 피해자가 1만 명이 넘었고 피해자들의 손해액만도 1조 원이 넘었다. 그런데 1심에서 징역 12년을 받은 다단계업체 IDS홀딩스의 김성훈 회장은 다른 사건을 제보하겠다는 명목으로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실에 출정해서 검찰청 전화로 외부의 공범과 연락하고 사기범죄로 얻은 수익도 은닉했다(221쪽).

 

골프장에는 찾으면 찾는 대로 걸리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허가받은 면적을 초과하여 산림을 훼손한 행위, 무허가 건축물을 세워 식당 등으로 이용하는 행위, 환경 관련 규정 위반 등. 그런데 왜 그런 기획 수사가 필요했느냐 하면, 선배 검사에게 골프장에서 뭔가 서운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골프장 사장이 찾아와 “아이고, 언제라도 공 치러 오십시오”라면서 바짝 엎드리면 된다(246쪽).

 

최태원 회장의 636억 횡령 사건은 당시 윤 총장이 부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담당했다. 그리고 2012년 11월 22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적용 법조에 의하면 법정형 하한이 5년인데, 4년이 구형된 것이다. 해당 수사팀이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에게 7년 구형으로 의견을 제출했으나 최 지검장이 한 총장의 의중을 알고 있었기에 7년은 안 되고 5년으로 총장에게 올려보겠다고 해서 결정된 햇수였다. 최 지검장이 5년을 들고 갔다가 한 총장에게 심하게 까이고 4년을 받아온 것이다. 법정에서 4년을 구형하자 최태원 회장의 변호인단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었다고 한다. 검사들이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회사에 끼친 실질적 손해가 매우 크며 동종 전과도 있다”, “한 차례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은 데다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했다”라고 하며 양형 이유를 설명하자 잔뜩 긴장했는데, 정작 법정형 하한보다 낮은 형이 구형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293, 294쪽).

 

김광준 부장검사.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 등으로부터 10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되는 바람에 2012년 11월 19일 한상대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299쪽).······중략······그런데 김 검사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에 차명계좌를 이용해 받은 돈 중 대가성이 입증된 것만 10억 원이라고 특임검사가 밝혔다(300쪽).

 

또 다른 여검사는 강 모 부장검사에게 술자리에서 입맞춤을 당하고서 그다음 날에 김청현 검사로부터 외려 면박을 받았다. “은정아, 강 부장님이 아무리 좋아도 네가 그렇게 가볍게 행동하면 안 된다. 부장님에게 어떻게 입을 맞추냐(341쪽).”

 

나에게는 세상을 욕할 자격이 없었다. 침묵의 죄를 물어야 할 뿐(361쪽).

 

저 검사는 침묵한 죄와 행동하지 않은 죄를 각성하지 못하고 저렇게 가볍게 보는구나 싶었다(362쪽).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마구 짓밟지만, 약한 자는 나쁜 놈의 감정까지 배려한다(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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