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책좋아요 ILikeBooks 421

언론산별노조

박강호 지음.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펴냄. 1999년 12월 15일 1쇄. 1987년 11월 26일 결성된 전자신문노조는 초창기 회사 측의 극심한 와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1990년대 초반에는 언론사 노조 중 가장 ‘힘이 센’ 노조로 자리 잡았다. 물론 단체협약안의 수준 또한 높았다. 그러나 이때부터가 문제였다.단체협약은 잘 만들어져 있고 급여 또한 그럭저럭 괜찮으니 나 하나쯤 노조 활동을 하지 않은들 어떠하랴. 그러기를 3, 4년, 1997년 말에는 노조위원장으로 출마할 사람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십 년 만에 찾아 온 기회를 회사가 놓치겠는가. 임금이 30% 깎이고 취업 규칙을 마음대로 바꾸었다. 그러나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노조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살아나는 것이 ..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임승수 지음. 시대의창 펴냄. 콜럼버스는 그중에서도 단연 악질적이었습니다. 선주민들을 노예로 삼아 귀금속을 채굴해 오라고 하고, 책임량을 채우지 못하면 손목을 잘랐습니다. 반항하면 코와 귀를 자르고 개가 물어뜯도록 했다더군요. 콜럼버스가 ‘발견’한 아이티 섬에는 당시 30만 명의 선주민이 살았는데, 불과 몇 년 후에는 단 500명만 살아남았습니다(20쪽). 낡은 것이 새로운 것에 의해서 ‘부정’되는 것이지요(104쪽). 카를 마르크스가 쓴 에 나오는 내용입니다.······중략······인간이 종교를 만들지, 종교가 인간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중략······“신에 대한 의식은 인간의 자의식이며 신의 인식은 인간의 자기 인식이다(119쪽).” 사람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우엉, 부추, 돌김 지음. 900KM 펴냄. 2020년 7월 1일 초판 1쇄. 셋의 관계에 대해 의문 가득한 눈초리를 받는 건 덤이고, 믿었던 주거 지원 사업은 일반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 사람을 제외시킵니다(7쪽). 첫 직장에 들어만 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일 줄 알았다. 그러나 첫 직장이었던 지역 일간신문사는 놀랍게도 소통과 논리적 의사 결정이 멸종된 곳이었다. 사회부장은 아무렇지 않게 실내에서 담배를 피웠고, 어리바리한 수습기자들에게 생전 들어 보지 못한 욕지거리를 상습적으로 내뱉었다(38쪽). 젊은이에게 인생은 한 번이라며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하면서도, 막상 뭔가를 시작하면 “그게 되겠니?” 하고 헛기침하며 아는 체한다(75쪽). 요즘은 일반 가족끼리도 공동으로 재산을 보유하는 세상..

삼성동 하우스

김경래 지음. 농담과진담 펴냄. 2022년 12월 20일 초판 1쇄. 오늘 리포트에 녹취 하나 넣어도 되겠다. ‘JS 그룹 전 임원’이라고 박고 음성변조를 살짝 하면 알 사람은 다 안다. 고 전무도 알면서 응했다. 선수들끼리의 합이다. 작지만 기삿거리는 된다(55쪽). 영감은 싫어하는 게 많았다(61쪽). 출입기자 중에 위원장하고 골프를 치지 않은 기자는 동해가 유일했고, 본인에게 명함을 준 기자도 동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했다(63쪽). “오늘 확실히 알았는데 영감님 기분 좋으면 막 욕을 하셔. 오늘도 그랬어. 기분 좋다 이년들아, 쌍년들아. 막 흐뭇하셔서. 딱(74쪽).” 대한민국 일등 기업 JS의 회장님이 발 작은 조선족 여자들을 떼로 불러 변태적인 성매매를 한다. 주기적으로(81쪽). 부장들..

카탈루냐 찬가

조지 오웰 지음. 김옥수 옮김. 비꽃 펴냄. 2017년 3월 15일 초판 1쇄. 나는 신문 기사를 쓰겠다는 생각으로 스페인에 갔지만, 도착하자마자 민병대에 입대했다. 당시로선, 그 분위기에선, 다른 걸 생각할 수 없었다(9쪽). 혁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대로 한순간에 들어선 느낌이 있었다. 인간은 자본주의 기계에 맞물린 톱니가 아니라 진짜 인간답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11쪽). 나는 그들이 우리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24쪽). 소총을 쏘았는데 노리쇠가 터져서 탄피 조각에 머리 가죽이 갈가리 찢어진 것이다. 우리에겐 첫 번째 부상병인데, 스스로 다쳤다는 사실이 독특했다(28쪽). 내가 인간을 겨냥해서 총을 쏜 건 그게 처음이었다(30쪽). 민병대 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어둠의 시대 불꽃이 되어

70년대민주노동운동지회 엮음. 학민사 펴냄. 2021년 11월 19일 1판 1쇄. 2022년 7월 8일 특별판 발행.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런 글을 써도 되나 고민을 했다. 하지만 청계피복노동조합의 이야기가 역사에 남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같은 평범한 조합원들이 겁도 없이 열심히 싸웠기 때문이라고 믿기에 어렵게 용기를 냈다(34쪽). 1966년 봄 나는 주인집 언니를 따라 평화시장 삼양사에 시다로 입사했다. 하루 15 ~ 16시간씩 무릎을 꿇고 일을 했다. 첫 월급은 700원, 버스 요금 하루 왕복 20원 빼고 나면 고작 140원 남지만 열세 살 꼬마가 빠져나갈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41쪽). 1980년 봄 단체협약 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청계피복노조는 10인 이상 사업장부터 퇴직금을 지..

아몬드

손원평 지음. 창비 펴냄. 2017년 3월 31일 초판 1쇄. 2021년 11월 22일 초판 144쇄. ━ 지들 대가리 속도 모르는 것들이(32쪽). 왜 더 늦기 전에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을까(65쪽). 그 사람은 내 인생에 시멘트를 쫙 들이붓고 그 위에 자기가 설계한 새 건물을 지을 생각만 해. 난 그런 애가 아닌데······(167쪽). 웃기지 않아? 우사인 볼트도 아닌데, 달려서 뭐하냐는 거야(187쪽).

그 이름을 부를 때

송원근 지음. 다람 펴냄. 2021년 8월 14일 초판 1쇄. 2021년 10월 5일 초판 4쇄. 김복동은 1992년 자신을 피해자로 신고하고, 그해 8월 세상 앞에서 자신의 피해를 처음 증언한다(48쪽). 2012년 3월, 할머니는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전쟁 성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나비기금’을 설립했다(51쪽). 자신을 군수품 취급하던 자들로부터 ‘사람’으로 대접 받기 위한 처절한 싸움, 그 한복판에 서 있던 김복동을 그려 내야 한다(59쪽). 1991년 12월 겨울 어느 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학순 할머니의 인터뷰를 보는 젊은 요시미 교수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81쪽). 피해자들은 ‘2015 한일합의’를 인정하지 않았다(135쪽). ‘2015 한일합의’는 사죄도 없고 배상도 없었잖아요..

조선 평전

손석춘 지음. 자유언론실천재단 펴냄. 2021년 3월 22일 초판 1쇄. ‘민중의 신문’을 자임하며 일궈 낸 지면도 이상재의 후광이 사라지고 신간회가 주춤거리면서 시나브로 빛이 바랬다. 이를테면 1929년 3월부터 생활개신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생활부터 달라져야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색의단발운동, 건강증진운동, 상식보급운동, 소비절약운동, 허례폐지운동에 대한 보도와 선전을 펴 나갔다. 그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벌인 생활개신운동은 ━ 특히 흰 옷을 벗고 색깔 있는 옷을 입자는 색의운동은 ━ 의도했든 아니든 일본 제국주의 통치에 적응해 가는 분위기를 확산시켰다(63쪽). 그의 지면은 방응모의 친일반민족행위와 ‘동행’했다(83쪽). 그는 1940년 1월 1일 자부터 충격적인..

당신은 영화를 믿지 않겠지만

오동진 지음. 썰물과밀물 펴냄. 2022년 5월 10일 초판 1쇄. 사랑이 세상의 진보를 방해한 적은 없다. 세상이 사랑을 가로막을 뿐이다. 그건 늘 그렇다(15쪽). 은 1960년대 여성들이 받았던 고통을 떠올리게 하면서 왜 지금 세상은 보다 여성적이고, 보다 계급 계층적 측면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가를 우회적으로 보여 준다(17쪽). 여성의 권리는 여전히 침해받고 있으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수세적이게 하고, 당당함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삶을 강요받고 있다는 얘기다(18쪽). 여성 운동은 여성만을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동반, 연대해서 자유를 얻는 것이며,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가부장, 남성 중심, 계급주의 상황을 이겨 내는 것이다(19, 20쪽).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속이 부글부글 끓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