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책좋아요 ILikeBooks 422

북클럽 자본 9 ━ 임금에 관한 온갖 헛소리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20년 3월 30일 초판 1쇄. 2021년 6월 7일 초판 2쇄. 자기 시대로부터 거리를 둘 수 없는 사람은 자기 시대도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다른 시대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19쪽). “작가가 생산적 노동자인 것은 그가 사상을 생산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작품을 출판하는 출판업자를 부유하게 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어떤 자본가의 임금 노동자인 한에서 생산적이다.”·····중략·····마르크스가 정작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생산적 노동에 대한 규정이 얼마나 이상한가'입니다. 아이들의 능력을 키우는 교육자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교육자가 생산적 교육자이고, 좋은 생각을 펼치는 작가가 아니라 많이 팔리는 책을 쓰는 작가가 생산적 작가라니, 이 얼마..

북클럽 자본 8 ━ 자본의 꿈 기계의 꿈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9년 12월 30일 초판 1쇄. 자본주의에서 기계의 도입은 자본가를 위한 것이지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19쪽).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17세기 말의 매뉴팩처 시대에 발명되어 1780년대 초까지 존속한 증기기관은 어떠한 산업혁명도 일으키지 못했다.”······중략······증기기관은 동력을 공급했을 뿐이고 작업은 여전히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졌지요. 이를테면 철강 매뉴팩처에서 철판을 망치로 내리치며 제품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 노동자였습니다. 증기기관은 풀무와 연결되어 풀무질만 열심히 했을 뿐이지요. 즉 동력기계인 증기기관은 풀무질하던 인간을 대체했을 뿐 제품을 만들던 인간을 대체하지는 못했습니다(31, 32쪽). 어떤 기계들의 경우에는 힘보다는 유연..

거인으로 일하고 난쟁이로 지불받다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9년 10월 28일 초판 1쇄. 마르크스는 종종 말했습니다. 나타난 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우리에게 나타난 모습이 실재는 아니라는 건데요(36쪽). 전자의 경우에는 잉여노동이 노동시간의 연장 즉 ‘연장된 노동'의 형태를 취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노동시간의 강도 즉 ‘강화된 노동'의 형태를 취하는 거죠. 이 두 가지는 자본주의에서 잉여노동에 대한 자본의 갈망이 표현되는 기본 형태입니다.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것을 과로의 두 가지 기본 형태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과로란 ‘장시간 노동'이거나 ‘고강도 노동'입니다(56쪽). a body of men working together(77쪽). 본래 ‘유적 존재'는 루트비히 포이어바흐가..

발칙한 그녀들

히구치 이치요, 시미즈 시킹, 오카모토 가노코, 미즈노 센코, 하야시 후미코, 다무라 도시코, 미야모토 유리코 지음. 안영신, 박은정, 서홍 옮김. 작가와비평 펴냄. 2022년 2월 20일 1판 1쇄. 리쓰는 두건 위로 귀를 막고 빠르게 몇 걸음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불안하던 마음도 어느샌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맑아졌다. 핏기 없는 입술에는 싸늘한 미소마저 떠올랐다(15쪽). 다베는 그저 옛 추억에 이끌리고 있을 뿐이다. 과거의 감정이 조금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상에 젖어 사랑이 타고 남은 자리를 음미하러 오는 거다(114쪽).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온갖 복잡한 감정은 각자 가슴속에 묻어 버렸다. 서로 그리워하던 그 시절로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둘 다 나이를 먹은 것이다(136쪽)..

북클럽 자본 6. 공포의 집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9년 6월 28일 초판 1쇄. 외적 제약이 없다면 자본가가 잉여가치에 대한 충동을 제어하는 일은 없습니다. 언제나 ‘최대한'입니다(28쪽). 파업이라는 사건은 노동자의 인격적 지위를 복원시킵니다. 단지 노동력을 담은 생체에 지나지 않던 노동자를 자기 목소리를 가진 주체로 만드는 거죠.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는 겁니다(33쪽). 16시간, 14시간, 12시간, 10시간, 8시간. 노동일의 역사적 표준화는 과학과 논리를 통해 도출해 낸 게 아닙니다. 그것은 “총자본가 즉 자본가계급과 총노동자 즉 노동자계급 사이의 투쟁"의 결과물이죠(39쪽). 마르크스는 19세기 중반 미국의 가장 자유로운 주였던 매사추세츠 주가 자신의 진보성을 뽐내며 내세운 노동일 규제에 대해 한마디 했는..

북클럽 자본 5 생명을 짜 넣는 노동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9년 4월 29일 초판 1쇄. 2020년 4월 6일 초판 2쇄. 마르크스는 노동이라는 게 “외부의 자연에 작용을 가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본성까지도 변화시킨다"라고 했는데요. 나는 그 이유가 일차적으로는 신체에서 일어나는 변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이라는 것이 인간신체와 외부 신체의 물질대사인 한에서, 외부 신체를 변형하는 일은 인간신체를 변형하는 일이기도 할 테니까요(49쪽). 마르크스가 언급한 자본주의 노동과정의 두 가지 현상을 ‘소외'로 말할 수 있습니다. 자본가의 통제 아래서 노동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노동과정으로부터의 소외(혹은 ‘생산자의 생산과정으로부터의 소외')’라고 할 수 있고요, 노동자의 생산물이 자본가의 소유물이 되는..

성부와 성자 ━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9년 2월 27일 초판 1쇄. 이 돈만 아는 악당, 교활한 놈, 돈만 되면 무엇이든 다 팔아 치우려 드는 놈, 거간꾼이자 사기꾼이며 탐욕적이고, 돈만 있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놈, 순종을 모르고 반항만 하는 놈, 심장도 영혼도 없는 놈, 공동체를 파괴하려 드는 놈, 심지어 공동체 자체도 흥정하고 거래하는 놈, 노예근성을 가진 놈, 아양 떠는 놈, 영악하고 이익에 민첩한 놈, 삭막한 놈, 모두를 경쟁으로 내몰며 사회적 빈궁과 범죄를 키우는 놈, 모든 사회적 끈들을 다 끊어버리는 놈, 명예도 모르고, 원칙도 시도 실체도 아무것도 모르며, 아무것도 갖지 못한 놈(42쪽). 그러니까 ‘자본가’는 ‘인격화된 자본’입니다. ‘자본가’는 ‘자본’을 연기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화폐라는 짐승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8년 12월 27일 초판 1쇄. 노동력 판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노동자는 노예처럼 자기 자신을 판 것이 아닙니다. 가치를 보존하고 창출하는 능력으로서 ‘노동력’을 판 것이지요(26쪽). (콩고) 렐레족 사람들은 옷감을 만드는 데 쓰는 라피아와 염료 나무 캠우드를 화폐로 사용했는데, 결혼지참금이나 상벌금, 종교적 헌금 등의 용도로 썼습니다. 그러나 라피아나 캠우드를 상업적 용도로는 쓸 수 없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는 데 쓰는 화폐는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똑같은 돈으로 벌금도 내고 물건도 사기 때문에 전통 공동체에서 둘을 철저히 구분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 무차별적으로 관여하는 ‘우리 시대의..

마르크스의 특별한 눈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8년 10월 29일 초판 1쇄. “최후에는 가장 단순한 규정에 도달해야 한다(17쪽).” 상품이 ‘가치’를 갖는 건 그것을 생산한 노동이 “모두 인간 노동”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67쪽).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극복이 이 ‘사회적’이라는 말의 성격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84쪽). ‘가치’를 낳는 것은 자연이 아닙니다. 가치는 ‘사회적인 것’입니다. 상품이 가치를 갖는 것은 “모든 상품들은 인간 노동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실체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93쪽). 노동자는 순응자, 예속자가 됨으로써만 노동력을 상품화할 수 있습니다. 리바이어던에 모든 권리를 양도하는 한에서만, 리바이어던에 순응하는 한에서만, 자유로운 상업적 계약이 가능하다고 했던 홉스의 말처럼,..

다시 자본을 읽자 1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8년 8월 27일 초판 1쇄. 니체는 인식의 매력이 인식의 길에 놓인 부끄러움을 극복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만, 사실은 부끄러움 자체가 자기 극복의 조짐입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예전의 자기 자신과 거리가 좀 생긴 겁니다. 그래서 부끄러움에는 고통과 기쁨이 함께합니다(22쪽). 비판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해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대한 비판가 마르크스는 우리 시대를 이해시킨 사람이기도 합니다(35쪽). 우리가 ‘사회’라고 옮기는 라틴어 ‘소시에타스’는 실제로 대외교역에 나섰던 중세 시대 투자자들의 결사체를 지칭했습니다. 그런 소시에타스 중 규모가 큰 것을 사람들은 ‘콤파니아’라고 불렀는데요. 말 그대로 풀면 ‘빵을 함께 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