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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와 검사 ━ 죄수들이 쓴 공소장

eunyongyi 2021. 6. 13. 22:43

심인보 김경래 지음. 뉴스타파 펴냄. 2021년 4월 30일 초판 1쇄.

 

‘조 브라더스’라고 불렸다. ‘브라더’ 가운데 동생에 해당하는 첫 번째 조 씨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금융 사기범으로, 워낙 머리가 잘 돌아가고 입담이 좋아서 검사실에 단골 출정을 하며 수사를 도왔던 인물이다(29쪽).

 

 판결문에 나온 동생 조 씨의 행태는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조 씨는 수사관 J의 비호를 받으며 서부지검 415호 검사실을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했다(31쪽).

 

 조 씨는 이렇게 검사실의 위세를 업고 사기 행각을 벌이다 2016년 9월 결국 체포됐다. 조 씨를 체포한 것은 다름 아닌 최희정 검사실이었다. 조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결과 2 ~ 3박스 분량의 수사 기밀 자료가 나왔다(32쪽).

 

우리는 죄수, 즉 제소자를 활용한 수사가 적법한 것인지 복수의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그런 수사 관행은 미국 드라마에나 나오는 줄 알았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35쪽).

 

 “박수종 변호사는 제주도의 평범한 집안 출신이다. 검사가 되고 나서 결혼을 해 외식 업계의 큰손인 처가를 배경으로 갖게 됐다. 검사직에서 퇴직한 뒤 주식을 시작해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벌었다. 주식시장에서 굴리는 돈만 수백억 원대다.······중략······그런데 박수종 변호사는 보통 사람들이 주식을 하는 것처럼 단순히 투자를 하는 게 아니다. 투자하는 회사의 경영진과 직접 딜을 한다. 회사를 통째로 먹기도 하고 상장사 M&A도 여러 건 했다(80쪽).”

 

제보자 X는 그런 이유로, 저축은행이 주식을 담보로 기업사냥꾼에게 빌려주는 무자본 M&A 자금을 ‘악의 시드머니’(seed money)라고 표현했다(101, 102쪽).

 

2019년 10월 말 박수종 변호사는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를 자신의 처가가 운영하는 외식업체 ‘이연에프엔씨’에 넘겼지만 행남자기는 결국 2020년 1월 상장폐지되고 말았다(119쪽).

 

한 씨는 2017년 3월 출소하자마자 김성훈의 변호사 비용을 내기 시작했다. 김성훈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에 2017년 3월 10일 5천 5백만 원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서너 달에 걸쳐 모두 6억 2천 6백만 원의 변호사비를 보냈다(206, 207쪽).

 

죄수 K는 인천지검 특수부 1011호 장동철 검사실에 딸린 독방을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방에는 전화와 컴퓨터, 소파, 침상까지 갖춰져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외부 음식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외부 지인들과 통화도 하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 검사는 또 다른 제보를 원하는 눈치였다고 한다(215쪽).

 

 브로커 죄수 한 씨와 오 씨는 주로 인천지검 특수부 1025호실에 출정을 갔다. 죄수 K도 자주 1025호에 가서 이들과 어울렸다. 죄수 K가 그린 1025호 그림을 보면 검사실에 딸려 있는 영상녹화실이 이들의 전용 방이었다고 한다.

 죄수 K는 한 씨와 오 씨가 애인을 매일같이 불러 위의 그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216, 217쪽).

 

너무나 충격적인 얘기라 믿기 어렵지만 죄수 K는 검사실에서 이들이 성관계를 벌이는 것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고 죄수 K는 주장했다(218쪽).

 

죄수 한 씨와 오 씨가 ‘나가서 놀던’ 인천지검 특수부 1025호는 김선규 검사의 방이었다(222쪽).

 

 구치소에는 속칭 검찰의 ‘빨대’, ‘프락치’ 역할을 하는 죄수들이 있다. 영화에도 자주 나오지만 현실에도 존재한다. 자기들끼리 은어로는 ‘야당’이라고 부른다. 여당 야당 할 때 그 야당이다. 검찰 정보원을 왜 야당이라고 부르는지는 죄수들도 잘 모른다. 그저 조심해야 할 부류 정도로 해석한다. 군부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은어로 추정된다(316쪽).

 

 수사권 독점, 영장청구권 독점, 기소권 독점. 모두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검찰에 부여한 독점적 권한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권한만 키우고 나쁜 놈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 무소불위의 검찰권. 검사는 나쁜 놈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선택한다(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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