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신문사가 2013년 칠월 어느 날 내게 걸어 온 B(교육출판팀장)의 전화 한 통화를 해고 발화점으로 쓴 건 무리수였다. 이듬해 팔월 24일 그 마이너 신문이 자행한 해고가 사람 사는 이치에 걸맞지 않았음을 쉬 드러나게 했다.
나는. 하여 “보잘것없는 이유로 부당히 해고됐다”고 쉬 목청 돋울 수 있었다. 볼만한 가치가 없을 정도로 해고 까닭이 하찮았던 건 B의 전화 뒤에 덕지덕지한 마이너 신문사의 전에 없던 근태 억지가 눈에 밟혔기 때문. 2013년 칠월 2일 오후 3시쯤 시간에 쫓겨 ‘구글 캘린더’에 외근 일정을 한 번 올리지 않은 걸 두고 ‘근태 보고 지시를 늘 거부했다’는 천연덕스러움. 그날 아침 15분쯤 늦은 듯한데 — 그날 늦었는지조차 기억이 희미한데 — “10시 경 사무실에 출근했다”는 B의 거짓말. B에게 ‘팀장’, 동기로 지낸 마이너 신문사 정보사업국의 G에게 ‘부국장’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으며 수시로 상사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황당함 들.
나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설명했다. 사실 그대로. 2013년 칠월 바로 그 어느 날(2일) 구글 캘린더에 외근 일정을 올리지 않은 건 작은 실수였다는 거. 그날 아침에 조금 늦긴 한 모양인데 그게 전후 1년여 동안 딱 한 차례 늦은 거였을 뿐 보통 때엔 가장 먼저 출근한 날이 가장 많은 노동자였다는 거. B나 G를 부를 때 직위 이름(팀장•부국장)을 붙여 줬으되 G는 동기였기에 그 마이너 신문사 전통에 따라 서로 말을 편히 했다는 거.
진술이 그리 오거니 가거니 하잘것없다 보니 나는 ‘근태 시비 주체가 B였는지’ 궁금해졌다. 과연 B였을까.
B는 2011년 유월 마이너 신문사에 합류했다. 2013년 칠월 어느 날은 근속 2년 2개월째였던 거. 하여 그때까지 31년쯤 쌓인 마이너 신문사 노동 관행을 잘 몰랐다. 10년 이상 동기로 지낸 G와 내가 서로 말을 편히 주고받자 내게 “왜 ○○○ 부국장님께 반말을 하느냐”고 따졌다. 내가 “동기라서 그렇고 그게 ○○신문의 질서”라고 말하자 B는 “관행은 깨라고 있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나는 “깨야 할 건 나쁜 관행이지 오래전부터 해 온 걸 무턱으로 깰 건 아니”며 “일반 기업과 다른 신문사 조직의 특성을 잘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고 B에게 말해 줬다.
B가 내게 처음부터 날을 세운 건 아니었다. 2012년 사월 1일. 그때. 기자이자 논설위원이었던 내가 출판팀으로 부당히 전직된 바로 그때엔 데면데면했다. 마이너 신문사가 나를 ‘교육출판센터 부장 대우’로 발령했으되 보직과 일을 주지 않은 터라 ‘차장 직무 대리(과장)’로서 교육팀에 속한 B가 내게 날 선 칼을 내밀 까닭이 없었다. 그리 1년을 지내며 B와 나는 ‘회식하다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걸 우연히 안 관계’에 머물렀다. 서로 얽거나 다툴 일이 없었던 거.
2013년 사월 1일. B가 표변했다. 차장 직무 대리자로서 마이너 신문사 교육팀과 출판팀을 합친 ‘교육출판팀장’이 된 B는 “부장님이 과거에 ○○신문에서 무엇을 했든 개의치 않는다”더니 “(이제 팀장과 팀원 사이가 됐으니) 정규직 사원으로서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기함. 그날 기준으로 “내가 ○○신문에서… 18년쯤 땀 흘렸는데, 성실히 일하며 능력도 제법 인정받았는데, 그런 내게 ‘처신을 잘하라’는 말부터 하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교육출판팀장이 된 B의 첫 말마디가 ‘처신’이어선 인지상정이 아니라 여겼기에. 나는. ‘처신’을 꼭 집어 가리켰다.
B는 잘못 선택한 단어였다며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음. B는 그러나 조심하지 않았다. 나를 마음대로 다루며 데리고 놀고 싶었을까. 내게 ‘아래아한글’과 ‘아웃룩’ 따위를 써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때까지 18년쯤 기자와 논설위원과 출판기획자로 땀 흘린 내게. 난데없이. “나(B)도 한때 기자가 되려고 언론사 시험을 몇 차례 봤다”고도 했다. 그 말을 내게 왜 했을까. 지금도 도무지 어림잡아 헤아릴 수 없다.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내가 신청한 ‘0.5일 연차(반차) 휴가’를 반려했다. 휴가 신청을 되돌렸다는 것조차 말하지 않더니 나를 장애인에 빗대어 모멸했다. 나를 아는 B의 지인에게 B가 “○○신문에서도 —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아 내던 부담금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 장애인을 고용했다”고 말했더니 그 지인이 “장애인을 뽑을 필요가 뭐 있어? 거기(마이너 신문사) 장애인 하나 이미 있잖아!”라며 내 이름을 잇댔다고, 내게, B가 말해 줬다.
B는 날로 종잡을 수 없었다. “○○신문이 사람 내보내는 과정을 보니 너무 실망스러워 나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그만둘 생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나는 관리자니까 팀원 관리만 하면 되는데 (마이너 신문사가) 왜 나한테 교육 사업의 영업을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나는 출판을 모른다”더니 “모르지만 영업 마케팅적으로 지시하는 것”이라는 둥 말의 앞뒤를 스스로 어지럽혔다.
2014년 칠월 18일. B는 기어이 내게 “사회에서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라고 묻더니 내가 “(능력 없이) ○○신문과 노조의 우산 밑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과연 B였을까. 근태 시비 주체가. 너무 들쑥날쑥하지 않은가. 곰곰. B가 마이너 신문사 몇몇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긴 했는데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이것저것 마구 들쑤신 건 아니었을까. 그렇다 보니 내 근태를 두고 뭘 어찌해야 할지도 몰랐던 건 아닐까. 2013년 칠월 어느 날이 그리 심각했다면, 내 근태가 그리 계속 문제였다면 B는 내게 바로잡으라고 거듭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
B는 그러지 않았다. 2014년 사월 2일 내가 “(B와 B의 직속상관인 정보사업국장 A의) 인사 고과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이의를 제기했을 때까지 조용했다. 근태 보고와 관련해 그리 묵혀 뒀던 것처럼 A나 마이너 신문사가 지시한 이런저런 업무와 전달 사항을 내게 알리지도 않았다. 나를 뺀 채 교육출판팀원에게만 전했다. 나를 외돌토리로 만들겠다는 심사가 엿보였으나 실제로는 되레 B가 고립됐다. 입버릇처럼 “곧 회사를 떠날 생각”이라거나 “나는 관리만 한다”고 말해 온 결과로 보였다.
B는 결국 마이너 신문사를 떠났다. 2015년 유월. 내가 마이너 신문사의 ‘부당한 인사 발령과 징계(정직),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구제 재심 신청을 중앙노동위원회에 냈을 무렵이다. 그 마이너 신문사가 2014년 시월 출판팀을 없앤 뒤 이듬해 오월 교육 사업을 계열사로 넘겼기 때문. 이때 마이너 신문사 교육출판팀엔 팀원이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이너 신문사는 B를 퇴직 처리한 뒤 계열사에 입사시켰다. 계열사에서 교육 사업을 계속하라는 뜻. B는 그러나 한 달 이상 견디지 못했다. 마이너 신문사 교육출판팀장으로서 실무를 제쳐 둔 채 팀원 근태 관리에만 치중한 터라 혼자 일을 맡게 되니 기존 사업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듯했다. 마이너 신문사의 몇몇이 B의 교육 사업 내용을 면밀히 살폈더니 ‘일을 하거나 수익을 건사하진 않고 경비만 썼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풍문도 들렸다. B가 마이너 신문사의 행태를 두고 ‘자기 뒷조사를 했다’며 불평했다는 소리도 바람처럼 떠돌아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마이너 신문 계열사에서 ‘연봉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아 한 달 치 월급조차 받지 못했다’고 투덜거렸다는 얘기도 함께였다.
토사구팽. 퍼뜩. 마이너 신문사의 몇몇이 토끼(나) 사냥을 끝냈으니 사냥개(B)를 삶아 먹은 모양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B가 매우 부박했던 나머지 과연 —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 B였을까 싶었다. 지금도. B의 부박한 언행에 힘입어 내가 해고됐던 게 정말로 맞나 싶다. 뭘까, 대체. 나를 부당히 해고한 것도 모자라 정직 1개월로까지 몰아친 마이너 신문사 ‘근태’는.
그게 내 몸, 내 가슴속에 상처를 냈다. 잘고 시시해 천박하고 경솔한 그 ‘근태’가… 나를 벴다.
▴2014년 오월 21일 오전 9시 41분에 B가 교육출판팀원에게 보낸 이메일. ‘받는 사람’에서 나만 뺐다. ‘각자 적어서’ 그날 안으로 답해 달라거나 ‘개인적으로 회신’하기를 바랐음에도 팀원 가운데 하나인 내겐 아예 알리지 않았다. B가 사람 된 도리로부터 멀어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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