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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법과 윤리

eunyongyi 2019. 1. 2. 23:57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2016년 2월 29일 초판 1쇄. 한병구 교수. 학교 어른이었다. 그 앞에선 모두 예의 발라야 했고. 담배는 그가 즐기는 ‘은하수’이거나 그것보다 싼 걸 피워야 했으며. 하여 ‘은하수’ 갑에 ‘솔’을 채워 다니는 형들이 있었고. 슬리퍼 같은 걸 신고 강의실에 들어가선 안 됐으며. 때론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그저 성실한 것 하나로 미주리 대학 석사 학위를 땄다”고 스스로를 낮춰 말하며 웃는 그를 따라 우리는 웃었다.
1987년. 열아홉이던 나는 그가 진짜 ‘성실한 것 하나로’ 석사 학위를 땄을 거라 여겼다. 시건방지게도. 그로부터 배울 게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2019년. 삼십이 년 뒤. “공연(公然)히!”라고 소리 높여 말하며 칠판 쪽으로 돌아서던 그가 떠올랐다. 강준만 교수 <미디어 법과 윤리> 덕에. ‘아, 한병구 교수께서 언론 법제 연구로 일가견을 이루셨던 거로구나!’ 하고 깨달은 것. 새삼 죄송하다. 부끄럽고. 

위법성조각사유란 “형식적으로는 불법행위로서 범죄가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범죄행위 또는 불법행위로서의 성격이 정지되는 여러 가지 사유를 말한다.” ‘조각’이란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자면, 위법성이 없다고 검찰이나 법원이 인정하는 경우를 뜻한다(73쪽).

1996년 6월 7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음반 사전 심의가 폐지됐다.······중략······음반 사전 검열은 1933년 조선총독부 경무부가 음악을 통해 조선인들의 정서를 통제할 목적으로 실시했던 것인데, 그걸 없애는 데 63년이 걸린 것이다(76쪽).

명예훼손적 표현에서의 ‘비방할 목적(형법 제309조)’은 그 폭을 좁히는 제한된 해석이 필요하다. 법관은 엄격한 증거로써 입증이 되는 경우에 한해 행위자의 비방 목적을 인정해야 한다(104쪽).

헌법재판소 손형섭 연구원은 ‘프라이버시권·명예권·언론의 자유의 법적 관계’라는 논문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형사상 진실한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는 현행 형법이 시대 변화에 적합한 입법 태도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118쪽).

함석천(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심의관)은 2008년 “최근까지만 해도 상당성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했다. 진실성에 대해 다툼이 없으면, 언론사의 보도는 대부분 공공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당성, 그 가운데 주로 언론이 필요한 확인 절차를 모두 거쳤는지 여부가 언론 소송의 주된 쟁점 사항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런데 2002년을 전후해 이런 추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공인, 공적인 논쟁에 관한 공공성 범위를 확대한 것과 상당성의 완화이다. 이런 변화는 대법원이 주도해 왔는데, 2002년경부터 본격화됐다. 이런 변화의 요체는, 중대한 사회적 관심사, 관찰의 대상에 대하여는 언론의 지속적인 검증과 비판이 가능하고 그 폭이 넓어야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의 기반이 마련되고 자유민주사회가 굳건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133쪽).”

상당성 원리는 1 보도매체가 무엇인가(즉, 보도의 시간적 여유가 얼마나 있는가), 2 보도된 기사가 어떤 것인가(신속성을 요하는 기사인가, 상당한 기간을 두고 준비하는 기획 기사인가), 3 취재원이 믿을 만한 사람인가 4 피해자와의 대면 등 진실 확인이 용이한 상황인가 5 행위자가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했는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134쪽).

2005년 언론중재법 개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대상에 포함된 이후 “언론중재위 손해배상 청구 액수는 부르기 나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민사소송과 달리 언론중재위 손해배상 청구는 인지대가 없어서 원하는 대로 청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액수가 많아야 보도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강조할 수 있어서 높게 부르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139쪽).

‘안기부 X파일’은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1997년 3회에 걸쳐 서울의 호텔 일식당 등에서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권 동향 및 대권 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에 대하여 논의한 대화를 도청한 것이다(170쪽).

‘파킨슨의 법칙’은 공무원 수와 업무량은 아무 관계가 없으며, 업무의 많고 적음과는 관계없이 공무원 수는 늘어난다는 법칙이다(197쪽).

법령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인은 청구 사유를 밝힐 필요는 없다. 조민지 간사는 “그냥 궁금해서 청구했다고 유연하게 말하면 된다”고 조언했다(210쪽).

1989년 7월 12일 새벽 안기부가 ‘서경원 의원’ 사건과 관련,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한겨레> 편집국을 강제 수색, 윤재걸 기자의 책상에서 사진 및 취재 스크랩 등 취재 자료를 가져간 사건이 발생했다(262쪽).······중략······<한겨레> 압수 수색 당시 영장을 발부한 판사였던 최성준이 2014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지명되면서 논란이 일었다(263쪽).

1999년 언론개혁시민연대. “예외적으로 공익을 위해서 또 중대한 국민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해 필요하고 그 내용이 진실인 경우에는 피의사실 공표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겠으나 언론으로서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한 피해자와 언론 모두를 위해 이런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284쪽).”

<뉴욕타임스>: 1 사업 및 금융 분야를 담당한 직원은 공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어떤 주식도 단기로 사거나 팔아서는 안 된다. 2 사업 및 금융 기자는 그가 일상적으로 취재하는 회사들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349쪽).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의 본분은 권력 감시와 견제인데, 한국의 경우 기자직을 권력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문화가 팽배하다”며 “선진국에선 현직 기자가 곧바로 정계에 진출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김성해 대구대학교 교수(신문방송학)도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칼 번스타인 등 선진국의 유명 언론인들은 퇴직 후 대부분 저술 활동에 주력한다. 한국 폴리널리스트들의 권력 지향성은 언론 전체의 신뢰를 깎아 먹는다”고 꼬집었다(360쪽).

수신료 인상 외에도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편의 파이를 뺏지 않으면서 양측을 만족시킬 방안으로 ‘광고 규제 품목 완화’를 생각하고 있다(397쪽). 2015년 4월 24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병원 광고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398쪽).

2015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MMS 추진이 확인되자(400쪽)······중략······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은 “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하는 신문들이 종편 민원창구로 전락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MMS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약속이라도 한 듯 28 ~ 29일 대동소이한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다(401쪽).”

경제학자 칼 폴라니에 따르면, 기업사회는 “시장이 사회로부터 분리돼 나와 자율적인 것이 되는 데 머물지 않고, 사회를 식민화한 상태”를 말한다(415쪽).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주파수 희소성과 방송의 침투적 성격 등은 사이버 공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방송 특히 텔레비전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접근 가능하고 매우 친숙하기 때문에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가족생활 깊숙이 그리고 빠짐없이 들어와 있다는 의미에서 거론돼 온 ‘방송의 침투적 성격’은 그간 정부에 의한 방송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요 논거로 사용돼 왔는데, 연방대법원은 이를 부정하고 인터넷을 방송보다는 인쇄매체에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4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