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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나라

eunyongyi 2019. 2. 12. 22:57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2013년 5월 18일 초판 1쇄.

갑을관계가 삶의 기본적인 문법으로까지 자리 잡은 풍토에선 개인적 차원에서 갑을관계적 착취를 하지 않고 을을 대등한 파트너로 대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악력이 떨어진다거나 리더십이 없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갑을관계는 우리의 무의식 세계에까지 파고들어 일상적인 행동 패턴으로 내면화됐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13쪽).

출발점은 관존민비다.······중략······오늘날의 갑을관계에서도 관은 여전히 민을 지배하는 갑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27쪽).

이승만 정권 때 뿌리를 내린 관료 조직의 정치화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지속됐으며 바로 이것이 관료 조직의 개혁을 가장 어렵게 만든 이유다. 관료 조직은 정권에 충성을 다 하거나 정권이 내세운 어떤 목표에만 충신하면 그만인 도구적 성격을 띠게 됐기 때문에 민중에 군림하는 성격만큼은 전혀 문제시되지 않았던 것이다(36쪽).

박정희의 경제개발을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더라도 그건 관료 조직의 타락을 밑거름 삼아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37쪽).

김성곤은 1965년부터 공화당 재정위원장을 맡은 이후로 재벌들에게 돈을 거둬 박정희에게 갖다 바치는 역할을 했다. 김성곤이 거둬들인 자금 명세서는 박정희가 직접 결제를 했다.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에선 무조건 10퍼센트를 정치자금으로 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37쪽).

1960년대 관료 체제의 상층부가 얼마나 썩었는가 하는 건 정부의 고관들이 살고 있는 신흥 주택가인 동빙고동 일대가 “도둑 마을”로 불렸다는 것으로도 잘 알 수 있다(38쪽).

한상진은 “(1972년) 8·3 긴급경제 조치를 통해 1970년대를 관통하는 정경유착의 기본 유형을 발견하게 된다”며 그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41쪽).

3공화국에서 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관료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도구화’였다. 관료 조직은 정권에 충성을 바치는 대신 국민에 군림하는 지위를 누리는 것으로 보상을 받았다. 그래서 고급 관료의 통로가 되는 고시는 입신출세의 지름길로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됐다(44쪽).

공복이 되겠다는 경쟁이 그렇게 치열하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인데도 세상 모든 사람들은 그걸 당연시하면서 고시를 우러러 봤으니 썩은 건 모든 국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53쪽).

2007년 3월 1일 자 <조선일보>는 “지난 2005년 8월, 공정위는 KT에 113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KT는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우연의 일치인지 KT 과징금 사건을 담당했던 공정위 상임위원과 팀장급 간부가 줄줄이 세종으로 전직했다. 거꾸로 세종의 한 변호사는 공정위 소송 담당 팀장으로 왔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59, 60쪽).

강남 개발과 동시에 착수한 것이 서울의 판자촌 철거였다. 서울시는 판자촌과 도시 빈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신도시를 개발해 빈민들을 이주시키는 정책을 세웠다. 서울 청계천 일대를 비롯한 판자촌을 대거 철거하면서 1969년 5월부터 주민들을 광주로 강제 이주시켰다(89쪽).

윤상림은 위력 과시용 단골 메뉴로 관용 헬기와 경찰 사이드카를 이용했다(114쪽).

서강대 법학과 교수 임지봉은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법조계 사람들을 만나 보면 첫 인사가 연수원 몇 기, 고시 몇 회라는 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다반사다. 이 기수를 중심으로 법조인들은 서열화되고, 법조 사회는 수직적 구조를 갖는 동류 집단이 된다. 그리고 법조인들의 이러한 동류의식은 고시 패스의 엘리트 의식과 합쳐지면서 어느 집단의 그것보다 강한 결속력을 지니게 된다(123쪽).”

2012년 4월 정국을 뒤흔든 파이시티 인허가 금품 로비 사건에는 ‘경북 포항 구룡포 향우회’와 ‘영포회’가 금품 수수자들의 안면을 터주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게 밝혀졌다(125쪽).

2005년 9월 26일 자 <르몽드>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방산·전자 업체인 탈레스의 전 최고경영자 미셸 조스랑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미셸 조스랑은 프랑스 국내외에서 상거래를 하며 뇌물을 제공한 적이 많다고 폭로했는데 그는 특히 한국을 아프리카에 이어 뇌물이 불가피한 나라로 지목했다(134, 135쪽).

1987년 선물 경기는 대통령 선거 바람이 휩쓸었다. 민주정의당은 유권자들에게 쌀, 이불, 과일, 청주 등 대대적인 선물 공세를 폈다. 이런 정치적 선물 경기는 1988년 봄 총선에까지 이어졌다(153쪽).

1996년 4월엔 보통 사람들이 주고받는 사과상자가 화제가 됐다. 쌍용그룹 전 회장이자 신한국당 국회의원인 김석원이 전 대통령 전두환의 비자금 61억 원을 현찰로 사과상자 25개에 담아 회사 경리부 창고에 보관해 오다가 발각됐기 때문이다(161쪽).

2003년 3월 대통령 노무현의 최측근인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안희정이 대학 친구들에게 승용차를 선물 받은 것과 관련해 논란이 제기됐다(166쪽).

이날(1946년 3월 1일) 라디오에선 서울방송국이 3·1절 특집극(노래극)을 위해 만든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194쪽).

1971년 4·27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서울대 문리대 등을 중심으로 한동안 4·27 선거 무효 투쟁이 전개되다가 2학기부터는 교련 반대 투쟁이 일어났다(217쪽).

노무현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건, 노무현의 집권 기간은 대통령이 약자·아웃사이더·저항자 행세를 함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가져온 권력 개념에 큰 혼란이 발생한 시기였다(255쪽).

맥도널드가 성공을 거둔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대부분 프랜차이지에서 나온 것이다(258쪽).

전국의 여러 지역이 도, 시, 군 단위로 서울에 학숙을 지어 유학 간 자기 지역의 우수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지역에 따라선 범도민 운동 차원에서 모금을 해 수백억 원을 들인 곳도 있다. 학숙 하나로도 모자라 ‘제2학숙’을 짓자고 열을 올리는 지역도 있다(273쪽).

이건 ‘내부 식민지’다. 일부 지방은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위식적으로도 중앙에 예속된 식민지와 다를 바 없다(274쪽).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됐고, 이를 근거로 ‘고등고시령’과 ‘보통고시령’이 제정·공포됐다(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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