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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대한민국

eunyongyi 2019. 3. 2. 19:06

김희수 서보학 오창익 하태훈 지음. 삼인 펴냄. 2011년 2월 25일 초판 1쇄.

검찰청의 수장은 검찰청장이 아니라 검찰총장이다. ‘거느리다, 통괄하다, 다스리다’라는 뜻을 가진 다분히 봉건적인 뉘앙스의 총 자를 써서 조직의 수장을 표현하는 까닭을 모르겠다.······중략······봉건적이며 국민에게 군림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일제의 잔재, 군사 문화의 잔재가 고스란히 조직과 조직 수장의 명칭에 남아 있다(6쪽).

같은 고등고시에 합격해도 5급 사무관에 임용되는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합격자와 달리 검사들은 3급 부이사관으로 임용된다(6쪽).

여순사건 당시 순천지청에서 근무하던 박찬길 검사. 그는 좌익 소탕 작전을 핑계로 무고한 민간인을 사살한 경찰관을 수사했고 징역 10년 형을 구형했다(45, 46쪽).

인민혁명당 사건을 송치 받은 이용훈 검사 등 4명의 검사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전혀 없으며 피의자들은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심하게 당한 것이 명확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기소를 포기해야 한다고 상부에 보고했다(53쪽).

삼성 이병철은 일본에서 차관을 들여와 한국비료(현 삼성정밀화학)의 공장을 건설하면서 건축 자재를 수입한다는 명목으로 몰래 사카린 60톤을 숨겨 들여왔다(55쪽).

이 사건 실체는 사건에 연루된 이병철의 장남 이맹희의 자서전 <회상록 ㅡ 묻어 둔 이야기>(1993년)를 통해 그 일부가 드러났다. 196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자금이 필요한 박정희와 건설 자금이 필요한 이병철의 공모로 조직적인 밀수가 벌어졌음이 당사자의 고백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28년 만의 무책임한 고백이었다(56, 57쪽).

만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 때도 1964년 인혁당 사건 때의 담당 검사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현대 사법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 국제사회에서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비난받는 사법살인은 막을 수 있었을 거다(75쪽).

박정희는 검사든 판사든 모두 군대의 부하처럼 여겼다. 박정희가 검찰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가장 잘 알려 주는 것은 신직수(1927 ~ 2001)의 검찰총장 임명이었다. 신직수는 겨우 36살의 젊은 나이에 검찰총장이 됐다.······중략······신직수는 박정희가 사단장이던 사절 법무참모였다.······중략······제11대 검찰총장 신직수의 재직 기간은 1963년 12월부터 1971년 6월까지 무려 7년 반이었다. 검찰총장을 지낸 신직수는 법무부장관으로 2년 반, 중앙정보부장으로 3년 동안 일하며 승승장구했다. 박정희는 사단장 시절의 법무참모에게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 등의 요직을 13년 동안 시켰다(76쪽).

김근태 사건에서도 검찰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후일 김근태 사건 담당 검사는 “다리를 절룩거려 고문이 있었을 것으로 직감했으나 수사해 달라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수사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검찰 고위 간부들의 고문 은폐 대책회의가 보도되기도 했다. 할 말을 잃는다. 이렇듯 검찰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었다(81쪽).

검사들은 그저 법의 지배라는 요식절차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실무자이자 법률 기능공들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권력의 시녀로 충직하게 일하면서 그들은 제 몫만 챙겼다(83쪽).

사건을 맡은 조영래 변호사의 말처럼 이 사건은 “탄압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용기와 진실을 향한 피해자의 헌신”이 없었다면 그대로 묻히거나, 아니면 피해자가 오히려 체제를 위협하는 악당으로 역사에 기록될 뻔했다(91쪽).

수사 책임자였던 당시 인천지검장 김경회는 회고록을 통해 이 사건을 “검사 생활 중 가장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사건”이라며,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수가 결과 발표가 있던 날 검사장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 들어와 대성통곡을 했다는 사실을 전해 주고 있다. 늦어도 너무 늦은 부끄러운 고백이었다. 그나마 이런 때늦은 고백조차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 법조 현실이다(92쪽).

검찰은 최루탄을 쏜 전경대원을 특정할 수 없고 전경들의 상관들이 최루탄 발사 요령을 어기도록 방치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누구도 기소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 범인을 색출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색출하지 않은 것이다(95쪽).

1994년 10월 29일 대검찰청은 전두환 등에 대해 기소유예로 불기소 처분을 했다(101쪽).

심재륜 검사장은 퇴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정권의) 충실한 시녀 역할을 수행했다. 정권은 유한한 거다. 정권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109쪽).”

점심 반주로 폭탄주 몇 잔을 마신 진형구는 집무실로 돌아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1998년 11월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난 한국조폐공사의 파업은 본보기를 삼기 위해 검찰이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폭탄발언이었다(113쪽).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의 민주화와 민주파의 집권으로 이전 정권이 권력 유지에 활용했던 국정원, 기무사 등 기존 권력기관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 공백을 검찰이 메웠다. 이로써 권력은 검찰에게 독점됐다(116쪽).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약 823억 원, 노무현 후보는 약 113억 원의 불법 대선 자금을 끌어모았다.······중략······불법 대선 자금 사건에서 100억 원의 불법 자금을 제공한 삼성, LG,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벌그룹의 총수들은 입건은커녕 검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118쪽).

검사의 공소제기가 있어야만 소송 절차를 시작하는 탄핵주의(127쪽).

검찰은 모든 사회적·정치적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곤란하다(128쪽).

경찰이 수사를 하면 반드시 그 결과를 모두 검찰에 보내야 하고(136쪽). 전건송치의무.

경찰은 그래도 다른 기관에 의해 통제받으며 구성원들의 비리와 부패가 적발되기도 하지만, 검찰은 다른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검사의 비리는 오로지 동료 검사에 의해서만 적발되고 수사 대상이 된다(138쪽).

영국은 1985년까지 수사권과 기소권이 (검찰이 아닌) 경찰에 독점돼 있었다. 권한 독점의 폐해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한 <아버지의 이름으로>(1994년)라는 영화로 유명한 ‘길포드 4인방 사건’이다(141쪽).

독일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한 한국과 달리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무조건 기소하는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기소편의주의를 택하고 있다.······중략······한국 검찰은······중략······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까지도 중단시킬 수 있는 공소취소권도 가지고 있다(142쪽).

2007년 6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재정신청의 범위를 크게 확대시켰다(형사소송법 제260조). 고소의 경우에는 모든 종류의 죄에 대해 재정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고발의 경우엔 종전과 같이 형법 제123조에서 제125조의 죄(공무원의 직무유기 / 공무원의 직권남용 / 검찰, 경찰 등의 불법체포, 불법감금 / 검찰, 경찰 등의 폭행, 가혹행위)에 대해서만 재정신청이 가능하게 됐다(143, 144쪽).

프랑스에는 피해자가 직접 형사소송을 수행하는 사인소추제도가 있고, 독일은 범죄 피해자가 검사와 함께 원고 자격으로 형사절차에 참여하는 부대 공소제도를 통해 검찰 권력을 통제하고 있다(145쪽).

정연주 KBS 사장의 배임죄 수사와 기소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 최교일 검사는 2009년 초 서울고등검찰청 차장으로 이동했다가 같은 해 8월 검찰 인사의 핵심에 속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했다(150쪽).

일본의 검사들은 한국의 검사들과 달리 검찰을 떠나게 되어도 후배 검사들의 직무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정치권 진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155쪽).

가장 일반적인 신규 검사는 외고를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159쪽).

검찰의 목소리가 외부에 전달될 때 그것은 다양한 의견의 형태가 아니라 단일한 하나의 의견으로만 전달된다. 목소리는 오로지 하나뿐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이거나 검찰총장의 사전결재를 받은 그의 부하일 뿐이다. 정치·사회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부는 민주화는커녕 봉건적 지배가 관철되고 있다(165쪽).

법무부나 대검에서의 근무 경력은 출세의 기본 바탕이 된다. 법무부의 주요 보직이 출세를 위한 검사들의 치열한 경합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국민에 대한 봉사는 실종돼 버렸다(171쪽).

행정부는 하나의 부 차원을 넘어서 다른 부처와 협력을 통해 업무를 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실무적으로 국장급 회의가 열리기도 하는데 법무부는 국장급 회의에 꼭 과장을 보낸다. 다른 부처를 깔보고 한 수 밑으로 접어 두고 보려는 오만한 경향 때문이다(173쪽).

준항고는 검사가 행한 처분에 대해 불복할 때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청구하는 것이다(179쪽).

정연주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법원 조정에 응한 게 죄가 될 수 있나’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지휘부와 담당인 박은석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은 기소를 강행했다. 박은석은 요직인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거쳐 여주 지청장으로 일하고 있다(188쪽).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서 마치 선심 쓰듯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언한 후 제대로 된 검역 절차나 안전 대책 없이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 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었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대표적인 실책이었다(190쪽).

미네르바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사실에서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13시간 이상 조사받기도 했다고 한다(196쪽).

정부는 오류가 없고 시민과 시민단체만 문제가 있다는 검찰의 시각은 특유의 오만함에서 나온 것이다(200쪽).

법은 최소한의 상식이어야 한다(205쪽).

정부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형사처벌을 앞세우고, 국가형벌권을 전방위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매우 낮은 수준의 법치주의이며, 사실상 법치주의라고 부를 수도 없는 저열한 정치적 술수이다(206쪽).

임채진은 여기서 더 나아가 2009년 신년사에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면서 친북좌익 이념을 퍼뜨리고 사회 혼란을 획책하는 우리 사회의 친북좌익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까지 했다(206쪽).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천신일이 이명박 후보의 특별당비 30억 원을 대신 내줬다는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에서도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212쪽).

5·16 군사 쿠데타 직후인 1962년 12월의 제5차 헌법 개정에서는 “체포·구금·수색·압수에는 검찰관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헌법 제10조 제3항)”는 조문이 새로 끼어들게 됐다. 이전 조문은 “체포·구금·수색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였다. 이 때문에 검찰만이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226쪽).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죄 무죄판결, 신태섭 전 KBS 이사와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해임 무효 판결 역시 검찰권이 정권의 입맛대로 동원돼 남용된 결과를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231쪽).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검사도 있다. 검찰청법 제44조의 2는 현직 검사의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242쪽).

말로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집회를 보며 스스로를 자책했다지만 유모차와 함께 촛불집회에 나온 젊은 여성들을 아동보호법 운운하며 불법으로 몰아갔다. ‘아동보호법’이란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있지도 않은 법률을 들먹이며,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들은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갔다. 이 같은 대통령의 인식과 말은 고스란히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244쪽).

검찰의 공안 기능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노동조합 등이 관련된 노동 사건 일반을 공안 사건으로 취급하는 반노동자적 자세에서도 탈피해야 한다(260쪽).

재정신청 결정 사건은 검찰이 담당할 때 제대로 된 기소 유지 활동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265쪽).

감찰 기능이 스스로 움직여 비위를 적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외부에서 문제 제기가 있으면 오히려 이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수행했다. 은폐와 왜곡, 그리고 제 식구 감싸기가 검찰이 수행한 감찰 기능의 전부였다(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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