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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eunyongyi 2021. 3. 31. 22:27

오멸 원작. 김금숙 그림. 서해문집 펴냄. 2014년 3월 21일 초판 1쇄.

 

 “너 어떠니?”

 “뭐가 말입니까?”

 “여기 있는 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너 사람 죽일 수 있어?”

 “사람이요?”

 “여기 있으면 죄 없는 사람들 다 죽여야 해(75쪽).”

 

 “옘병, 폭도는 무슨.”

 “근데 폭도가 있긴 진짜 있는 거냐?”

 “폭도가 있든 없든 우리가 지금 폭도 때문에 이러냐? 좆같은 명령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지(126쪽).”

 

 “이젠 그만 죽이세요.”

 “정길아!”

 “안녕히 가세요, 김 상사님(239쪽).”

 

 당시 제주 북서부 중산간에 위치한 ‘큰 넓궤’라는 동굴은 인근 마을 주민 120여 명이 토벌을 피해 50 ~ 60일 동안 숨어 지냈던 곳이다. 그러나 결국 토벌대에게 발각됐고 보초를 서던 마을 청년들의 도움으로 탈출해 위기를 모면했지만 한라산 근처에서 대부분 붙잡히고 만다. 그들 대부분은 1948년 12월 24일 서귀포시 정방폭포에서 총살돼 바다에 버려졌다(258쪽).

 

 원작자 말.

4·3은 제주의 아픔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아픔이며, 이념으로 무너진 인류애의 상실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이 아름다운 섬이 어떠한 통증에 묻혀 있고, 아름답다 말하는 풍광에 가려진 실상에 조금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진정 아름답다는 것은 슬픔을 껴안아야만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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