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 슈나이더 지음(2008년). 이정모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2013년 1월 25일 초판 1쇄. 2013년 2월 10일 초판 2쇄.
인류는 마지막으로 남은 자원과 마지막으로 남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최후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12쪽).
지구는 인류의 고향으로 조건부로 적합할 뿐, 지구는 인간을 기다리지 않았다(13쪽).
과학자들은 그들을 ‘곧추선’이란 뜻의 에렉투스로 부르지만, 호모 하빌리스도 이미 직립했다. 기원전 180만 ~ 140만 년 전 사이에 두 종이 동시에 아프리카에 살았다. 하빌리스는 에렉투스의 조상일 리 없고, 그 둘 사이에 어떤 친척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41쪽).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돼 ‘남방 원숭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원인. 기원전 430만 ~ 150만 년 전에 살았다. 최대 신장 150센티미터, 체중 70킬로그램, 뇌 무게는 (침팬지와 비슷한) 500그램. 원숭이처럼 주둥이가 튀어나오고, 다리보다 팔이 길다. 수백만 년에 걸쳐 몸을 바로 세웠다. 도구는 아직 소유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루시’다(61쪽).
농부들은 자신들의 짐승을 위해 숲을 없애는 것을 감수했으며, 식물을 위해서는 불과 도끼를 들고 숲에 대항하는 광란을 저질렀다. 농사야말로 이 세상에서 숲을 가장 많이 없앤 주범이다. 두 곳의 황량한 땅에서 발명된 농사는 세계 역사상 가장 처참한 장면 가운데 하나다(90쪽).
아일랜드에서는 1846 ~ 1849년에 1백만 명 이상이 굶어 죽었고 70만 명 이상이 미국으로 떠났다. 이 가운데는 유명한 케네디 삼 형제의 증조할아버지도 들어 있다. 그 당시 주식이었던 감자에 부패병이 돌면서 생긴 일이다. 감자가 도입되면서 아일랜드의 인구는 150년 사이에 1백만에서 8백만 명으로 증가했다. 섬은 전염병 쇼크에서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아 오늘날에도 인구는 4백만 명에 불과하다(93쪽).
1918년 스페인 독감은 몇 달 만에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으로 확산돼 인류의 4분의 1이 감염됐고 최소한 2천만 명 이상이 죽었다.······중략······1976년 에볼라 출혈열, 1981년 에이즈, 2002년 폐질환 사스, 2004년 이후에는 전문가들이 인간에게 대량으로 전염될 것을 염려해 조류 독감의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중략······2005년부터 미국에서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인 황색 포도상 구균의 경로가 관찰돼 근심이 커지고 있다(113쪽).
(백인 사냥꾼) 그 가운데 버펄로 빌이 가장 유명했다. 그는 1867년에서 1868년에 이르는 17개월 동안 4,280마리의 들소를 잡았는데, 이것은 필요 이상이었다. 그가 시합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69마리를 잡을 동안 경쟁자는 겨우 48마리를 잡았다. 때론 가죽만 사용하거나 미식가를 위해 혀만 잘라 내고 고기는 썩혀 버리기도 했다. 1700년경에는 대초원에 6천만 마리의 들소가 풀을 뜯고 있었는데, 이것이 인디언의 생존 근거였다. 그들은 고기를 먹었고, 옷과 천막을 짓기 위해 가죽을 사용했다. 1890년경에는 들소가 멸종한 것과 다름없었다. 이로써 역사상 가장 무자비한 살육이 종식됐다(146, 147쪽).
1965년 미시시피 강가의 세인트루이스에는 서부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높이 192미터짜리 무지개 모양의 철골 조형물인 게이트웨이 아치가 완공됐다. 이것은 백인들의 폭력적인 서부 이주와 이곳에서 1848년에 시작된 인디언의 굴복을 기념하는 조형물이다(148쪽).
스페인인들의 골드러시가 인디언을 쇠퇴하게 한 것처럼 모피 러시가 시베리아인들을 망하게 했다(150쪽).
1788년 1월 26일 석기 시대의 오스트레일리아 땅으로 8개월의 해상 여행 끝에 180명의 여자를 포함한 717명의 죄수를 태운 열한 척의 배가 들어왔다. 살인범, 도둑, 위조꾼, 밀렵꾼, 유랑자와 에이레의 반역자들이었다. 여기에 2백 명의 감시병이 더 있었다. 그들은 나중에 한 장교가 말한 대로 “숲이 우거지고 한적하며 섬뜩한” 장소에 하선했는데, 이곳이 나중에 시드니 만이 된다(155쪽).
총 16만 명의 죄수가 모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수송됐다. 국외 추방은 1868년에야 끝났다(156쪽).
1939년 영국은 캐나다,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해 모국의 109배나 되는 지구 표면적의 23퍼센트를 지배했다. 네덜란드는 특히 오늘날의 인도네시아인 네덜란드령 인도를 포함해서 모국의 61배 면적을, 프랑스는 (그 가운데 40퍼센트가 아프리카에 있는) 24배 면적을 지배했다(162쪽).
오스트레일리아만 유형지로 탄생한 식민지가 아니다. 이미 1710년에 차르는 시베리아를 추방자의 땅으로 만들었고, 1854 ~ 1938년에는 남아메리카 북동부에 있는 카옌이 죄수 처리 장소로 프랑스에서 가장 악명이 높았다.
18세기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일어나자 모든 것이 동시에 성장했다. 유럽 국가의 지배 수단, 식민지로부터의 원료 공급의 필요성, 내부 시장의 필요성(164쪽).
모든 유엔 사무총장은 출신이 미얀마, 한국, 가나든 상관없이 넥타이를 맨다. 몇몇 아프리카 권세가들도 넥타이를 맨다. 심지어 1980년 이후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까지도. 일본의 직장인들도 넥타이를 매고 다니며, 마오쩌둥이 죽은 다음에는 중국 정치가들도 넥타이를 맨다(165쪽).
어쨌든 유럽인들의 지구 정복은 1953년에 끝났다. 다음은 우주여행 차례였다. 그리고 실제로 두 날짜 사이에는 단 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166쪽).
이 기계는 훨씬 싼 석탄으로도 작동해서 영국 제품보다 쌌으며, 공장의 산업화에 이득이 됐고, 마침내 레일 위를 달리게 됐다(184쪽).
대서양 횡단 속도 기록. 콜럼버스 1492년 71일. 좋은 범선 1830년 35일. 영국 외륜선 ‘그레이트 웨스턴’ 1838년 15일. 미국 고속 범선 ‘사브런 오브 더 시스’ 1853년 14일. 증기 기관을 갖춘 영국의 돛대 네 개짜리 범선 ‘오세아닉’ 1871년 8일. 영국 호화 증기선 ‘모리타니아’ 1929년 4일 12시간. 미국 터빈 증기선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1952년 3일 11시간(203쪽).
미국에서 남북 전쟁이 끝나고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한 1865년까지 가장 빠른 배보다 더 빨리 대서양 건너편까지 소식을 전하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링컨의 암살은 카셀의 상인 이스라엘 비어 요사파트에게 위대한 승리를 안겨 줬다. 그는 전보의 허점을 메워 주는 특별한 서비스 회사를 런던에 세웠다. 미국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하는 유럽의 첫 번째 항구는 아일랜드 남부의 코크인데, 전신국이 있는 영국의 첫 번째 항구는 리버풀이었다. 요사파크는 코크에서 리버풀까지 고유의 케이블을 설치해, 뉴욕에서 코크까지 최소한 열흘은 걸리던 배가 리버풀에 도착하기까지의 몇 시간을 앞당겼다.
링컨의 암살이라는,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득을 본 사람은 요사파트였다. 1871년 그는 귀족이 돼 이름도 파울 율리우스 프라이헤르 폰 로이터로 바꿨다(222쪽).
지구가 꽉 차거나 사람이 살 수 없게 됐을 때 인류 전체 또는 인류의 한 부분이 화성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착각이다. 우리가 살 수 있는 두 번째 행성을 발견할 기회가 우리에게는 없다(228, 229쪽).
크루즈 여행은 사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되는 제국주의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쳐들어가 (이런 경향은 카리브 해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서구의 생활 양식을 퍼뜨리고 배 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시중을 받는다. 모든 허드렛일은 아시아인들의 차지로, 그들은 박봉을 받으며 주 7일 근무를 한다. 본국의 각종 노동법과 세법을 피하는 것이 사업 수완의 일부이고, 불법으로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대다수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궁핍한 현지 여행지에 도착하면 상인과 걸인, 아이들이 선박과 관광버스 사이에서 관광객들에게 달려든다. 여행객들이 그곳에 남기고 가는 것은 두 가지, 바로 돈과 지구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251쪽).
2006년 5월 11일에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118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당구대 하나 크기에 불과한 눈 덮인 산봉우리에 그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설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 시간 이상씩 기다려서야 하산하는 인파를 비집고 겨우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그 와중에 각기 자기 나라 말로 불쾌감을 드러냈다(254쪽).
에드먼드 힐러리가 히말라야를 정복한 지 55년, 그야말로 막장까지 갔다고 할 수 있다(255쪽).
인류는 농업 활동을 통해 포유류 중에서 가장 번성할 수 있었는데, 결국 그 농업 때문에 자연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압사하게 될 것이다(303쪽).
동물의 입장에서 볼 때 호모 사피엔스의 발달은 언제나 일종의 자연재해였다(305쪽).
1킬로그램의 육류를 얻기 위해 농부는 5천 리터의 물을 공급해야 하고, 1리터의 우유를 위해서는 3천 리터, 1킬로그램의 빵을 위해서는 1천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311쪽).
컴퓨터와 팝송, 텍사스의 청바지,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이 예나 지금이나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은 야망 있는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아시아의 마천루는 뉴욕을 모방하는 것이자 뉴욕에 대한 오마주이고, 영화 <이지 라이더>로 또 하나의 우상이 된 할리 데이비슨은 옛 서부 시대의 정신이 담긴 이륜차다(331쪽).
무모하고 호전적이고 성급하고 폭력적인 소수의 사람들이 언제나 부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로부스티오레스(Robustiores)’라고 불렀다. 그 어원은 루보르(rubor)로서 너도밤나무를 의미하다가 ‘힘, 딱딱한 알맹이, 위병’을 뜻하게 됐다. 너도밤나무로 만들어진 남자들이란 의미일 것이다(345쪽).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2008년 4월 착란 증세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핵 공격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이란을 말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녀가 사용한 ‘obliterate’는 전적인 파괴, 멸절, 소멸, 말소란 의미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해당하는 독일어 ‘ausradieren’은 히틀러가 자주 사용했던 단어다(348쪽)).
이슬람이 주창하는 성전은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서에서 하느님은 그가 선택한 백성들에게 “너희는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너희에게 넘겨주는 민족을 전멸시켜야 한다(‘신명기’ 7:16)”고 말하고, 예수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테오 복음서’ 10:34)”고 말한다(361쪽).
1776년: 미국 독립 선언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진다. 문제는 인디언이나 흑인들은 ‘인간’으로 간주되지 않으므로 이런 권리를 지니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립 선언문을 작성한 제퍼슨 대통령 자신이 노예를 거느리고 있었고, 여성 노예와의 사이에 두 명의 아이를 두고 있었다(381쪽).
의류업계의 유행이나 전기 소비 행태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속 가능성에 별 관심이 없고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생활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390쪽).
1964년 캘리포니아 소재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는 서기 2000년을 어떻게 전망했던가? 핵연료를 사용한 체펠린 비행선이 대중 교통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며, 인공 대기권이 형성된 달 기지가 건설되고, 유인 우주선이 화성과 목성의 위성에 착륙할 것이다. 나아가 사고로 사지가 절단된 상처에서 팔과 다리가 다시 생겨나고, 암을 정복할 것이다(412쪽).
4장 주 43. Ernst Werner von Siemens(1816 ~ 1892). 독일 발명가이자 물리학자. 1841년 금과 은의 전기 도금법을 발명했으며, 고무의 절연성을 발견하고 고무 피복을 입힌 전기선을 발명했다. 1847년 동생과 함께 지멘스 주식회사를 설립했다(4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