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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담배

조지 오웰 지음. 강문순 옮김. 민음사 펴냄. 2020년 2월 28일 1판 1쇄. 일 년 전쯤 흔히 출판의 자유를 옹호하는 글이라 부르는 존 밀턴의 책자 출간 300주년을 기념하는 펜(P.E.N.)클럽 대회에 참석했다.······중략······거기에 모였던 수백 명 중 절반 가까이는 글 쓰는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을 텐데도, 만일 출판의 자유가 어떤 특별한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면, 출판의 자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비판하고 반대할 자유를 의미한다고 지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20, 21쪽). 강요된 정설이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건 ━ 흔히 보듯 정설이 두 개가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건 ━ 좋은 글은 나오지 않는다(32쪽).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랑과 욕망 세계사

호리에 히로키 지음. 김수경 옮김. 2021년 12월 30일 1판 1쇄. “사랑은 언어가 아니다. 사랑은 행동으로 표현된다.” 피카소가 남긴 명언이다. 이 말을 실행에 옮기기라도 하듯 건강한 육체를 가진 마리 테레즈와의 격정적 사랑은 그의 예술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그 당시에도 그 후에도 마리 테레즈는 피카소의 예술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훗날 “피카소는 여자와 몸을 섞어야만 비로소 그림을 그린다”는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96, 97쪽). 피카소에게 여자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이 사랑한 여자들을 그림을 그리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감’을 샘솟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겼다(100쪽). 모차르트..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 2010년 9월 15일 초판 1쇄. 2020년 6월 8일 초판 19쇄. 혁명군은 때로는 열정으로 이기기도 하지만, 징집군은 무기로만 이길 수 있다(61쪽).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를 욕하고, 적을 칭찬하고, 항복을 요구하는 신문들과 팜플렛들이 거의 아무런 간섭 없이 길거리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존중이라기보다는 그 정도애 별일 아니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다(106쪽). 1832년 이후로 토지를 소유한 귀족들은 점차 권력을 잃었지만, 사라지거나 화석이 된 게 아니라 그들을 대체한 상인, 제조업자, 금융업자와 통혼을 했고, 이들을 금세 자기들의 판박이로 만들어버렸다(108, 109쪽). ‘빨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