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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 단편선 1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민음사 펴냄. 2021년 8월 27일 1판 1쇄. “당신 사내들! 이 추잡하고 더러운 돼지들! 당신들 모두 똑같아, 당신들 모두. 돼지들! 돼지들!” 맥패일 박사는 그 말을 알아듣고 말문이 막혔다(77쪽). 그의 삶은 떳떳했다. 그는 늙어 가는 것이 만족스러웠다(182쪽). “가난하지만 정직한 부모의 딸로서 나는 내 출신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고, 내가 변변찮은 업계에서 생계를 꾸렸다고 해서 당신이 나를 비난할 까닭도 없어요(325쪽).” “그 품위 있는 부인이 네 행동을 지지할 거라는 뜻이야? 오 템포라, 오 모레!(오, 시대여, 오, 세태여!*) 이런 짓을 한 지 얼마나 됐지?” *로마의 정치인 키케로가 처음 한 말로, 변한 세태를 한탄하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관..

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지음. 창비 펴냄. 1974년 6월 5일 초판 1쇄. 2005년 9월 5일 초판 30쇄. 2006년 3월 2일 2판 1쇄. 2017년 11월 7일 2판 21쇄. 우화도 그렇고 현실도 그렇고 역사는 한 단계의 투쟁이 끝나면 으레 ‘임금은 알몸이다’라고 폭로한 소년의 용기에 열중하는 나머지 힘없는 소년에게 그런 엄청난 임무를 떠맡기게 된 그 사회의 실패에 대해서는 눈이 미치질 않는다. 문제시해야 할 중요한 것은 그 영광(또는 해결)까지의 과정에 얼마나 많은 인간적 타락과 사회적 암흑과 지적 후퇴가 강요되었느냐 하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겠다(14쪽). 오늘의 사실을 오늘에 규명하지 않고 먼 훗날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비화 읽을거리의 자료로 생각하는 한, 통치계급의 횡포는 계속되고 대중은 암흑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