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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맛

하성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3년 10월 4일 초판 1쇄. 2022년 10월 4일 초판 7쇄. “뭘 보고 있는 거냐?”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저기요. 아저씨가 쓸고 온 거리요. 평화로워요(9쪽).” ㅡ두 여자 이야기 죽음이 손끝도 스칠 수 없을 만큼 젊고 탄력 있는 육체였다(68쪽). ㅡ여름의 맛 미로 같았다. 그 많은 큐비클 어디에선가 불쑥 누군가의 머리가 드러나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면 그게 설사 사람이 아니라 문어라 해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112쪽). ㅡ오후, 가로지르다 ‘큐브 농장’이라고 불리는 비좁은 칸막이 안에서 일하는 우리가 과연 닭을 동정할 만한 처지에 있긴 한 건가(136쪽). ㅡ오후, 가로지르다 숨이 막혔다. 북쪽 벽에는 검은 곰팡이들이 피어 있었다. 잠을..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

히니 지음. 이르비치 펴냄. 2023년 10월 20일 초판 1쇄. 어떤 말은 귀로 들어와서 위장에 머물렀다(47쪽). 법은 멀었고 사장은 가까웠다(119쪽). 그 와중에도 ‘내가 거부하면 이 사람이 상처받겠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128쪽). 수천 번을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는 영원히 안 넘어간다(141쪽, 142쪽). 무엇보다 누군가의 틀에 나를 포기하면서까지 맞추는 것, 상대의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158쪽). 2021년 말 당시 여당 대표 송영길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를 두고 사석에서 남편에게 반말한다는 이유로 비난했다(165쪽). 충격요법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늘 내 기분만 상하게 했다. 맞은 곳을 또 맞으면 아프기만 할 뿐 아무 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