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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18:41 ㅡ 어샌지 한 획

줄리언 어샌지, 한 획을 긋다. 줄리언 어샌지, 한 획을 긋다. 인터넷에, 정치에, 언론에, 세계에…. 2010년 11월 28일. 지난 2007년부터 ‘인터넷에’ 작게, 또는 크게 호루라기를 불던(whistle-blower) 위키리크스(www.wikileaks.ch)가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너무 ‘발칵!’이었던 나머지 처음에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뒤집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였다. 스스로 세계를 이끄는(?) 줄로 알아 앞으로 나섰던 미국의 외교 전문(電文), 그것도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로 가득한 전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25만여건. 손가락으로 몇 꾸러미씩 몇 번을 꼽아야 할지 ‘이제야’ 겁이 날 만큼 많다. 실제로 처음에는 미 국무부가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의 인적사항과 ..

싸이월드 피난 2020.06.28

2010.12.27. 18:42 ㅡ 설마 지금도 그 탄을?

박격포와 전자계산기 2010년 12월 20일 오후. 한반도를 딛고 사는 사람에게 잊히기 어려울 시간이 됐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할 것 같던 순간이었으되 시민은 차분했고, 현명했으며, 냉철했다. 왜 그 긴장이 조성됐는지 알 만큼 알고, 느낄 만큼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날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에는 155㎜ K-9 자주포, 105㎜ 견인포, 81㎜ 박격포, 20㎜ 벌건포를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81㎜ 박격포라고? 박격포에 따로 시선을 둔 이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나 나에게는 매우 특별한 주목거리였다. 바다에 쏘는 사격 훈련에 왜 박격포가 등장했을까. 사실 이 포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곡사화기인 까닭에 중대나 대대 단위 보병의 고지 탈환전 등을 지원할 때 쓰인다. 사격한 뒤 탄착점 같은..

싸이월드 피난 2020.06.28

2011.01.26. 08:22 ㅡ IPTV 일자리 "글쎄… 될까."

아~이피TV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이용한 TV, 이른바 IPTV에 한창 적응해간다. 본격적으로 리모트 컨트롤러를 손에 쥐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쯤이다. 처음에는 버튼이 많아 황망했는데 4개월 정도 이리저리 눌러본 덕에 이제는 ‘느긋하게 보고픈 프로그램을 끌어오는’ 정도가 됐다. 이것 하나로도 놀라운 변화다. 1970년대 김일의 통쾌한 박치기를 보려고 TV 한 대 앞에 동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던 추억을 간직한 터라 그야말로 뽕나무밭이 바다가 된 것 같다. 지난 19일 밤에는 3500원을 내고 영화 ‘아저씨’를 끌어다 보았다. 이날 3500원을 냈으니 이후로 10일 동안 ‘아저씨’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다시 끌어낼 때마다 추가로 결제되는 듯해 늘 불안하다. 능수능란..

싸이월드 피난 2020.06.28

2011.02.08. 08:30 ㅡ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종편, 명약관화 (※탈고한 때= 2011년 1월 25일 18시께) “광고 예산을 어떻게 짜고 집행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언론홍보를 총괄하는 A가 한걱정이다. 쌈짓돈이 주머닛돈인 광고 예산으로 새로 등장할 4개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이하 종편)’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한두 종편에 광고를 몰아줘 다른 사업자의 곱지 않은 시선을 뒤집어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MBC·SBS·KBS 등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시주라도 하듯 종편을 위해 조금씩 광고를 덜어 낼 리도 없어 이래저래 A의 고민이 깊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불을 보듯 분명하고 뻔했다. 약 8조1000억 원(2010년)인 한국 광고시장이 종편 4개를 더 품어줄 만큼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통신..

싸이월드 피난 2020.06.28

2011.02.11. 08:52 ㅡ 친구

[내 노오란 취재수첩] 그곳에 친구가 있었다네 그곳 문턱을 넘어서면 늘 귓가에 음악이 맴돌았다. 가끔 클래식이 흐를 때가 있기도 했지만, 영국이나 미국 대중음악(팝송)이 더 많이 들렸다. 나는 2층과 3층으로 난 계단을 연거푸 오르며 그곳 안쪽을 넌지시 둘러보고는 했다. 안쪽은 헤드폰을 쓴 채 새로 나온 음악을 들어보는 이, 구매할 콤팩트디스크(CD) 음반을 고르는 이로 늘 흥청거렸다. 말 그대로 언제나 음악에 흥청댄 그곳은 ‘타워 레코드(TOWER RECORDS) 서울 강남점’이었다.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로 쓴 ‘타워 레코드’ 간판이 서울에 처음 내걸린 것은 1995년 6월. 강남역 네거리에서 한남대교 쪽으로 조금 걷다가 만나는 간판이 유난히 눈에 띄는 데다 3층짜리 매장의 넓이가 자그마치 450평(..

싸이월드 피난 2020.06.28

2011.02.23. 18:46 ㅡ 기관이 소비자 쪽에 서야! 그래야 시민이 웃는다.

한국 통신 소비자여, 부지런하라 A씨 명의로 등록한 휴대폰 번호 둘 가운데 하나를 그의 아내가 썼다. 명의는 하나이되 사용자를 아내로 했던 것. 지난해 8월 A는 아내의 휴대폰을 새것으로 바꾸면서 이동통신사업자까지 바꿨다. 그런데 이른바 ‘공짜폰(엄밀하게는 공짜가 아니다)’ 판촉에 따라 아내 휴대폰을 바꾸려다 보니 A의 명의로 된 번호가 한 사업자에 모였다. 쓰던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사업자를 바꾸는 ‘번호이동’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A와 아내가 같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것이다. A는 한 사업자의 서비스를 통해 휴대폰 번호 두 개를 쓰게 됐으니, 당연히 이용 실적에 따른 마일리지도 하나로 통합해 운영될 줄 알았다. A씨 명의로 쓴 번호 두 개의 마일리지를 자연스럽게 더해주는 게 상식적이..

싸이월드 피난 2020.06.28

2011.03.08. 08:42 ㅡ 소비자와 미디어(기자)를 적당히 속이시라

통신료? 규제 의지가 열쇠! “AT&T가 (이동통신) 데이터 서비스 요금을 어떻게 운용하나요? 버라이즌와이어리스로 빠져나간 AT&T의 ‘아이폰’ 가입자가 정말 애초 예상치보다 적습니까?” 지난 4일 오후 국내 이동통신서비스업체에서 일하는 이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새로웠다. 2일(한국시각 3일) 랄프 드 라 베가 AT&T 소비자·이동통신부문 사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건스탠리기술콘퍼런스에 나와 애플 ‘아이폰’의 미국 내 독점 판매계약이 끝난 이후로 나타난 가입자 이탈 현상이 “놀랄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한국에 전한 날이었다. 그날 드 라 베가 사장은 미국 내 ‘아이폰’ 독점판매 계약 종료(2011년 2월)에 대비해 지난해 6월부터 적용한 이동통신 ‘데이터 서비스 층층 요금제..

싸이월드 피난 2020.06.28

2011.03.11. 13:21 ㅡ 편지

친구에게 “색깔이 보여.” 친구, 네가 그렇게 말했지. 내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보면서……. 그때 책꽂이에 어떤 책이 얼마나 어떻게 꽂혀있었는지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테고. 며칠 전 답답한 마음에 책꽂이 앞에 서보기도 했는데, ‘색깔’ 같은 건 잘 안 보이더라. 그저 과학책 몇 권, 방송통신 관련 책 등속만 보였어. 친구, 그때 내 책꽂이에 서린 색깔이 뭐였니. 오랜만에 네게 글 띄우면서 안부 인사도 없이 대뜸 ‘색깔’부터 다그치는 것은 내가 요즘 그걸 화두로 끌어안았기 때문이야. 불현듯 내 삶에 색깔 같은 게 있었는지 매우 궁금했다. 그동안 그런 걸 잊고 자시고 할 게 없이 살았는데, 최근 어느 형이 나에게 “너는 색깔이 너무 강해”라더군. 갑작스레 귓전을 울린 ‘색깔’이라는..

싸이월드 피난 2020.06.28

2011.04.01. 17:49 ㅡ 책과 장정일과 전자신문

[책 먼지떨이]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장정일의 독서일기, 여덟 번째 장정일 지음. 마티 펴냄. 다음 글을 읽고 1~5번까지 답하시오.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 옷에 댕기꼬리를 ( )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이래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성묘를 해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은 넘는다. 이때부터 타작마당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들뜨기 시작하고―남정네 노인들보다 아낙들의 채비는 아무래도 더디어지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식구들 시중에 음식 간수를 끝내어도 제 자신의 치장이 남아 있었으니까. 이 바람에 고개가 무거운 벼이삭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

싸이월드 피난 202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