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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으로 일하고 난쟁이로 지불받다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9년 10월 28일 초판 1쇄. 마르크스는 종종 말했습니다. 나타난 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우리에게 나타난 모습이 실재는 아니라는 건데요(36쪽). 전자의 경우에는 잉여노동이 노동시간의 연장 즉 ‘연장된 노동'의 형태를 취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노동시간의 강도 즉 ‘강화된 노동'의 형태를 취하는 거죠. 이 두 가지는 자본주의에서 잉여노동에 대한 자본의 갈망이 표현되는 기본 형태입니다.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것을 과로의 두 가지 기본 형태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과로란 ‘장시간 노동'이거나 ‘고강도 노동'입니다(56쪽). a body of men working together(77쪽). 본래 ‘유적 존재'는 루트비히 포이어바흐가..

발칙한 그녀들

히구치 이치요, 시미즈 시킹, 오카모토 가노코, 미즈노 센코, 하야시 후미코, 다무라 도시코, 미야모토 유리코 지음. 안영신, 박은정, 서홍 옮김. 작가와비평 펴냄. 2022년 2월 20일 1판 1쇄. 리쓰는 두건 위로 귀를 막고 빠르게 몇 걸음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불안하던 마음도 어느샌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맑아졌다. 핏기 없는 입술에는 싸늘한 미소마저 떠올랐다(15쪽). 다베는 그저 옛 추억에 이끌리고 있을 뿐이다. 과거의 감정이 조금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상에 젖어 사랑이 타고 남은 자리를 음미하러 오는 거다(114쪽).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온갖 복잡한 감정은 각자 가슴속에 묻어 버렸다. 서로 그리워하던 그 시절로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둘 다 나이를 먹은 것이다(136쪽)..

북클럽 자본 6. 공포의 집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9년 6월 28일 초판 1쇄. 외적 제약이 없다면 자본가가 잉여가치에 대한 충동을 제어하는 일은 없습니다. 언제나 ‘최대한'입니다(28쪽). 파업이라는 사건은 노동자의 인격적 지위를 복원시킵니다. 단지 노동력을 담은 생체에 지나지 않던 노동자를 자기 목소리를 가진 주체로 만드는 거죠.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는 겁니다(33쪽). 16시간, 14시간, 12시간, 10시간, 8시간. 노동일의 역사적 표준화는 과학과 논리를 통해 도출해 낸 게 아닙니다. 그것은 “총자본가 즉 자본가계급과 총노동자 즉 노동자계급 사이의 투쟁"의 결과물이죠(39쪽). 마르크스는 19세기 중반 미국의 가장 자유로운 주였던 매사추세츠 주가 자신의 진보성을 뽐내며 내세운 노동일 규제에 대해 한마디 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