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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와 돼지똥

강민구 지음. 해우출판사 펴냄. 2003년 8월 23일 초판 1쇄. 언뜻 봐도 사건 내용은 매우 방대했다. 조사할 인원만 해도 수십 명은 넘을 것이었다. 문제는, 다음 해 3월이면 큰 청으로의 인사 이동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인사 이동 전에 이 사건 수사를 맡게 된다면, 불과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인사 이동에서 누락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10쪽). 캠코더로 찍은 듯 구도나 화질이 떨어지는 화면이었다. 어디서 그런 자료를 입수한 것일까? 정작 담당 검사는 까맣게 모르는 사이 그런 문제 장면이 대대적인 특종으로 전국에 보도되고 있는 것이다(54쪽). 무대 위에서는 십자가를 등에 진 누군가가 기쁨에 겨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춤이 끝나자 아가야 김경순의 설교가 시작됐다. “아가 사랑 가지고 나타나지..

뉴스 스토리텔링

권보연, 신진주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20년 8월 27일 초판 1쇄. 전통적 언론관은 여전히 우려를 표하지만, 뉴스와 스토리텔링의 결합은 ‘이미 시작된’ 저널리즘의 미래다(xiv). 디지털디자인팀을 이끌었던 이안 아델만은 혁신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론사 내부 취재팀과 다른 제작 부서 간 팀워크 부재와 신뢰 부족을 꼽았다. 오랜 권위를 지녔던 직군이 이를 내려놓는 것은 어렵지만,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과업인 것은 분명하다(xix). 뉴스와 저널리즘의 이상은 무감하고 일차원적인 정보 전달에 있지 않다. 공중을 향해 숨겨진 진실을 밝혀 널리 알리며, 사건의 의미와 통찰을 공동체가 지향하는 바른 가치관에 근거해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유효한 메시지로 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관..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은행나무 펴냄. 2015. 이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23쪽). 너는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조차 참고 살았다. 그 질문이 불러오는 온갖 감정을 참고 살았다(94쪽). 참기 싫다고. 참는 게, 싫어졌다고. 나한테 묻지 말라고. 내가 뭘 알겠느냐고. 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근데 여긴 열심히 사는 게 정답이 아닌 세상 아니냐고(95쪽).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실패는 예정되어 있는 것 같고,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이미 진 것 같았다(97쪽). 남녀가 만나는데 타이밍 말고 무슨 이유가 더 있느냐고 누나는 말했다(105쪽). 아무 인사도 없이 입대했다. ..

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2020년 5월 27일 초판 1쇄. “왜 제대로 답변하시지 않는 겁니까? 이래서는 취재가 안 됩니다(62쪽)!” 거품경제 붕괴 후 취직 빙하기에 졸업한 우리들은 ‘잃어 버린 세대’라고 불린다. 아버지처럼 학생 시절 대동단결하여 권력과 대치했던 단카이 세대의 넘치는 에너지가 우리 세대를 거쳐 완전히 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신입 기자 시절에는 쇼와 시대(1925 ~ 1989)의 활기찬 분위기를 물씬 풍겨 주던 선배 기자들이 많았다(65쪽).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기자로서의 긍지를 잃지 말라고 호되게 가르쳐 주는 뜨거운 선배가 있었다(93, 94쪽). 실체도 없는 두려움 때문에 눈앞에 있는 문제를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상대가..

안녕, 재피

김성희, 선지현, 손가영, 이기범, 이대로, 이용우, 진재연, 함은선 지음. 한내 펴냄. 2023년 2월 4일 초판 1쇄. “재학이처럼 저도 계약서는 쓴 적이 없어요(23쪽).” (박용관) “프리랜서라는 자리가 그런 거 같습니다.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관심 가졌다가는 더 어려워지기도 하고요(58쪽).” (윤소영) “방송업계는 여전히 프리랜서를 소모품처럼 생각해요. 인식은 나아지지 않은 거죠(78쪽).” 어느 날인가 밥 먹자고 연락했더니 돈을 벌어야 한다며, “나 만나면 사람들한테 괴롭힘 당하니 조심해”라는 답장이 왔다(80, 81쪽). 아버지는······중략······숨어 있는 이야기들은 알지 못하셨다. 왜 PD인 이재학이 중계차를 타고, 행정 업무를 하고, 프로그램 제작 입찰을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노무현처럼 공감하라

윤범기 지음. 필로소픽 펴냄. 2024년 1월 8일 개정판 1쇄. 연설의 완성은 한 사람의 인생이다. 내가 한 말은 지키겠다는 각오로 연설문을 써야 한다(75, 76쪽). ‘앞에 나서지 말고 너는 뒤로 빠져라'는 한국의 기성세대가 민주화 시위에 나선 정의로운 청년들에게 가르쳐준 비겁한 교훈이다(177쪽). 연설의 완성은 자신이 한 말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181쪽).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자신의 목소리가 군중의 맨 뒤에까지 갔다가 그것이 박수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하도록 해 주고 싶었다(190쪽).

왼쪽 귀의 세계와 오른쪽 귀의 세계

이문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023년 12월 20일 초판 1쇄. 쥐어짜지 않아도 인간이란 본래 쏟아낼 게 많은 생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렇게 질척거린다는 사실도(47, 48쪽). 모르지 않았지만 일부러 모른 척했다(104쪽). 괴물은 사투르누스의 초상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절망을 조롱하는 댓글들 안에 서식하고 있었다(145쪽). 서로의 고통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 추락이었고, 타인의 삶을 상상하길 멈춘 사람이 괴물이 됐다(146쪽). 개발과 재개발은 건물만 부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공들여 건축해온 기억까지 부숴버렸다(156, 157쪽). 바닥에 있어야 방바닥이고 땅바닥인데 자기 자리를 모르고 출렁대는 바닥은 인간의 바닥 아닌가. 누르고 감춰도 출렁대면 드러나고야 마..

언론규범론

이제영, 허인 지음. 시간의물레 펴냄. 2015년 12월 28일 초판 1쇄. 언론기관이 공정하고 균형 잡힌 논평을 했을 경우 그 논평은 사회 제 세력의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언론기관은 국가 권력이나 자본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 이외에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사회 제 세력, 특히 이해 집단의 영향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이는 여론 형성이라고 하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또 다른 측면의 독립성을 말하여, 이른바 대항 권력으로서 언론 역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68쪽). 경영권과 편집권 분리는 소극적으로는 상호 간 업무의 불간섭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적극적으로는 공익성을 지닌 질 좋은 정보 상품을 생산해 공급하려는 공동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중재법, 자유냐, 인권이냐?

이승선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초판 1쇄 2021년 8월 20일. 제21대 국회는 2020년······중략······6월 5일 개원했다. 6월 9일 정청래 의원이 ‘언론중재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명백하게 침해할 경우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했다. ‘악의적'이란 허위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왜곡 보도를 하는 것을 말한다(1쪽). 2021년 2월 25일 형법 제307조 제1항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사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1조 제4항······중략······규정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동시에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요건을 명시한 규정일 뿐, 헌법상 표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