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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 ━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9년 2월 27일 초판 1쇄. 이 돈만 아는 악당, 교활한 놈, 돈만 되면 무엇이든 다 팔아 치우려 드는 놈, 거간꾼이자 사기꾼이며 탐욕적이고, 돈만 있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놈, 순종을 모르고 반항만 하는 놈, 심장도 영혼도 없는 놈, 공동체를 파괴하려 드는 놈, 심지어 공동체 자체도 흥정하고 거래하는 놈, 노예근성을 가진 놈, 아양 떠는 놈, 영악하고 이익에 민첩한 놈, 삭막한 놈, 모두를 경쟁으로 내몰며 사회적 빈궁과 범죄를 키우는 놈, 모든 사회적 끈들을 다 끊어버리는 놈, 명예도 모르고, 원칙도 시도 실체도 아무것도 모르며, 아무것도 갖지 못한 놈(42쪽). 그러니까 ‘자본가’는 ‘인격화된 자본’입니다. ‘자본가’는 ‘자본’을 연기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화폐라는 짐승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8년 12월 27일 초판 1쇄. 노동력 판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노동자는 노예처럼 자기 자신을 판 것이 아닙니다. 가치를 보존하고 창출하는 능력으로서 ‘노동력’을 판 것이지요(26쪽). (콩고) 렐레족 사람들은 옷감을 만드는 데 쓰는 라피아와 염료 나무 캠우드를 화폐로 사용했는데, 결혼지참금이나 상벌금, 종교적 헌금 등의 용도로 썼습니다. 그러나 라피아나 캠우드를 상업적 용도로는 쓸 수 없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는 데 쓰는 화폐는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똑같은 돈으로 벌금도 내고 물건도 사기 때문에 전통 공동체에서 둘을 철저히 구분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 무차별적으로 관여하는 ‘우리 시대의..

마르크스의 특별한 눈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8년 10월 29일 초판 1쇄. “최후에는 가장 단순한 규정에 도달해야 한다(17쪽).” 상품이 ‘가치’를 갖는 건 그것을 생산한 노동이 “모두 인간 노동”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67쪽).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극복이 이 ‘사회적’이라는 말의 성격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84쪽). ‘가치’를 낳는 것은 자연이 아닙니다. 가치는 ‘사회적인 것’입니다. 상품이 가치를 갖는 것은 “모든 상품들은 인간 노동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실체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93쪽). 노동자는 순응자, 예속자가 됨으로써만 노동력을 상품화할 수 있습니다. 리바이어던에 모든 권리를 양도하는 한에서만, 리바이어던에 순응하는 한에서만, 자유로운 상업적 계약이 가능하다고 했던 홉스의 말처럼,..